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주제 키워드 중 기억에 남아 책의 끝장을 덮고도 여운이 계속된 단어였다. 콜센터는 한번 만났던 고객을 다시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그 한 번의 만남이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는 모르는 것이다.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에는 '인생에 단 한 번뿐인 만남'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만남이 다른 장소 다른 시간대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친정 어머니께서 자주 하시는 말이 있었다. '네가 한 행동이나 말이 모두 너에게만 돌아온다면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 하지만 그 행동과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되돌아갈 수도 있다.'라며 언제나 행동과 말에 신중해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무심코 타인에게 상처 입히는 행동이나 말들이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 신랑, 아이들에게 되돌아온다는 상상을 하면 몸서리 쳐진다. 그럼에도 가끔은 연결이 늦은 콜센터나 곧장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짜증이 불쑥 올라오기도 한다. 이제부터는 「릴랙스」를 속으로 되뇌는 연습을 해 볼까 한다.
하루에 몇 번을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말할까 궁금증이 문득 들었다. 「감사합니다」는 자주 하는 것 같지만 「죄송합니다」는 많이 하지 않으며 「사과드립니다」는 더욱 하지 않는 표현이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보다 사과드립니다는 좀 더 정중하고 묵직한 느낌이 든다. 가끔은 자신의 실수가 아닐 때도 사과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콜센터에서는 더욱 그러한 경우가 많다. 작가는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아도 '이 사람으로서는 이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다.'라고 판단될 때 진심을 담지 않아도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새로운 사과의 이유를 발견하였다 한다. 본인의 실수가 아닌 경우에도 사과를 하여야 할 때가 있다. 늘「진심 어린 사과」라는 말을 강조하지만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과라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더해 이 책이 평범한 말 속에 원석 같은 마음을 숨긴 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