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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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놀래?"로 시작하는 작가의 글은 책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켰다. 고전문학을 소개하는 책으로 알고 있었는데 뜬금없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왔던 아동문학가의 책을 소개하는 이야기로 글은 시작한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이해가 되는 시작이다. 「다름」에 대한 이해가 그로 인해 서로 화합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가르치는 것이 문학의 과업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문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가가 체험한 개인적 경험이든 상상력을 통한 허구적 이야기이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재창조한다. 남의 이야기가 분명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안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책 안의 인물들이 터트리는 사랑, 욕망, 분노들에 대리 체험과 대리만족을 한다. 그 과정들에서 주변인들, 사회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된다.


문학이 가지는 힘은 <인간에 대한 이해>라 생각한다. 장영희 교수는 어려운 고전문학을 자신이 직접 겪으면서 느끼고 본 세상에 대한 이해를 작품들과 연결해 글을 썼다. 우리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에 각각의 문학작품들을 녹여놓으니 더 쉽게 와닿았다. 신문사에서 「선생님의 글을 보고 독자들이 '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하고 도서관이나 책방으로 뛰어가게 해달라.」 주문했다 한다. 이에 장영희 교수는 자신이 느끼는 책들의 소중함을 솔직하게 전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 흠 짓 했다. 신문사의 요구가 장영희 교수의 글을 통해 제대로 전달된 것이다.

소개된 여러 책들 중 가장 먼저 읽고 싶은 책은 얼마 전에 읽은 『위대한 개츠비』 영문 버전이다. 장영희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주제가 무겁지 않고 영어 문체가 비교적 쉬운 데다가, 무엇보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연애'이야기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내겐 <영어 문체가 비교적 쉬운 데다가>라는 문장만 눈에 확 들어왔다. 바로 서점 앱에 들어가 폭풍 검색을 하고 몇 권의 원서를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다. 꼼꼼히 비교 후 주문하려 한다.


장영희 교수가 척추암 선고받기 전까지 3여 년간 조선일보에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로 연재된 칼럼을 엮은 책이다. 저자에 대한 사전 지식은 암 선고를 받고도 글을 쓰시다 돌아가셨다는 정도였다. 책을 읽다 나온 신체장애에 대한 부분에서 조금 당혹했다. 책 전반에 걸쳐있던 편견에 대한 이야기가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은 장애가 있으면 정신적으로 부족하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선입견이 얼마나 사람을 힘겹게 하는지 공감이 되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였지만 지금은 온전히 읽는 즐거움을 느끼며 읽고 있다. 그 즐거움을 더 넓혀준 책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이다. 책에서 소개한 책을 하나하나 찾아 읽으며 장영희 교수가 가르쳐준 문학 안에서의 치열한 삶을, 투쟁을 그리고 승리를 배우고 싶다. 아직도 가끔 대차게 넘어지면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나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이들에게 꼭 그 숲에 가보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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