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도서관 소설집 꿈꾸는돌 33
최상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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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항상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 곳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여 학교 도서관은 나의 놀이터였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은 새로운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런 도서관을 주제로 한 이야기라 끌렸나 보다. 「마음 둘 곳 없으면 도서관에라도 와. 네 편이 되어 줄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 꼭 어린 나를 도서관으로 이끌게 했던 말인듯하였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순식간에 모든 것이 변해버려 친구들에게도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하던 나를 유일하게 묵묵히 반겨준 것은 책이었다. 그 속에는 편견이 없었다. 모두가 친구였다. 책을 좋아하시던 엄마의 영향으로 집에도 한국문학전집과 세계문학 전집이 있어고 다양한 동화책들도 있어 책은 늘 가까이에 있었다.


일곱 편의 단편의 저자들의 경력이 화려하다. 한 편의 글의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저자들의 수상 경력은 다양하였다. 주제 글인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의 최상희 작가는 「그냥, 컬링」으로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델 문도」로 사계절문학상을 받았다. 김려령 작가는 「기억을 가져온 아이」로 제3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김해원 작가는 2000년 「기차역 긴 의자 이야기」로 한국일보 동화 부문에 당선, 신현이 작가는 2012년 「새아빠」로 창비어린이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서희영 작가는 2013년 「사림이 살고 있습니다」로 김승옥 문학상을, 허진희 작가는 2015년 「군주의 시대」로 한우리문학상을, 황영미 작가는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로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문학상이 이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았다. 아이들의 초중고 시절 청소년 관련 책을 함께 많이 읽으면서도 작가들의 수상 이력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나 보다. 지금은 예전보다 작가로 등단할 수 있는 여러 문학상이다 다른 방법들이 많아진 것 같다. 그럴수록 더 양질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다.


"나는 책에 영혼이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 그러면 그 사람이 문장으로 남는 거잖아.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 문장으로, 낱말로 남는 거잖아.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을 생각하는 거잖아. 오래오래 생각할 수 있는 거잖아.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P90-91


목차를 쭉 흩어보다 응?! 황혜홀혜? 무슨 말이지 하였다. 책은 단편들을 모아놓아서 어떤 편이던 보고 싶은 작품을 편하게 볼 수 있어 먼저 찾아 읽었다.「황혜홀혜」의 뜻은 '해가 뜨고 지는 때에 뭔가 보인다.'라는 뜻이었다. 얼마 전 명절 시댁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보았던 붉은 노을이 떠올랐다. 해가 뜨기 전 어스름한 새벽녘의 풍경도 함께 기억이 났다. 둘 다 빛에 반쯤 잠겨 오묘한 빛깔의 세상을 만든다. 먼 미래 지구에 일어날 수 있는 예견된 이야기가 새벽의 여명처럼 지금 진짜 시작되려 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붉은 노을의 빛이 점점 사라져가듯 지구도 사라질것이다. 각 나라는 태풍으로, 홍수로, 지진으로, 폭염으로, 추위로 이상 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이 이야기가 선택한 것은 홍수였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곳곳이 물에 잠겨 건물들이 무너지고 물에 잠기고 사람들이 죽는다. 책도 물에 젖기 시작하여 종이책이 거의 없다. 발견되면 귀한 자료는 국립 중앙도서관에 보관된다. 이수와 윤슬은 종이책들을 찾아다닌다. 어느 날 이수의 어머니가 있는 도서관을 간다. 그곳은 도서관이었다. 그러나 평범함 도서관은 아니었다. 책들에는 번호가 있는데 보통 도서 분류인 십진분류법이 아닌 다른 번호로 분류되어 있다. 3501, 3502, 3503과 옆 칸에는 3601, 3605등으로 분류되어 꽂혀 있다. 그 숫자들의 의미를 궁금해하는 윤슬에게 이수는 책의 주인이었거나, 그 책을 좋아했던 이가 죽은 날이라고 한다. 그런 책이 있다. 그 책만 보면 떠오르는 이가 있는 책. 내겐 우동 한 그릇이 그러한다. 어린 날의 하루 중에 엄마에게 선물 받은 책으로 책장 한쪽에 꽂혀있는 책을 볼 때마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엄마가 떠오른다. 책을 보고 펑펑 우는 나를 안아주던 그 품이 너무 그립다.


단편들의 마지막 장들에는 작가의 말이 실려 있다. 작품을 쓰게 된 동기나 글에 담긴 의미 등이다. 작가의 말을 읽고 다시 읽어보면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각 작가들의 개성이 모두 달라서 읽는 내내 도서관 안에 있는듯하였다. 일반적인 도서관이 아니라 때로는 시끌벅적하고, 살금살금 거리고, 숨바꼭질하듯 책을 찾아다니고, 힘겨운 이들에겐 휴식이 되는 곳. 집에서 걸어서 5분 남짓한 곳에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 이사 온 지 3여 년 동안 몇 번 찾아보진 않았다. 어린이 도서관이라 성인 책들이 별로 없어서이기도 하고 상호대차 한 책들을 찾으면 바로 나오기도 하였다. 작가들의 다른 작품이 있는지 도토리를 찾아야겠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자신을 점점 읽어가는 어른들에게도 너무나 위로가 되는 책이다. 누군가에게 힘겨움을 토로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도서관과 그 안에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건네는 손길에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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