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6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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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의 뜻은 <희망의 '싹(germe)'이 나는 달>이라는 뜻이다. 최초의 노동자가 주인공인 소설과 「싹」이 어떤 연관이 있을까 궁금하였다. 탄광촌 광부들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는 소설에서 움틀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읽었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입체감 있게 살아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직장을 잃고 떠돌던 에티엔은 르 보뢰 광산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어렵게 일자리를 구하게 되고 카트린을 만나게 된다. 에티엔과 카트린의 관계가 변해가는 모습은 서로 마음은 있어나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서는 설레고 샤발의 질투 때문에 어긋났을 때는 안타까웠다. 아직 2권이 남아 있어 어떻게 될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큰길을 다니는 자유를, 그리고 자신의 주인이라는 기쁨으로 참아냈던 햇빛 아래 허기를 그리워하게 되니 불편한 심정이었다.

제르미날 P108


눈앞의 허기와 추위에 떨던 한 남자가 돈을 벌기 위해 지하 깊숙한 광산의 수갱에 들어간다. 그리고 후회를 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움직일 수도 없는 어두움의 수갱에 갇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어 간다는 게 신기하였다. 「어두운 수갱」는 시각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에티엔이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책들을 읽어나가지만 잘못 소화했음에도 그에 열광하며 어긋난 앎으로 인해 자신 스스로 틀안에 갇혀가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지만 지도자라는 위치에 취해 광부들을 선동한다. 에티엔이 누리던 자유와 자존감을 누리는 기쁨은 스스로 버릴 것일까? 버려진 것일까?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은 이유가 될 수 있는 동시에 변명이 될 수도 있다. 그 애매모호한 경계선의 기준은 무엇일까? 극한의 극한까지 몰린 광부들의 선택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심각한 것은 아시겠지만, 이게 변할 수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때예요······. 젊을 때는 행복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하며 살지요. 그리고 나서도 가난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그 안에 갇혀 있어요······. 나는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부당함에 격분하게 될 때가 종종 있어요.

- 중략 -

하지만 이제 광부는 땅속에서 깨어나고 진짜 씨앗처럼 땅에서 싹트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 들판 한가운데에서 그 씨앗이 싹터 오르는 걸 보게 될 겁니다.

제르미날 P254-255


라 마외드의 말이 책을 덮고도 기억에 남아 다시 펼쳐 보았다. 기대와 좌절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포기한다. 그에 순응하며 상황이 더 악화되어가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집단 가스라이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자와 주주, 부르주아 계급은 오래전부터 상하관계이다. 하지만 이들은 공생관계도 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지금도 여기저기에서 파업이 진행 중이다. 양쪽이 극렬하게 대립 중이다. 하지만 피해는 다른 이들이 받고 있다. 1조가 넘는 경제 손실이 생겼고, 기름이 떨어진 주유소는 점점 늘어가고, 공사장은 멈추었다. 조금씩 물러나 타협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강대강으로 이어진 노정의 대결이 신랑이 하는 일에까지 영향 주기 시작하니 연일 이어지는 뉴스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최초의 전 세계 노동조합인 인터내셔널이 만들어지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으려 한다. 옛날부터 이어져온 노동자들의 파업이 다른 형태로 싹트고 있었다. <수갱 깊은 곳에서 하나의 군대가 자라나고 있으며, 그 씨앗이 싹트면 햇빛 찬란한 어느 날에 땅을 뚫고 솟아날 시민들로 성장할 것이다. p436>라고 에티엔은 소리친다. 그동안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계속되어온 파업의 실패들은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켜켜이 쌓여 드디어 땅을 뚫고 올라왔다. 그들의 분노는 이제 막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분노는 어떤 모양으로 싹을 틔울까? 2권에서 확인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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