김연덕 작가의 <웅크리기 껴안기>에 나오는 동전, 초콜릿, 음악, 새벽, 시트, 먼지, 블라인드, 베개 등은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이다. 따로이 있던 단어들이 시 안으로 들어가 연결이 되어지면 문장이 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단어 사이사이의 조사들이 평범한 글자와 어우러지며 읽는 이는 나름의 감정을 보게 된다. 침대에 누워 어스름히 밝아 오는 새벽 풍경이 떠오르게 하는 시이다. <시트에 이는 먼지가 시트와 빛으로 나뉘는 시간>이라는 문장도 좋았다. 창가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줄기와 침대 사이를 먼지들이 부유하며 떠다니는 공간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 시간은 오롯이 나만의 것일 때가 많다. 간밤에 닫아 둔 내려진 블라인드, 부드러운 베개, 무거운 머리. 일어나고 싶지 않아 내가 아닌 다른 이의 꿈으로 넘어가 더 꿈속에 있고 싶은 것일까?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 아침 풍경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소설은 긴 문장으로 상황 등 여러 설명들이 정보를 전달해 준다. 하지만 시는 짧은 문장들 안에 은유와 함축 등을 담아 두기에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전문적인 평론가의 리뷰와 작가와의 인터뷰는 작품을 이해하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이러한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짧게 짧게 등장하였다. 그것만으로 궁금증을 일으키는 시들이나 책이 있어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했다.
시가 이상하게 어렵다고 생각되어지며 손이 가지 않을 때가 있었다.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분들에겐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