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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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란 삶의 외형이나 행동 방식을 바꿔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인식, 관점, 사고의 틀이 바뀌는 지점에서 성취되는 것임을 훈습 과정에서 체험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27쪽

천천히 손을 씻으며 그들이 내게 건넨 부정적 행동 방식에 자극 받아 나의 내면에서 올라온 부정적 감정들을 씻어 냈다. 그들의 방식에 반응하여 헛되이 나의 감정을 소모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의 행동은 그들의 것이고, 나의 감정은 나의 것이었다. 나는 그저 자신을 잘 보고, 감정을 잘 관리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31쪽

"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불편은 나의 모습이다." -32쪽

내가 힘 있는 성인이고, 생의 모든 문제에 대해 해결하거나 적응하면 된다고 믿는 순간부터 어떠한 상황에 대해서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게 되었다.-36쪽

사자성어처럼 보이는 ‘충탐해판’은 한 리더십 세미나에서 알게된 용어이다. 충고, 탐색, 해석, 판단의 앞 글자를 모은 그 단어는 한데 묶어 놓고 보면 방어의 언어라는 사실이 더 잘 이해되었다. 충고는 자기 생에서 실천해야 하는 덕목들을 남에게 투사하는 것이고, 탐색은 상대에게 존재할지도 모르는 위험 요소를 경계하는 일이었다. 해석은 자기 생각과 가치관을 타인에게 덧씌우는 일이고, 판단은 제멋대로 남들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행위였다. 우리는 누구도 그렇게 할 권리가 없지만, 일상적으로 늘 그렇게 생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41쪽

고집 뒤에 늘 따라붙는 ‘불통’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절묘한지. 편견이나 신념에 사로잡히면 타인과 소통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지혜의 통로가 막히기도 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46쪽

이제 나는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을 가르는 기준을 하나 가지고 있다. 아마추어가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일한다면 프로페셔널은 자기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일을 한다. 아마추어가 타인과 경쟁한다면 프로페셔널은 오직 자신과 경쟁한다. 아마추어가 끝까지 가 보자는 마음으로 덤빈다면 프로페셔널은 언제든 그 일에서 물러설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그 결정적인 차이는 내면에서 느끼는 결핍감 유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80쪽

"시도해 보기 전까지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102쪽

"인생은 어떤 것이 아니라 항상 어떤 것이 되는 기회, 바로 그것이다." (빅터 프랭클)-144쪽

저항 앞에서 물러나느냐 넘어서느냐는 비단 독서 모임이나 정신분석 작업에 국한되는 것만이 아닌 듯했다. 그것은 삶의 문제를 뚫고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와 직결되는 것 같아 보인다. 거듭 직장을 바꾸는 이들은 불안 앞에서 물러서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과 맞닥뜨릴 때마다 사람, 상황, 근무 조건 등을 탓하면서 출발선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독서 모임 여성들을 보면 삶의 열쇠는 불안을 처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말이 더 잘 이해된다. -202쪽

독서 모임이 2년쯤 진행된 어느 날, 사인이는 지하철 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나를, 내 인생을 왜 이렇게 방치하고 있었지?’ 그 말을 한 다음부터 사인이는 조용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아토피를 치료하고, 라식 수술을 하고, 갈등 구조 속에서 고통스럽게 버티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회사와 싸워 퇴직금을 받아 냈고, 전공을 바꾸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실직의 불안을 견뎌 낸 후 적성에 맞고 안정적인 직업을 다시 구했고, 직장에서 연하남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했다. 결혼 초기의 관계 갈등을 잘 처리해 냈고 지금은 아기를 임신 중이다. 사인이는 독서 모임 기간 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인생을 변화시킨 사례에 속한다. 삶의 외형이나 행동을 바꾸어 나갔을 뿐 아니라 심리 내면도 용기 있고 지혜롭게 통찰해 들어갔다. 물론 그 모든 일은 스스로 선택하고 노력하여 이뤄 낸 결과이다.-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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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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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며칠 전에 티브이를 보던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곱디고운 연극계의 거장이 나온 오락프로그램이었다. 그 연극배우는 돈을 벌자고 연극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고, 삼십여 년 동안 한 번도 쉼 없이 무대 위에 올랐다고 소개됐다. 대가를 향한 존경심이 우러나야 당연한데, 마음속에서 시샘이 소리 없이 새어나왔다. 왜 이런 감정이 올라오는지 나도 뜨악했다. 생각해보니 그 이의 고고함 속에서 일상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상의 무게에 짓눌린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구축된 듯한 그 우아함에 배가 아팠던 것이다. 덧붙여, 라면 하나 제대로 못 끓인다는 그 거장의 말에 경계감이 사라지고 웃음이 터졌던 것도 비로소 일상의 존재를 확인했기 때문은 아닐지.


  이 책을 읽고 뜬금없이 그 기억이 떠오른 이유는 아마도 박완서는 그 반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박완서의 글에는 일상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애초부터 거리감이나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는 언제나 누군가의 엄마이고, 이웃이며 일상에서 자유롭지 않은 생활인으로 등장한다. 일례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라는 작품은 손윗동서와 전화 수다의 형식을 띠고 있다. 글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의 심오함은 논외로 하고, 전화수다의 자연스러움만 이야기하자면 박완서에게 그런 일상은 친숙한 것으로 보인다. 돼지꼬리 수화기 선을 손으로 배배꼬며 삼십 분이 넘게 통화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


  여섯 개의 단편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카메라와 워커」였다. 1975년에 쓰인 작품이지만 단연 압권이다. 작가의 작품에서 여러 번 다뤄진 한국전쟁의 아픈 기억이 중심 소재가 되지만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는 개인사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오빠부부가 전쟁통에 비명횡사한 탓에 홀로 남겨진 조카를 키우며 겪었던 갈등을 겪는다. 갈등은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전쟁통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개발독재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은 사회에 순응하며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면 된다고 믿는다. 카메라는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든 조카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주인공의 바람을 상징한다. 하지만 조카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포착하고 주인공의 소신에 반항한다. 워커는 그 상징이다.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사 교과서의 1970년대의 중심내용을 요약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그리고 박완서가 포착한 이 갈등은 지금도 유효한 질문이 아닐까? 박완서의 글이 개인사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역사이며, 일상이 탈색되지 않으면서도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나는 잠을 이기고 밤늦게까지 무엇에 집중을 해본 경험들이 없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피곤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그때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읽다보면 어느새 피곤이 싹 달아나고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졌다. 뭔가 있어보이는 문장 하나를 만들려고 공을 들였지만 내용은 부실한 책들이 많다. 박완서의 글에는 아포리즘은 없지만 쉽게 읽히고, 읽고 나서는 반드시 가슴을 때린다. 정말 모국어로 쓰인 글을 읽는 기쁨을 알게 하는 작가이며,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사실 게으른 탓에 박완서의 작품을 몇 개 읽지 못해 더 이상의 수사를 붙이기가 부끄럽다. 이 기회에 올 해의 목표는 박완서전집을 독파하는 것으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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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 一針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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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책에서 임금에게 간언하는 대목을 보면, 대부분 속 시원하게 왕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고사(古事)를 인용해 돌려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왕의 비위를 맞추려는 소심함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참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오늘의 잘못을 바로 치고 들어가는 방법은 적진으로 돌격하는 것과 같아서 자칫 목적달성도 실패하고, 큰 희생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옛 일의 권위를 빌려서 말하는 것은 적진을 우회하여 포위하는 방법으로, 상대가 순순히 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기 때문이다. 옛 일을 빌려서 이 시대에 하고 싶은 말들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차고술금(借古述今)의 정신이고, 그 어떤 방법보다 매서운 현실참여의 유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현재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문구와 일화를 고전에서 추려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사자성어를 소개하여 독자의 교양수준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라, 매 꼭지마다 사자성어와 함께 현 시대에 대한 지은이의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은 일간지의 칼럼을 모아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짧아서 쉽게 읽히고, 출퇴근 시간 등 짬을 내어 한 꼭지씩 읽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것은 장점이지만, 그 한계도 분명하다.


  우선, 언급하고 있는 사건들은 시의성을 잃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호할 때가 많다. 그리고 사자성어와 그에 대한 설명 이외에 덧붙인 말들이 오히려 중언부언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꼭지가 너무 짧아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대부분의 경우에는 지은이의 말이 일침(一針)이라는 제목과 달리 매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정민이라는 지은이의 명성에 비해 완성도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소득이 있다면 선인들의 삶을 바탕으로 현재 나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연암 박지원의 공작관문고자서(孔雀館文稿自序)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얻고 잃음은 내게 달려 있고, 기리고 헐뜯음은 남에게 달려 있다. [得失在我, 毁譽在人]’ 참 연암다운 패기와 당당함이 느껴지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벗어날까 전전긍긍하고, 실수와 실패가 두려워서 색다른 시도와 도전에 머뭇거리는 나에게 또 얼마나 정신이 번쩍드는 말인지! 실로 일침과 같은 문구였다.


  일상에 젖어서 하루이틀 보내다보면 문득 공허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중요한 결정들도 깊은 고민 없이 습관처럼 해치워버린다. 이런 날들이 누적되어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걷고자 했던 삶의 궤적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매일 몸과 마음을 성찰할 수 있는 준거틀이 필요하다. 이 책이 제시하는 준거틀은 바로 동양의 고전이다. 선인들은 전미개오(轉迷開悟)하여, 심입천출(深入淺出)하란다. 그리고 역경을 만나도 감이후지(坎而後止)라니…! 감히 내가 범접할 경지가 아니지만, 일침과 같은 그 조언들을 받아들여 인격의 한 단계 성장을 기대해본다. 못내 아쉬움이 남는 책이지만 일단의 유익함이 있다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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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 一針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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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몸을 어디 두느냐가 아니라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은 ‘마음이 넉넉해 몸도 따라 넉넉해야지[心足身還足]’, ‘몸은 한가한데 마음은 한가롭지 못한[身閑心未閑]’ 지경이 되면 안 된다.-16쪽

의리의 무거움만 알아 깊은 정을 배제하는 데서 독선(獨善)이 싹튼다. 뼈대가 중요하지만 살이 없으면 죽은 해골이다. 살을 다 발라 뼈만 남겨 놓고 이것만 중요하다고 하면 인간의 체취가 사라진다. 명분만 붙들고 사람 사이의 살가운 마음이 없어지고 보니 세상은 제 주장만 앞세우는 살벌한 싸움터로 변한다.
-21쪽

어떤 사람이 야생 거위를 잡아 길렀다. 불에 익힌 음식을 먹이자 거위가 뚱뚱해져서 날지 못했다. 어느 날인가부터 거위가 음식을 먹지 않았다. 한 열흘쯤 굶더니 몸이 가벼워져서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익李瀷(1681-1763)이 말했다. "지혜롭구나. 스스로를 잘 지켰도다."
-24쪽

모든 일은 애초에 이해를 따지지 않고 바른 길을 따라 행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실패해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다. 이것이 이른바 순순히 바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만약 이해를 꼼꼼히 따지고 계교를 절묘하게 적중시켜 얻으면 속으로는 부끄러움을 면치 못하고, 실패하면 후회를 면치 못 견딜 것이다. 그때 가서 무슨 낯으로 남에게 변명하겠느냐. (이식李植이 아들에게 써 준 편지 중에서)
-29쪽

사람의 그릇은 역경과 시련 속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구덩이에 갇혀 자신을 할퀴고 절망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이가 있고, 물이 웅덩이를 채워 넘칠 때까지 원인을 분석하고 과정을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아 재기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라야 군자다. 소인은 대뜸 남 탓하며 원망을 품는다.
-39쪽

생각에도 종류가 참 많다. 념(念)은 머리에 들어와 박혀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잡념(雜念)이니 염원(念願)이니 하는 말에 그런 뜻이 담겼다. 상(想)은 이미지[相]로 떠오른 생각이다. 연상(聯想)이니 상상(想像)이니 하는 말에서 알 수 있다. 사(思)는 곰곰이 따져하는 생각이다. 사유(思惟)나 사색(思索)이 그 말이다. 려(慮)는 호랑이가 올라탄 듯 짓누르는 생각이다. 우려(憂慮)와 염려(念慮)가 그것이다. 생각은 종류에 따라 성질이 다르므로 어휘에서도 뒤섞이지 않는다. 사려(思慮)는 깊어야 하나 염려(念慮)나 상념(想念)은 깊으면 못 쓴다. 사상(思想)은 따져서 한 생각이 어떤 꼴을 갖게 된 것이다. 곰곰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을 때는 사념(思念)이라 한다.
-51쪽

얻고 잃음은 내게 달려 있고, 기리고 헐뜯음은 남에게 달려 있다. 得失在我, 毁譽在人 (박지원의 공작관문고자서孔雀館文稿自序 중에서)
-70쪽

군자가 택선고집擇善固執함은 그 선택함이 본래 정밀하기 때문이요. 만약 애초에 선택이 잘못되었는데도 굳게 지키는 것만 덕으로 여긴다면 북원적월北轅適越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요. (정약용의 편지 중에서)
-134쪽

묘계질서妙契疾書 순간의 깨달음을 놓치지 말고 메모하라.
-136쪽

해현갱장解弦更張!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꾸어 맨다는 뜻. 어려울 때일수록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에 충실하자는 다짐을 해 본다. 편안함은 예술가들이 빠져들기 쉬운 치명적인 독이자 유혹이다. (허진 교수의 글 중에서)
-140쪽

반듯해도 남을 해치지 않고/ 청렴하되 남에게 상처 입히지 않으며,/ 곧아도 교만치 아니하고/ 빛나되 번쩍거리지 않는다. 方而不割, 廉而不劌, 直而不肆, 光而不耀 (도덕경 중에서)
-158쪽

들리는 명성이야 태산 같은데/가서 보면 진짜 아닌 경우 많네./소문은 도올檮杌(사람을 해치는 흉악한 짐승)처럼 흉악했지만/가만 보면 도리어 친할 만하지./칭찬은 만 사람 입 필요로 해도/헐뜯음은 한 입에서 말미암는 법. (정약용의 고시古詩 중에서)
-184쪽

공자는 충성스러운 신하가 임금에게 간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말했다. 첫 번째가 휼간譎諫이다. 대놓고 말하지 않고 넌지시 돌려서 간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는 사람이 뒤탈이 없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잘하면 큰 효과를 거둔다. 두 번째는 당간戇諫이다. 당戇은 융통성 없이 고지식한 것이니, 꾸밈없이 대놓고 간하는 것이다. 자칫 후환이 두렵다. 세 번째는 강간降諫이다. 자신을 낮춰 납작 엎드려 간한다. 상대를 추어주며 좋은 낯빛으로 알아듣게 간하는 것이다. 우쭐대기 좋아하는 임금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 네 번째가 직간直諫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곧장 찔러 말하는 것이다. 우유부단한 군주에게 필요한 처방이다. 다섯 번째는 풍간諷諫이다. 비꼬아 말하는 것이다. 딴 일에 견주어 풍자해서 말하는 방식이다.
-233쪽

덕위상제德威相濟 덕과 위엄은 균형을 잡아야만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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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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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웃는 얼굴을 한, 겸손한 시민운동가로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자신만만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라야 겸손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걸까? 하긴 겸손과 자신만만은 반의어가 아니기 때문에 겹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마치 새로운 사람을 알게된 듯한 생소함을 느끼게 된다.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까지. 자신이 해온 일들에 대한 자부심, 여태 모아놓은 자료들을 책으로 옮기기 위해 제발 귀양보내달라고 말하는 얄미운(?) 모습까지. 인터뷰집을 읽으면서 이제껏 보지 못한 뭔가 확신으로 꽉 차 있는 사람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가 시장이 된 후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과 같은. 이제 시민운동가라는 위치에서 서울의 행정수반이라는 자리로 옮겨갔는데 그때와 지금의 마음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공무원들이 열정이 없다, 정부가 나서면 일이 안된다는 말도 인터뷰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지금도 그런 생각일까? 정부가 나서서하면 안된다, 무언가 계기만 만들고 유도해서 민간이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말을 인터뷰집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지가 제일 궁금하다. 사회적기업 육성이나 마을공동체 만들기에서 서울시는 과연 민간의 역량을 톺아주는 역할만 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과연 행정부의 역할은 거기에 그치는 것만이 정말 옳은 일일지도.

 

노동부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요. 좌우간 모든 것은 정부가 앞장서면 잘 안 됩니다.(웃음) 정부는 민간이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도하는 일을 해야 되는데요. 정부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이런 일은 할 수 있을 텐데, 정부가 모두 다해버리려고 해요. 갑자기 사회적 기업에 돈을 너무 많이 쏟아붓는 거예요. 부작용이 커질 겁니다. 뭐든지 자립성이 중요해요. - 289

 

  아이디어가 풍부한 박원순 시장이 과연 그 생각들을 어떻게 시정으로 구현해낼지도 관심사다. 일은 아이디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쉽게, 아무렇게나 내놓을 수 있지만 과연 그것이 정책으로 구현되어야 하는지, 정책화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또다른 문제다. 대표적으로 지하철의 손잡이를 키에 맞도록 다르게 만들기는 희망제작소의 작품이지만 과연 그것이 효율적일까? 키높이대로 손잡이를 만들면 지하철의 모든 칸에 큰 키, 중간 키, 작은 키의 사람이 균등하게 들어가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출근길의 지하철만 타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않는가? 정 필요하다면 신축이 가능한 스프링 손잡이를 달아서 누가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손잡이를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좋은 정책은 아이디어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정에도 희망을 심어가는 것을 기대하고 지지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기에,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행정의 효율을 잘 조화시켜서 박시장의 퇴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가 말하는 지속적인 혁명이 조금씩, 조금씩 시나브로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배우는 존재잖아요. 많은 혁명이, 그 혁명이 성공했다 치더라도 반동에 의해 금방 물거품이 되고, 그렇지만 동시에 혁명했던 것이 결코 완전히 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역사는 발전해가잖아요. 온전한 혁명도 없고, 완전히 효과가 없는 혁명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같이 작은 혁명을 해야 된다. 우리가 그런 자세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만, 역설적으로 또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는 혁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해야 되는 거죠. ‘지속적인 열정을 다해서 혁명가의 심정으로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밤낮없이 헌신하는 노력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겉으로 혁명을 외치는 사람들은 말로만 하거든요. 그러면 세상을 바꿔내지는 못하죠.”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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