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침 一針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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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몸을 어디 두느냐가 아니라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은 ‘마음이 넉넉해 몸도 따라 넉넉해야지[心足身還足]’, ‘몸은 한가한데 마음은 한가롭지 못한[身閑心未閑]’ 지경이 되면 안 된다.-16쪽

의리의 무거움만 알아 깊은 정을 배제하는 데서 독선(獨善)이 싹튼다. 뼈대가 중요하지만 살이 없으면 죽은 해골이다. 살을 다 발라 뼈만 남겨 놓고 이것만 중요하다고 하면 인간의 체취가 사라진다. 명분만 붙들고 사람 사이의 살가운 마음이 없어지고 보니 세상은 제 주장만 앞세우는 살벌한 싸움터로 변한다.
-21쪽

어떤 사람이 야생 거위를 잡아 길렀다. 불에 익힌 음식을 먹이자 거위가 뚱뚱해져서 날지 못했다. 어느 날인가부터 거위가 음식을 먹지 않았다. 한 열흘쯤 굶더니 몸이 가벼워져서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익李瀷(1681-1763)이 말했다. "지혜롭구나. 스스로를 잘 지켰도다."
-24쪽

모든 일은 애초에 이해를 따지지 않고 바른 길을 따라 행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실패해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다. 이것이 이른바 순순히 바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만약 이해를 꼼꼼히 따지고 계교를 절묘하게 적중시켜 얻으면 속으로는 부끄러움을 면치 못하고, 실패하면 후회를 면치 못 견딜 것이다. 그때 가서 무슨 낯으로 남에게 변명하겠느냐. (이식李植이 아들에게 써 준 편지 중에서)
-29쪽

사람의 그릇은 역경과 시련 속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구덩이에 갇혀 자신을 할퀴고 절망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이가 있고, 물이 웅덩이를 채워 넘칠 때까지 원인을 분석하고 과정을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아 재기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라야 군자다. 소인은 대뜸 남 탓하며 원망을 품는다.
-39쪽

생각에도 종류가 참 많다. 념(念)은 머리에 들어와 박혀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잡념(雜念)이니 염원(念願)이니 하는 말에 그런 뜻이 담겼다. 상(想)은 이미지[相]로 떠오른 생각이다. 연상(聯想)이니 상상(想像)이니 하는 말에서 알 수 있다. 사(思)는 곰곰이 따져하는 생각이다. 사유(思惟)나 사색(思索)이 그 말이다. 려(慮)는 호랑이가 올라탄 듯 짓누르는 생각이다. 우려(憂慮)와 염려(念慮)가 그것이다. 생각은 종류에 따라 성질이 다르므로 어휘에서도 뒤섞이지 않는다. 사려(思慮)는 깊어야 하나 염려(念慮)나 상념(想念)은 깊으면 못 쓴다. 사상(思想)은 따져서 한 생각이 어떤 꼴을 갖게 된 것이다. 곰곰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을 때는 사념(思念)이라 한다.
-51쪽

얻고 잃음은 내게 달려 있고, 기리고 헐뜯음은 남에게 달려 있다. 得失在我, 毁譽在人 (박지원의 공작관문고자서孔雀館文稿自序 중에서)
-70쪽

군자가 택선고집擇善固執함은 그 선택함이 본래 정밀하기 때문이요. 만약 애초에 선택이 잘못되었는데도 굳게 지키는 것만 덕으로 여긴다면 북원적월北轅適越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요. (정약용의 편지 중에서)
-134쪽

묘계질서妙契疾書 순간의 깨달음을 놓치지 말고 메모하라.
-136쪽

해현갱장解弦更張!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꾸어 맨다는 뜻. 어려울 때일수록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에 충실하자는 다짐을 해 본다. 편안함은 예술가들이 빠져들기 쉬운 치명적인 독이자 유혹이다. (허진 교수의 글 중에서)
-140쪽

반듯해도 남을 해치지 않고/ 청렴하되 남에게 상처 입히지 않으며,/ 곧아도 교만치 아니하고/ 빛나되 번쩍거리지 않는다. 方而不割, 廉而不劌, 直而不肆, 光而不耀 (도덕경 중에서)
-158쪽

들리는 명성이야 태산 같은데/가서 보면 진짜 아닌 경우 많네./소문은 도올檮杌(사람을 해치는 흉악한 짐승)처럼 흉악했지만/가만 보면 도리어 친할 만하지./칭찬은 만 사람 입 필요로 해도/헐뜯음은 한 입에서 말미암는 법. (정약용의 고시古詩 중에서)
-184쪽

공자는 충성스러운 신하가 임금에게 간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말했다. 첫 번째가 휼간譎諫이다. 대놓고 말하지 않고 넌지시 돌려서 간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는 사람이 뒤탈이 없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잘하면 큰 효과를 거둔다. 두 번째는 당간戇諫이다. 당戇은 융통성 없이 고지식한 것이니, 꾸밈없이 대놓고 간하는 것이다. 자칫 후환이 두렵다. 세 번째는 강간降諫이다. 자신을 낮춰 납작 엎드려 간한다. 상대를 추어주며 좋은 낯빛으로 알아듣게 간하는 것이다. 우쭐대기 좋아하는 임금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 네 번째가 직간直諫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곧장 찔러 말하는 것이다. 우유부단한 군주에게 필요한 처방이다. 다섯 번째는 풍간諷諫이다. 비꼬아 말하는 것이다. 딴 일에 견주어 풍자해서 말하는 방식이다.
-233쪽

덕위상제德威相濟 덕과 위엄은 균형을 잡아야만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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