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를 쭉 흩어보다 응?! 황혜홀혜? 무슨 말이지 하였다. 책은 단편들을 모아놓아서 어떤 편이던 보고 싶은 작품을 편하게 볼 수 있어 먼저 찾아 읽었다.「황혜홀혜」의 뜻은 '해가 뜨고 지는 때에 뭔가 보인다.'라는 뜻이었다. 얼마 전 명절 시댁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보았던 붉은 노을이 떠올랐다. 해가 뜨기 전 어스름한 새벽녘의 풍경도 함께 기억이 났다. 둘 다 빛에 반쯤 잠겨 오묘한 빛깔의 세상을 만든다. 먼 미래 지구에 일어날 수 있는 예견된 이야기가 새벽의 여명처럼 지금 진짜 시작되려 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붉은 노을의 빛이 점점 사라져가듯 지구도 사라질것이다. 각 나라는 태풍으로, 홍수로, 지진으로, 폭염으로, 추위로 이상 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이 이야기가 선택한 것은 홍수였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곳곳이 물에 잠겨 건물들이 무너지고 물에 잠기고 사람들이 죽는다. 책도 물에 젖기 시작하여 종이책이 거의 없다. 발견되면 귀한 자료는 국립 중앙도서관에 보관된다. 이수와 윤슬은 종이책들을 찾아다닌다. 어느 날 이수의 어머니가 있는 도서관을 간다. 그곳은 도서관이었다. 그러나 평범함 도서관은 아니었다. 책들에는 번호가 있는데 보통 도서 분류인 십진분류법이 아닌 다른 번호로 분류되어 있다. 3501, 3502, 3503과 옆 칸에는 3601, 3605등으로 분류되어 꽂혀 있다. 그 숫자들의 의미를 궁금해하는 윤슬에게 이수는 책의 주인이었거나, 그 책을 좋아했던 이가 죽은 날이라고 한다. 그런 책이 있다. 그 책만 보면 떠오르는 이가 있는 책. 내겐 우동 한 그릇이 그러한다. 어린 날의 하루 중에 엄마에게 선물 받은 책으로 책장 한쪽에 꽂혀있는 책을 볼 때마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엄마가 떠오른다. 책을 보고 펑펑 우는 나를 안아주던 그 품이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