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 즉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세 명의 노인은 자살을 한다.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지인들이 만난다. 세 노인들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전혀 모르던 타인들이 어느새 자신의 삶에 스며들었음을 깨닫는다. 책을 읽어나가며 주의를 기울인 것은 이야기의 시점이 자주 바뀌어 서로가 어떤 연결점을 가지는지 찾아가며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아들, 딸, 손녀, 손자, 알고 있던 지인 등 많은 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처음에는 노인들이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만약 간단히 장례식만 치르고 더 이상 만남이나 연락이 없었다면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의 만남이나 연락의 연결고리의 시작은 누구였을까? 모두에게 활발하게 다가간 하즈키였을까, 송별회를 열자며 가족들을 모으려 한 준이치였을까? 이런 물음을 던지며 읽어나가다 문득 누군가와 계속 소통이 이어졌다는 것은 한쪽만 일방적인 경우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하즈키의 메일에 로코가 답장을 하지 않았다면, 준이치가 건넨 사탕을 미도리가 받지 않았다면, 도우코가 보낸 라인 메시지에 유우키가 대답하지 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즈키와 로코가 서로 메일을 주고받는 이야기도 글의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내기에 의미가 큰 부분이었다. 그러나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미도리가 준이치를 찾아간 장면이었다. 아버지 간지 씨의 죽음에 슬퍼 시시때때로 울음을 터뜨려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까지 먹는 미도리가 왜 준이치를 찾아갔을까? 그녀의 울음을 멈추게 하고 아버지의 죽음을 이해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책을 모두 다 읽고 다시 그 부분을 읽어도 모두 납득을 못하였다. 마치 이 책이 내어 놓은 숙제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몇 번의 재독을 다시 할 것 같다.
"나는 이미 끝났으니까" P152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P153
그때는 이미 죽음이 시작되고 있었다. P15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