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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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웃는 얼굴을 한, 겸손한 시민운동가로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자신만만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라야 겸손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걸까? 하긴 겸손과 자신만만은 반의어가 아니기 때문에 겹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마치 새로운 사람을 알게된 듯한 생소함을 느끼게 된다.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까지. 자신이 해온 일들에 대한 자부심, 여태 모아놓은 자료들을 책으로 옮기기 위해 제발 귀양보내달라고 말하는 얄미운(?) 모습까지. 인터뷰집을 읽으면서 이제껏 보지 못한 뭔가 확신으로 꽉 차 있는 사람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가 시장이 된 후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과 같은. 이제 시민운동가라는 위치에서 서울의 행정수반이라는 자리로 옮겨갔는데 그때와 지금의 마음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공무원들이 열정이 없다, 정부가 나서면 일이 안된다는 말도 인터뷰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지금도 그런 생각일까? 정부가 나서서하면 안된다, 무언가 계기만 만들고 유도해서 민간이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말을 인터뷰집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지가 제일 궁금하다. 사회적기업 육성이나 마을공동체 만들기에서 서울시는 과연 민간의 역량을 톺아주는 역할만 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과연 행정부의 역할은 거기에 그치는 것만이 정말 옳은 일일지도.

 

노동부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요. 좌우간 모든 것은 정부가 앞장서면 잘 안 됩니다.(웃음) 정부는 민간이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도하는 일을 해야 되는데요. 정부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이런 일은 할 수 있을 텐데, 정부가 모두 다해버리려고 해요. 갑자기 사회적 기업에 돈을 너무 많이 쏟아붓는 거예요. 부작용이 커질 겁니다. 뭐든지 자립성이 중요해요. - 289

 

  아이디어가 풍부한 박원순 시장이 과연 그 생각들을 어떻게 시정으로 구현해낼지도 관심사다. 일은 아이디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쉽게, 아무렇게나 내놓을 수 있지만 과연 그것이 정책으로 구현되어야 하는지, 정책화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또다른 문제다. 대표적으로 지하철의 손잡이를 키에 맞도록 다르게 만들기는 희망제작소의 작품이지만 과연 그것이 효율적일까? 키높이대로 손잡이를 만들면 지하철의 모든 칸에 큰 키, 중간 키, 작은 키의 사람이 균등하게 들어가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출근길의 지하철만 타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않는가? 정 필요하다면 신축이 가능한 스프링 손잡이를 달아서 누가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손잡이를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좋은 정책은 아이디어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정에도 희망을 심어가는 것을 기대하고 지지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기에,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행정의 효율을 잘 조화시켜서 박시장의 퇴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가 말하는 지속적인 혁명이 조금씩, 조금씩 시나브로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배우는 존재잖아요. 많은 혁명이, 그 혁명이 성공했다 치더라도 반동에 의해 금방 물거품이 되고, 그렇지만 동시에 혁명했던 것이 결코 완전히 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역사는 발전해가잖아요. 온전한 혁명도 없고, 완전히 효과가 없는 혁명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같이 작은 혁명을 해야 된다. 우리가 그런 자세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만, 역설적으로 또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는 혁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해야 되는 거죠. ‘지속적인 열정을 다해서 혁명가의 심정으로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밤낮없이 헌신하는 노력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겉으로 혁명을 외치는 사람들은 말로만 하거든요. 그러면 세상을 바꿔내지는 못하죠.”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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