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는 누구나한테 있지. 자연인이면 그걸 받아들이고 그냥 살면 되는데, 정치인이면 그 한계를 잘 숨기거나, 극복하거나, 아니면 거꾸로 그걸 장점으로 바꿀 수 있으면 되는 거지. -17쪽
물론 그걸 다 좇아서 자기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냐. 그것만 좇는 사람들은 또 금방 탄로 나. 하지만 자기 스타일을 유지해도, 그 촉은 있어야 한다고. 사람들이 자길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감각은 분명히 있지만, 자기 스타일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 역시 분명히 알지만, 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만큼 나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다. 그리고 그걸 포기하고 싶지 않다. 만약 그 정도 되면, 오히려 자기 스타일로 사람들을 포섭할 수 있지. 그걸 알지만 개의치 않으면. 하지만 그걸 알지도 못하면서 무시하는 건, 대중정치인으로선 매우 멍청한 거지. 대중의 감각으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능력, 그거 정치인으로선 가장 중요한 자기객관화야. -24쪽
문재인 같은 사람들은 자신을 도구화할 줄 알거든. 유시민, 노무현, 이런 사람들은 어떤 상황 앞에서는 그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도구화한다고. 그래서 이런 식으로 생각이 흐르지. 내가 도구가 되는 게 의미가 있으려면 적합한 도구여야 한다. 출발점이 거기야. 그런데 과연 내가 그런 도구로서의 자질이나 자격이 있는 것인가. 문재인의 경우는 자신에게 그런 자질이 없다고 스스로 진단한 순간, 거기서 딱 정지한 거야. -64쪽
자, 그럼 박근혜의 최대 강점이 뭐냐. 한마디로 사사롭지 않다는 거야. 박근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IMF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어ᄄᅠᇂ게 일군 국가인데. 난 그 일화도 사실이고, 그 눈물도 진심이었다고 생각해. 다만 ‘일궜다’란 동사의 주체가 아버지일 뿐. 박근혜에게 국가는 아버지거든. 그래서 정치는 효도이자 제사라고. 효도와 제사가 사사로울 게 뭐가 있어. 그리고 박근혜에겐 일상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아. 그럴 수밖에 없지. 엄청난 부자니까. -68쪽
자기들 잘못을 정면으로 인정할 수 없는 초라한 정신 세계를 가진 자들이 가장 쉽게 매달리는 사고 패턴이지. 그런 자들은 일이 잘못되면 배후나 음모가 있어줘야 하거든. 그렇지 않으면 자기들이 못난 게 되잖아. 진짜 못난 자들은 자기가 때로 못날 수도 있다는 걸 절대 인정하지 못하거든. 참 하찮지. -104쪽
원래 권력의 진짜 힘은 누군가를 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충분히 칠 만한 정보를 가지고도 치지 않는 데 있는 거거든. 권력이 누군가를 치려고 하면, 원래 같은 편이었던 자들도 사생결단으로 덤빈다고. 하지만 그런 정보를 가지고도 치지 않으면, 그자는 철저한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거지. 그러니까 권력의 진짜 힘은 기소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기소하지 않는 데 있는 거라고. -125쪽
인간은 모두 똑같아. 인간적 욕망과 자괴를 이해해야 문제의 본질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고. 포장에 속으면 안 돼. -133쪽
우리나라에서는 이건희가 감옥 가면 삼성 망한다고 하잖아. 거짓말이야. 이건희가 감옥가면 이건희가 망하는 거지. -160쪽
<조선일보>의 ‘인간 어뢰’ 같은 건 정말 기념비적이지. (웃음) 그 차갑고 어두운 바다 깊은 곳에서 그 말 없는 쇳덩이 어뢰를 홀로 부여안고 오로지 남조선 해방을 위해 한 목숨 던져야만 했던 북한 수병의 애잔한 고뇌를 담담한 붓 터치로 그려낸 북풍 예술의 꽃이라고 단언하는 바이다. 미친 새끼들. (웃음) -177쪽
그래서 내가 항상 진보 정당을 종교 단체에 비유한다고 자신의 권력의지는 어떠하고, 정치적 욕망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ᄄᅠᇂ게 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욕망과 조직의 목표를 어떻게 합치시킬 것인가, 그렇게 정치적 단독자이자 주체로서 사고하지 않는다고. 이념적 책무와 조직적 사명이 먼저라고. 그건 종교 단체의 사제들이나 가질 태도지. (웃음) 아니 이념이 무슨 하느님 말씀이냐고. (웃음) 그냥 인간의 이론이잖아. 사람보다 이론이 먼저면 안 되는 거잖아. 그건 교리나 누릴 위상이잖아. 정치조직이 무슨 가브리엘의 십자군이냐고. (웃음) 왜 절대선인 양 행세하느냐고. 불완전한 인간의 집합이. 그러면서 왜 선명성과 차별성만 강조하냐고. 그게 바로 종교의 자세 아니고 뭐냐고.-191쪽
한마디로 총괄해서 정리하자면, 이념은 서구의 것이되, 그걸 수행하고 주장하는 방식은 여전히 성리학자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거지. -193쪽
대통령의 자질, 세세히 따지자면 얼굴부터 (웃음) 수만가지지만 두 가지만 이야기하자. 먼저 좋은 행정가. 결국 행정을 통해 모든 일이 이루어져. 행정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해. 그건 기본이야. 이명박처럼 만날 공무원 질타를 자기 인기용으로 써먹는 사고로는 절대 안 되지. 이명박이야 모두가 자기 종이니까. (웃음)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균형 감각이야. 행정은 언제나 생활과 관련이 있어. 생활이란 결국 욕망인 거고. 그런데 그 욕망의 주체가 개인만 있는 게 아냐. 기업도 기업의 욕망과 그로 인한 생활이 있거든. 기업뿐이 아니지. 욕망의 주체는 엄청나게 많아. 그래서 욕마오가 욕망이 충돌하는 갈등이 반드시 있다고. 이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균형 감각이야. 행정적 균형 감각이 아니라 철학적 균형 감각. -258쪽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과 애정, 그리고 예의의 문제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과 애정과 예의 없이는, 어떤 이론과 이익으로도, 인간을 위할 수가 없다. -259쪽
연애와 결혼은 단편적인 예일 뿐이고, 우리가 겪는 무수한 일상과 삶의 갈등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자기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 그건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인지 받아들이고 하나의 독립적 인격체가 되어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절차지.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고 나서야 자신만의 균형감각을 획득하는 거다. 내가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 삶의 균형 감각. 이런 말 하면 사람이 꼭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반론할 수 있어. 아니다, 겪어도 모를 순 있다. (웃음) 하지만 겪지 않은 건 아는 게 아니라 아는 척이다. -268쪽
안 되면 할 수 없고. (웃음) 항상 이 자세가 중요해. 안 되면 할 수 없고. (웃음) 그래야 제대로 놀 수 있거든. -304쪽
카테고리를 어떻게 하면 잘 나눠서 입지와 스탠스를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 자체를 확 갈아엎고 구조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짜는, 그런 근본적인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어. 지금 시대는 바로 그걸 요구하고 있어. 이명박 때문에, 그리고 덕분에, 그런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 찬스를 놓치면 안 돼. 이거 역사적 찬스야. 결핍이 거대한 만큼, 그 크기만큼 거대한 찬스야. 그런데 이런 역사적 찬스에 자기 손으로 그걸 못하잖아, 그럼 시대가 그걸 강제한다. 시대에 떠내려간다. 그럼 죽는 거야. 잉여 되는 거야. 아, 그게 막 보여. (웃음) 이 거대한 흐름이 왜 안 보일까. 안타깝다. (웃음) 자신의 입장이나 처지나 이념이나 이런 거 그만 떠들고, 자기 존재 다 걸고, 맞부딪쳐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해. 그게 진짜 혁명의 자세야. -308쪽
미운 걸 정책과 노선의 차이로 합리화하려는 시도라고. 원래 사람이 그래. 먼저 밉고, 그게 감정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려고 논리를 개발하지. -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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