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7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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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바크는 베일 위험을 무릅쓰고

두 손 가득 한 무더기의 총검을 움켜잡더니,

그 총검 세 개를 흔들어 대며

그것들을 뺏으려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제르미날 2 P205


2권은 읽으며 몇 번을 울컥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왜 항상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의 말은 무시당하는 것일까? 그들도 살아 숨 쉬고, 생각을 할 수 있으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한 인간인데. 왜 자신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들을 달라고 하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인가? 글자일 뿐인 책인데도 고개를 돌리게 하거나 두 손으로 눈을 가리게 하는 장면들에서는 분노가 일었다.


에밀 졸라는 1884년 북프랑스의 탄광 도시인 앙쟁의 광부들이 파업(1만 2천 명이 참여하여 오십육 일간 총파업) 했을 당시 그곳을 방문하여 자료를 수집했다. 현장을 방문하여 직접 갱내를 돌아보고 광부들, 갱내 감독관들, 기사, 파업 주동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 파업이 1869년에 라리카마리와 오뱅에서 대규모로 일어났던 광부들의 파업 사건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십여 년이 지났지만 지속되어온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들은 사실대로의 모습을 담아 글을 쓴다.


산업 혁명을 거치며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석탄은 여러 곳에 사용되며 중요해진다. 그러나 그것을 캐내는 광부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까지 여러 명목으로 임금이 깎인다. <빵을 달라! 빵을 달라! 빵을 달라! P97>외치며 거리로 나온 것은 자신들의 배고픔도 있었지만 어린아이들이 배고파 하는 것이 힘들어서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에 눈에 안락한 집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는 엔보나 엔보부인, 그레구아르부부등 부르주아들은 증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거리로 나온 파업 광부들과 아내, 딸 등 여자들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며 난폭해져간다. 폭력의 끝은 어디로 향할는지, 어디까지 갈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지 알 수 없어져가고 있다.


말없이 오랫동안 꽉 쥐면서

다시 시작할 그날을 약속하는 바로 그 악수였다.

제르미날 2 P351


라 마외드는 어떻게 에티엔과 마지막 악수를 할 수 있었을까? 에티엔으로부터 시작된 파업으로 인해 잃은 것이 너무 많은 그녀이다. 그런 그녀가 에티엔의 손을 잡고 건넨 마음이 제르미날의 제목의 뚯에 있는 「싹」일까? 책으로 어설프게 배워 잘못 알게 된 지식으로 인한 허영과 자만심들은 실패한 파업을 겪으며 에티엔은 성장했다. 장바르에서 나누었던 악수를 다시 할 수 있을까? 그날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는 성공의 날이었면 한다.


『루공 마카르 총서』는 에밀 졸라가 1871년부터 1893년까지 출간한 20권짜리 이야기이다. 19세기 후반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여성으로부터 시작된 그녀의 가계의 이야기이다. 「제르미날」 마지막 장에 첨부되어 있는 「루공 마카르 가계도」를 보았을 때 한참을 보며 주인공인 에티엔 랑티에를 찾았다. 몇 세대에 걸친 이야기 속에 민중, 상인, 부르주아, 상류사회 등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그린다.


책장의 마지막을 덮고 분노를 키보드에 퍼부었다. 다다다 쏟아내다 간신히 이성을 붙잡았다. 1869년과 1884년의 모습이 현재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광부들의 파업은 여전히 실패한 것인가? 무엇이 19세기, 20세기를 지나 21세기를 될 때까지 변화하지 못하게 했을까? 나는, 우리는 지금 제르미날 속 인물들 중 누구의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일까? 많은 질문과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언제 읽던 살면서 한 번은 꼭 읽어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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