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도 글도 언제나 새로 읽혀야 한다. 10가지 주제로 동서양의 그림들을 새롭게 읽어나가는 두 지은이의 대화가 흥미롭다. 듣다보면, 나도 방석을 들고 몰래 사이에 앉아서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만은 고요하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습관처럼 나는 쪽 번호를 찾고 있었다. 오늘은 얼마나 읽었나, 이제 몇 쪽이 남았나 진도를 체크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사를 오가며 책 읽을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간혹 시간이 생겨도 더 자극적이고, 더 재미있는 오락거리에 마음을 뺏기는 지금, 책 한 권을 읽어내는 일은 또 그렇게 형식적인 행사가 되고 말았다. 왜일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며칠 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한 남성을 떠올리다니. 

    집단 미팅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이는 명문대를 졸업한 꽤 잘나가는 학원 강사인 모양이었다. 그는 여성들과의 만남이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자 카메라를 향해 울분을 토했다. 자기는 “고등학교 때도 무한경쟁 사회 속에서 살았” 으며 시간이 가장 아깝다고 했다. 그리고 연애 따위에 시간을 허비한다면 무한경쟁의 학원계에서 “퇴물이 되고 말” 것이라며 단호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다. 책을 속도전 식으로 읽어내는 내 모습에서 연애에 공들이는 시간마저도 아까워하는 이 남성의 모습을 보았던 걸까? ‘무한경쟁 사회’에서는 책 읽는 것도 얼마나 더 빨리, 더 많이 읽느냐가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죽는다는 평범한 진리 앞에서도 사람들은 각자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는 계속 그 사실을 되뇌며 초조해하고, 누군가는 ‘해가 동쪽에서 뜬다’라는 진리처럼 그저 당연한 듯 잊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 자기 앞에 던져진 시간을 더 아름답게, 의미 있게 채워가는 자세가 더 현명한 것 아닐까. 시간의 흐름에 초조해져서 삶의 참맛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마치 뷔페에 와서 본전이 아까워 배가 불러서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을 지경인데도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는 사람같이, 그렇게 인생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괜히 서설이 길어졌지만, 이 책을 소개하려는 본래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 책은 1년에 책 100권 읽기와 같은 속도 경쟁은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산책하듯 읽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필력도 필력이지만 각각 동양화와 서양화에 조예가 깊은 손철주와 이주은이 열 개의 주제에 대해 주고받은 편지 묶음이다. 편지글이라 논리가 정연하지도 않고 꼭 정답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다양한 동, 서양의 그림들을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지은이들은 이 그림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곁들였지만, 이 또한 정답이 없는 것이라 내가 달리 해석하지 말란 법도 없다. 고전은 늘 시대마다 새롭게 읽혀야 하고 새롭게 쓰여야 하는 법. 여기 나온 그림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나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면 그것 또한 ‘다, 그림’인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특별한 지식을 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통찰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저 교양 있는 분들의 한담을 읽는데 시간을 허비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 ‘무한경쟁 사회’에서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의미 없는 일들이란 없다. 작은 씨앗이 친환경 유기질 비료와 따스한 햇볕만 먹고 아름드리나무가 된 것은 아니다. 지금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중에 뒤돌아보면 모두 내 인생의 얼개를 짜는데 중요한 재료였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책의 마지막 그림,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오르막길」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이 책을 벗하여 천천히 거닐 듯 읽어볼 일이다.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안에서 오는 것이듯, 어떤 책이 한 사람에게 의미 있게 되는 것도 결국 그 사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상상만으로 행복해지는 경우가 있지요. 행복은 마음에 있는 게 맞나 봅니다. ‘Happiness'란 영어가 ’Happen'에서 비롯됐다면서요. 자신에게서 일어난 일이란 거죠, 행복은. 밖에서 온 것은 행복이 아니라 행운입니다. 굴러온 호박이 행운이고, 가지 나무에 열린 수박이 행운이죠. 행복은 바랄 바를 바라는 겁니다. 바라되 분수껏 바라면 행복은 자기 마음의 작용이라 언제는 얻을 수 있지요. - 15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장바구니담기


먹장 같은 울분을 품고 살아도 그 울분이 비가 되어 적시는 광경은 인생에서 파란과 해원의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그렇군요. 햇살을 보려면 먹구름을 참고 견뎌야 하나 봅니다. 그렇군요. 햇살을 보려면 먹구름을 참고 견뎌야 하나 봅니다. 마침 ‘비장悲壯’의 사전적 뜻풀이를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있군요. ‘슬프면서도 그 감정을 억눌러 씩씩하고 장하다.’ 그래서 제가 좋아합니다, 비장한 미학을 말입니다. 억눌러서 장한 아름다움. 제가 혹애하는 그림이 어떤 것인지 이 선생은 이제 아시겠지요.-25쪽

인정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늪에 빠지기 쉽습니다. 손 선생님은 무슨 늪을 겪어보셨나요? 제가 만나본 것은 성실성의 늪이예요. 성실함만으로는 답이 찾아지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성실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상황이지요. 슬럼프인데도 쉬지 않고 오히려 더욱더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끝없이 노력해요. 성실 외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예전엔 즐거워서 하던 일이었는데, 점점 스스로를 잠식하는 고통이 되고 맙니다.-80쪽

단원이 글씨 오른쪽에 호리병 모양의 도장을 찍었는데, ‘빙심氷心’이라 새겨져있습니다.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병에 들어있다네一片心在玉壺’라는 시구에서 따온 말인 즉, 세상이 어떻든 누가 뭐라 하든 단단하고 맑은 심지는 변치 않는다는 뜻이랍니다. 이 선생은 어떠신가요. 저는 저러고 싶습니다. 단원 그림이 제 마음의 자화상이랍니다. 저의 꿈이 야무진 건가요.-108쪽

늙음은 낡음이 아니지만 낡으면 늙습니다. 닳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고집이 세고 견문이 좁으면 낡습니다. 늙음은 나쁘지 않지요. 한낮의 해가 저물면 오히려 노을이 아름답잖아요. 노을은 뒤를 보여주는 반사경입니다. 대낮의 들뜸을 가라앉히지요.-123쪽

재미난 얘기가 있습니다. 선조 대에 예조판서를 지낸 이호민은 흰머리가 나는 족족 뽑았다고 해요. 이를 본 한음 이덕형이 혀를 끌끌차며 퉁을 줍니다. "벼슬이 그만큼 높으면 됐지 뭘 더 바라겠다고 센머리를 뽑습니까." 이호민이 정색하며 대답합니다. "사람을 죽인 놈은 반드시 죽이는 것이 국법입니다. 백발은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을 죽여 온 놈입니다. 저는 법에 따라 처단하는 것입니다."-129쪽

상상만으로 행복해지는 경우가 있지요. 행복은 마음에 있는 게 맞나 봅니다. ‘Happiness'란 영어가 ’Happen'에서 비롯됐다면서요. 자신에게서 일어난 일이란 거죠, 행복은. 밖에서 온 것은 행복이 아니라 행운입니다. 굴러온 호박이 행운이고, 가지 나무에 열린 수박이 행운이죠. 행복은 바랄 바를 바라는 겁니다. 바라되 분수껏 바라면 행복은 자기 마음의 작용이라 언제는 얻을 수 있지요.-153쪽

자족해서 행복합니다. 족足하다는 게 무엇입니까. 한비자가 말했지요. 족함을 아는 것이 족이라고. 『도덕경』에도 나옵니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오래도록 누릴 것이니라.’ 이런 말은 석가도, 묵자도 다 한 얘기입니다. 다함없는 행복은 없습니다. 모자라는 데서 족해야 행복해집니다.-159쪽

‘아름다운 옥일수록 흠집이 많고, 뛰어난 사람일수록 벽이 많다’고 해요. 중국의 문인 장대張岱는 이런 글도 남겼더군요. // ‘사람이 벽이 없으면 사귈 수 없다. 깊은 정이 없기에 그렇다. 사람이 흠이 없으면 사귈 수 없다. 참된 정이 없기에 그렇다.’ -207쪽

조선 한량에게는 마마 호환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지요. 바로 정실입니다. 귀가한 남편의 행색을 두 눈 부릅뜨고 살피지요. 정조 연간의 시인 이옥李鈺은 정실의 눈썰미를 기막히게 표현했습니다. // 술만 마시고 왔다지만 歡言自酒家 // 기생과 논 줄 나는 알아요 儂言自倡家 // 어찌하여 두루마기 소맷자락에 如何汗衫上 // 꽃처럼 연지가 물들었나요 儂脂染作花 // 이 선생에게도 진작 밝혔듯이 저는 일생일업一生一業이 음풍농월吟風弄月입니다. 누가 묻더군요. 어찌하면 오래토록 풍월을 즐길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제가 답했지요. 정실을 두지 않는 게 아니라 연지에 물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23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상정과 노회찬의 탈당. 홍준표의 당대표 당선. <나는 꼼수다>의 히트. 이 모든 것들을 김어준은 이 책을 통해 이미 예언하고 있다. 그의 범상치 않은 풍모에서 이미 도인의 풍모가 느껴지는데 거기에다 예지력(?)까지 더해지니 정말 야사에나 나올 법한 ‘거사(居士)’가 따로 없다. 보통 사람의 시선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외모와 좌중을 뒤흔드는 입담, 호쾌한 웃음에서 엿보이는 자신감, 스스로 ‘무학의 통찰’이라고 표현하는 명석함까지 김어준은 분명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런 모습들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앉은 자리에서 한숨에 읽어버릴 만큼 재미있고 통쾌하다. 한편으로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기도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의의는 단지 현 집권세력에 대한 조롱과 비난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읽는 사람들을 통쾌하게 하고,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뿐, 그것으로 끝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주지 않는다. 이 책의 진정한 의의는 진보세력에 대한 통찰과 고언이다. 진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의 엄격성, 교조성에서 조선 후기 성리학자들의 모습이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 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김어준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타협하고 설득해야 하는 정치의 세계에서 위정척사의 의병장처럼 자신의 선명성과 투쟁성만을 내보이는 것만이 과연 최선의 길인가. 현재의 고통을 치유할 생각보다 오직 역사와 말하겠다, 미래에는 우리의 희생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하는 자세는 독재자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지. 혹은 미움과 불신 때문에 서로 경원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작은 차이 때문에 우리 정치의 큰 틀을 바꿀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초조하고 두려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한마디로 총괄해서 정리하자면, 이념은 서구의 것이되, 그걸 수행하고 주장하는 방식은 여전히 성리학자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거지. - 193쪽
 
   

  물론 현실은 더 복잡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현재에는 실망스러운 결과들이 나중에 되돌아보면 의미 있는 것으로 재평가되기도 한다. 서로 몰아세우지 말고 서두르지도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차분히 이야기를 나눠보자. 충분히 듣고 충분히 생각해보자.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나의 역량이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행운이 아니라 불행의 씨앗이다. 진보세력 전체의 화해와 통합이, 집권할 수 있는 역량이 준비되어있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정치적 기회가 와도 그것은 악몽일 뿐이다. 천천히 하지만 진실하게, 해보자. 쫄지 말자. 정말, 가능, 하다.

   
  카테고리를 어떻게 하면 잘 나눠서 입지와 스탠스를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 자체를 확 갈아엎고 구조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짜는, 그런 근본적인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어. 지금 시대는 바로 그걸 요구하고 있어. 이명박 때문에, 그리고 덕분에, 그런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 찬스를 놓치면 안 돼. 이거 역사적 찬스야. 결핍이 거대한 만큼, 그 크기만큼 거대한 찬스야. 그런데 이런 역사적 찬스에 자기 손으로 그걸 못하잖아, 그럼 시대가 그걸 강제한다. 시대에 떠내려간다. 그럼 죽는 거야. 잉여 되는 거야. 아, 그게 막 보여. (웃음) 이 거대한 흐름이 왜 안 보일까. 안타깝다. (웃음) 자신의 입장이나 처지나 이념이나 이런 거 그만 떠들고, 자기 존재 다 걸고, 맞부딪쳐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해. 그게 진짜 혁명의 자세야. - 30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장바구니담기


한계는 누구나한테 있지. 자연인이면 그걸 받아들이고 그냥 살면 되는데, 정치인이면 그 한계를 잘 숨기거나, 극복하거나, 아니면 거꾸로 그걸 장점으로 바꿀 수 있으면 되는 거지. -17쪽

물론 그걸 다 좇아서 자기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냐. 그것만 좇는 사람들은 또 금방 탄로 나. 하지만 자기 스타일을 유지해도, 그 촉은 있어야 한다고. 사람들이 자길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감각은 분명히 있지만, 자기 스타일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 역시 분명히 알지만, 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만큼 나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다. 그리고 그걸 포기하고 싶지 않다. 만약 그 정도 되면, 오히려 자기 스타일로 사람들을 포섭할 수 있지. 그걸 알지만 개의치 않으면. 하지만 그걸 알지도 못하면서 무시하는 건, 대중정치인으로선 매우 멍청한 거지. 대중의 감각으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능력, 그거 정치인으로선 가장 중요한 자기객관화야. -24쪽

문재인 같은 사람들은 자신을 도구화할 줄 알거든. 유시민, 노무현, 이런 사람들은 어떤 상황 앞에서는 그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도구화한다고. 그래서 이런 식으로 생각이 흐르지. 내가 도구가 되는 게 의미가 있으려면 적합한 도구여야 한다. 출발점이 거기야. 그런데 과연 내가 그런 도구로서의 자질이나 자격이 있는 것인가. 문재인의 경우는 자신에게 그런 자질이 없다고 스스로 진단한 순간, 거기서 딱 정지한 거야. -64쪽

자, 그럼 박근혜의 최대 강점이 뭐냐. 한마디로 사사롭지 않다는 거야. 박근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IMF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어ᄄᅠᇂ게 일군 국가인데. 난 그 일화도 사실이고, 그 눈물도 진심이었다고 생각해. 다만 ‘일궜다’란 동사의 주체가 아버지일 뿐. 박근혜에게 국가는 아버지거든. 그래서 정치는 효도이자 제사라고. 효도와 제사가 사사로울 게 뭐가 있어. 그리고 박근혜에겐 일상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아. 그럴 수밖에 없지. 엄청난 부자니까. -68쪽

자기들 잘못을 정면으로 인정할 수 없는 초라한 정신 세계를 가진 자들이 가장 쉽게 매달리는 사고 패턴이지. 그런 자들은 일이 잘못되면 배후나 음모가 있어줘야 하거든. 그렇지 않으면 자기들이 못난 게 되잖아. 진짜 못난 자들은 자기가 때로 못날 수도 있다는 걸 절대 인정하지 못하거든. 참 하찮지. -104쪽

원래 권력의 진짜 힘은 누군가를 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충분히 칠 만한 정보를 가지고도 치지 않는 데 있는 거거든. 권력이 누군가를 치려고 하면, 원래 같은 편이었던 자들도 사생결단으로 덤빈다고. 하지만 그런 정보를 가지고도 치지 않으면, 그자는 철저한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거지. 그러니까 권력의 진짜 힘은 기소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기소하지 않는 데 있는 거라고. -125쪽

인간은 모두 똑같아. 인간적 욕망과 자괴를 이해해야 문제의 본질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고. 포장에 속으면 안 돼. -133쪽

우리나라에서는 이건희가 감옥 가면 삼성 망한다고 하잖아. 거짓말이야. 이건희가 감옥가면 이건희가 망하는 거지. -160쪽

<조선일보>의 ‘인간 어뢰’ 같은 건 정말 기념비적이지. (웃음) 그 차갑고 어두운 바다 깊은 곳에서 그 말 없는 쇳덩이 어뢰를 홀로 부여안고 오로지 남조선 해방을 위해 한 목숨 던져야만 했던 북한 수병의 애잔한 고뇌를 담담한 붓 터치로 그려낸 북풍 예술의 꽃이라고 단언하는 바이다. 미친 새끼들. (웃음) -177쪽

그래서 내가 항상 진보 정당을 종교 단체에 비유한다고 자신의 권력의지는 어떠하고, 정치적 욕망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ᄄᅠᇂ게 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욕망과 조직의 목표를 어떻게 합치시킬 것인가, 그렇게 정치적 단독자이자 주체로서 사고하지 않는다고. 이념적 책무와 조직적 사명이 먼저라고. 그건 종교 단체의 사제들이나 가질 태도지. (웃음) 아니 이념이 무슨 하느님 말씀이냐고. (웃음) 그냥 인간의 이론이잖아. 사람보다 이론이 먼저면 안 되는 거잖아. 그건 교리나 누릴 위상이잖아. 정치조직이 무슨 가브리엘의 십자군이냐고. (웃음) 왜 절대선인 양 행세하느냐고. 불완전한 인간의 집합이. 그러면서 왜 선명성과 차별성만 강조하냐고. 그게 바로 종교의 자세 아니고 뭐냐고.-191쪽

한마디로 총괄해서 정리하자면, 이념은 서구의 것이되, 그걸 수행하고 주장하는 방식은 여전히 성리학자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거지. -193쪽

대통령의 자질, 세세히 따지자면 얼굴부터 (웃음) 수만가지지만 두 가지만 이야기하자. 먼저 좋은 행정가. 결국 행정을 통해 모든 일이 이루어져. 행정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해. 그건 기본이야. 이명박처럼 만날 공무원 질타를 자기 인기용으로 써먹는 사고로는 절대 안 되지. 이명박이야 모두가 자기 종이니까. (웃음)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균형 감각이야. 행정은 언제나 생활과 관련이 있어. 생활이란 결국 욕망인 거고. 그런데 그 욕망의 주체가 개인만 있는 게 아냐. 기업도 기업의 욕망과 그로 인한 생활이 있거든. 기업뿐이 아니지. 욕망의 주체는 엄청나게 많아. 그래서 욕마오가 욕망이 충돌하는 갈등이 반드시 있다고. 이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균형 감각이야. 행정적 균형 감각이 아니라 철학적 균형 감각. -258쪽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과 애정, 그리고 예의의 문제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과 애정과 예의 없이는, 어떤 이론과 이익으로도, 인간을 위할 수가 없다. -259쪽

연애와 결혼은 단편적인 예일 뿐이고, 우리가 겪는 무수한 일상과 삶의 갈등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자기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 그건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인지 받아들이고 하나의 독립적 인격체가 되어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절차지.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고 나서야 자신만의 균형감각을 획득하는 거다. 내가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 삶의 균형 감각. 이런 말 하면 사람이 꼭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반론할 수 있어. 아니다, 겪어도 모를 순 있다. (웃음) 하지만 겪지 않은 건 아는 게 아니라 아는 척이다. -268쪽

안 되면 할 수 없고. (웃음) 항상 이 자세가 중요해. 안 되면 할 수 없고. (웃음) 그래야 제대로 놀 수 있거든. -304쪽

카테고리를 어떻게 하면 잘 나눠서 입지와 스탠스를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 자체를 확 갈아엎고 구조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짜는, 그런 근본적인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어. 지금 시대는 바로 그걸 요구하고 있어. 이명박 때문에, 그리고 덕분에, 그런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 찬스를 놓치면 안 돼. 이거 역사적 찬스야. 결핍이 거대한 만큼, 그 크기만큼 거대한 찬스야. 그런데 이런 역사적 찬스에 자기 손으로 그걸 못하잖아, 그럼 시대가 그걸 강제한다. 시대에 떠내려간다. 그럼 죽는 거야. 잉여 되는 거야. 아, 그게 막 보여. (웃음) 이 거대한 흐름이 왜 안 보일까. 안타깝다. (웃음) 자신의 입장이나 처지나 이념이나 이런 거 그만 떠들고, 자기 존재 다 걸고, 맞부딪쳐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해. 그게 진짜 혁명의 자세야. -308쪽

미운 걸 정책과 노선의 차이로 합리화하려는 시도라고. 원래 사람이 그래. 먼저 밉고, 그게 감정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려고 논리를 개발하지. -31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