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해준 뜻밖의 여행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6월

'이케아 침대를 사기 위해 무작정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다'

소설 속 주인공의 기상천외한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거창한 계획이나 뚜렷한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이렇게 시작된 여행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어떨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겪으면서 나아가 자신밖에 생각하지 못 했던 이가 앞으로는 다른 이들의 행복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면 말이다. 아마도 그보다 더 값진 여행은 없을 듯하다. 신기한 여행을 하게 되는 파텔을 통해 우리는 그와 같은 뜻깊은 여행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로맹 퓌에르톨라는 이 소설이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인 같지 않은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는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며 다양한 직업을 전전해온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처럼 엉뚱하지만 재미있고 기분 좋은 소설을 써냈다. 이 이야기는 그가 현재 국경 담당 경찰로 근무하면서 겪은 밀입국자들의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어 쓰인 작품이라고 한다. 평소엔 결코 상상해본 적 없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통해 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인도 고행자 파텔은 자신의 수행에 필요한 이케아 침대를 사기 위해 무작정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8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거쳐 드디어 파리에 도착한 파텔은 공항 택시를 잡아타고 무작정 이렇게 외친다. "IKEA!!". 파텔 자신은 인도에서 온 돈 많은 사업가로 보이길 원했지만 택시기사에게 그는 단지 촌티 나고 얼빠진 돈 많은 한낱 관광객에 불과하다. 택시기사는 파텔에게 택시요금을 바가지 씌우기 위해 꾀를 부리지만 오히려 파텔에게 사기를 당하고 만다. 드디어 이케아 매장에 도착한 파텔. 그는 그동안 보지 못 했던 최신식 현대 문물에 눈을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그것은 파리 시민들에겐 그저 일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화적 충격에 휩싸인 것도 잠시 자신의 목적인 이케아 침대를 사기 위해 침대 매장에 도착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침대 가격은 할인된 가격이었다는 점에 당황하지만 자신의 특기를 살려 모자란 돈을 기어코 마련한다. 이제 다음날 주문한 침대를 사기만 하면 끝이다. 날이 밝기만을 바라며 매장 안에 있는 파란 철제 옷장에 몸을 숨기고 잠을 청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옷장은 파리에서 영국으로 배송될 제품이었다는 것. 이때부터 이케아 옷장에 갇힌 채 영국을 거쳐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의도치 않은 그만의 여행이 시작되는데.. 과연 그는 이번 여행에서 자신의 원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뜻밖의 여행에서 의도치 않은 깨달음을 얻는다. 과연 이런 상황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그야말로 소설의 이야기는 기상천외한 모험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케아 옷장에 갇힌 채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 말이다. 어쩌면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파텔과 같은 여행을 꿈꾸지 않을까 싶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두 뒤로한 채 무작정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때 자아 찾기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을 여행하며 지금까지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한 여행. 그것은 결국 자신의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결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엉뚱하지만 유쾌한 인도 고행자 파텔의 신기한 여행 이야기가 내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지 돌아보게 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 홈즈와 모리어티의 죽음에 얽힌 퍼즐, 드디어 풀리다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ㅣ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영국이 낳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은 누굴까.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딱 하나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셜록 홈즈다. 그는 코난 도일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영국 런던을 가면 그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만큼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는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셜록 홈즈 팬이라면 누구나 그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인 코난 도일이 <마지막 사건>을 끝으로 셜록 홈즈 시리즈를 끝내려고 했지만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의 열화가 같은 원성으로 정작 작가인 코난 도일은 죽었지만 셜록 홈즈는 죽지 않았다. 그저 의혹을 남긴 채 잠시 사라졌을 뿐이다. 셜록 홈즈 그가 사라진 이후 지금까지 <마지막 사건>을 둘러싸고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그 의혹을 풀어줄 열쇠는 되지 못했는데 드디어 그 퍼즐의 비밀이 풀린다.

미국에서 극악 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며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범죄 집단이 런던에 상륙하면서 그동안 모리어티 교수와의 교섭을 통해 런던을 새로운 범죄 행각을 위한 무대 삼으려고 한다. 미국의 핑커턴 탐정 사무소에서 파견된 프레더릭 체이스는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기 전 먼저 셜록 홈즈와 모리어티 교수의 최후의 대결이 벌여졌던 스위스 마이링겐의 라이헨바흐 폭포를 찾아 모리어티 교수의 죽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곳에서 역시 모리어티 교수의 죽음을 수사하기 위해 온 런던 경시청의 애설니 존스 경감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클레런스 데버루가 이끄는 범죄 집단이 모리어티 교수와 교섭을 시도했다는 단서를 잡기 되고 두 사람은 앞으로 런던에서 일어날 범죄 행각을 막기 위해 협동 수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셜록 홈즈와 모리어티 교수의 죽음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되는 이번 수사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코난 도일 재단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작가인 앤터니 호로비츠에 의해 셜록 홈즈와 그의 숙적인 모리어티 교수의 죽음에 관한 비밀의 열쇠가 드디어 풀렸다.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은 그 사건 후를 이야기한다. 단, 셜록 홈즈의 사건을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던 그의 오랜 친구 왓슨 박사가 아닌 아닌 어느 한 탐정​에 의해서 그동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동안 우리가 접해왔던 셜록 홈즈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셜록 홈즈와 얽힌 이야기를 전해 듣는 기분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코난 도일에 의해 우리가 접했던 셜록 홈즈가 과거라면 앤터니 호로비츠에 의해 펼쳐지는 이야기는 미래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오랜 공백기를 가졌던 셜록 홈즈의 부활이라는 표현이 어쩌면 더 적당할지 모르겠다.

자그마치 100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왔다고 해야 될까. 전 세계의 셜록 홈즈 팬들을 애태워도 너무 애태운 건 아닐까. 그런 만큼 코난 도일 재단 공식 인정 작가인 앤터니 호로비츠가 펴낸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보나 셜록 홈즈 시리즈의 최고 인기를 누리지 않을까 싶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출간될 시리즈에서 셜록 홈즈와 모리어티 교수의 대격돌이 기대다 된다. 과연 두 사람은 어디에서 어떻게 재회를 하게 될지 그 궁금증에 대한 대답은 오직 앤터니 호로비츠에게 달린 듯하다. 퍼즐이 풀림과 동시에 쏟아지게 될 이야기보따리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페이스 오프 - 미션 임파서블, 스릴러 소설계의 드림팀의 탄생

페이스 오프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스릴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선호하는 작가와 작품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작가만이 갖고 있는 개성과 그가 만들어낸 소설 속 캐릭터의 매력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스릴러소설 마니아라면 아마도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하나의 작품에서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상상 말이다. 사실 그런 상상은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가 아닐까 한다. 그 첫 번째는 각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주인공의 스타일이 달라 한 작품에서 캐릭터들의 개성과 매력을 동시에 살리면서 더불어 독자들이 원하는 재미까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일 테고 두 번째로는 저작권과 같은 문제로 스릴러소설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의 상상과 바램이 이루어졌다. 바로 이 책이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코넬리, 데니스 루헤인, 제프리 디버, 리 차일드. 이름만 들어도 단숨에 감탄사가 나올법한 작가들이다. 전 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스릴러 소설계의 유명한 작가들이다. 그들과 더불어 총 23명의 내로라하는 스릴러 소설 작​가들이 만나 그들이 만들어낸 전설적인 캐릭터들을 하나의 소설 속에 등장시켰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가능을 가능케 했던 그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 힘은 국제 스릴러 작가 협회를 통해 발현되었다. 국제 스릴러 작가 협회는 전 세계 25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며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스릴러 작가 모임이다. 이 책의 편집을 맡은 데이비드 발다치를 통해 23명의 작가들이 서로 짝을 이루어 자신의 소설을 기부 함에 따라 총 11편의 이 세상에 두 번 다시없을 스릴러 소설을 탄생시켰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는데 망설일 수도 있겠다. 스릴러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낯선 작가와 캐릭터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그것은 지나친 기우였음을 깨달을 것이다. 11편의 새로운 스릴러 소설을 접하기 앞서 해당 작품이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되었고 작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처음 접하는 소설 속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간략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따라서, 그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즐기는 것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몫일 것이다.

이 책에 실린 11편의 소설들은 짧지만 강력하다. 캐릭터의 개성을 죽이지 않으면서 각 캐릭터들이 만나 어떻게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지를 여감 없이 보여준다. 단편들의 모음이지만 책에 빠지는 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전까진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이 만나지 못한 점이다. 그들의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던 만큼 그가 소설 속에 녹여낸 두 명의 캐릭터는 정말 압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그 두 사람이 만났다면 어떤 사건을 갖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바램이 있다면 먼 훗날 이번과 같은 임파서블 한 미션이 다시 한번 실행되었으면 한다. 그땐 해리보슈와 링컨 라임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서 말이다.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 기행 - 동양에 자리잡은 서양 미술 세계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 기행 - 세계 최고 명화 컬렉션을 만나다
노유니아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6월

가깝고도 먼 나라.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온천이 유명한 나라.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나라.

배우 기무라 다쿠야가 살고 있는 나라​.

내가 일본을 기억하는 이유들이다. 일본은 한국과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예전 문화개발이 이루어지기 전과 달리 이제는 일본을 찾는 한국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젊은층뿐만 아니라 장년층과 노년층도 일본을 많이 방문한다. 우리가 일본을 방문하는 목적은 각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친구와 함께 배낭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녀들을 통해 효도관광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온천여행, 스키여행 등등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미술관 관람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하물며 서양 미술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서. 그런 사람들에게 오히려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되묻지 않을까 싶다. '엥? 웬 미술관 관람? 그러려면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가야지~'.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나도 그렇게 묻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아니 왜 서양 미술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일본을 간단 말인가. 지극히 동양적인 문화를 지닌 일본에 서양 미술 작품이 얼마나 있다고. 하지만, 웬걸 이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무지였다. 비행기로 3시간 남짓 걸리는 일본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많이 소장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본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 유명 미술관을 보유한 나라 못지않게 많은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피카소, 르네, 모네, 고갱, 고흐, 르누아르부터 미술계의 이단아 키스 해링까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말이다.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일본의 해외 유명 화가들의 컬렉션을 수집해온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동양 문화 속에 자리 잡은 서양 미술 컬렉션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일본에 거주하며 남편과 아이와 함께 일본 내 유명 미술관을 직접 관람하면서 미술관과 그곳에 소장되어 있는 여러 서양 미술 작품들을 소개한다. 도심 속에 자리 잡은 미술관과 더불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미술작품들을 감사할 수 있는 전원형 미술관 그리고 놓치면 아쉬운 미술관들까지 보너스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 서양 미술 기행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미술작품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안목에 감탄하게 된다. 이보다 훌륭한 가이드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독자들은 그저 저자와 함께 멋진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보고 싶은 미술관을 꼽자면 해발 1,000미터 휴양지 고부치자와에 자리하고 있는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이다. 미술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키스 해링.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그의 작품은 한 번쯤 봤을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이렇게 컬렉션 미술관에서도 감상할 수 있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지하철이나 도심 속 외벽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플하면서도 독특한 그의 그림이 이상하게 끌리는 이유는 아마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키스 해링, 그에게 이 세상은 커다란 캔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미술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사실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거장들의 그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냥 그렇게 미술작품들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미술관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작품들을 보면서 화가들의 작품 의도를 파악하고 분석할 정도의 내공은 아직 내게 무리다. 하지만, 그림은 그림을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이해가 가능하기에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그저 그림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느끼는 평안이 그저 좋을 뿐이다. 이번 기회에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소식에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내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였는데 더더욱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준 책이다. 그림을 좋아하고 더불어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다음에 일본으로 서양 미술 기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싶다. 단, 그전에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본 후에 떠나기를 바란다.

화정 정명공주 -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지혜와 관용의 처세술

화정, 정명공주 - 빛나는 다스림으로 혼란의 시대를 밝혀라
신명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5년 6월

MBC 창사 54주년 특별기획으로 제작되어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화정이 인기다. 화려한 드라마 출연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듯하다. 그와 더불어 드라마 속 주인공인 정명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7세기 조선왕조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 중심에 정명공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람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조선 왕실 역사 전문가들의 정명공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책들이 여럿 출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있다. 국내 조선 왕실 역사 전문가인 신명호 교수가 쓴 이 책 <화정, 정명공주>가 바로 그 책이다.

'빛나는 다스림'이라는 뜻을 지닌 화정은 17세기 조선 왕실의 정명공주가 서궁 유폐 시절 비통해하는 어머니 인목대비를 위해 지은 서예 대작이라고 한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달리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17세기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여인이 쓴 것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강한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정이라는 말 뜻에 드러나는 것처럼 정명공주가 살았던 그 당시 조선은 온갖 궁중 모략과 암투가 난무하는 암울한 시기였다. 그 험난한 역경 속에서도 정명공주는 오래도록 장수하며 많은 자녀를 두었고 그 후손들까지 영화를 누렸다. 이를 두고 후세의 사람들은 그녀를 가리켜 오복을 누린 공주라고 칭송하고 있다.

17세기 조선 왕실에서 공주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지혜롭고 총명했던 정명공주. 그녀는 선조의 사람을 듬뿍 받았음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어 동생인 영창대군이 태어남에 따라 세자 광해군의 극심한 견제를 받게 된다. 이때부터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시작된다. 아버지 선조의 죽음, 측근 궁녀들의 배신, 동생 영창대군의 죽음까지 과연 조선 왕실 내 그녀의 편이 있긴 했던 걸까 싶을 정도로 힘겨운 삶이 계속된다. 광해군의 핍박과 내신들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지혜롭게 자신에 대한 처신을 바로 한 것은 어쩌면 훗날을 대비한 것은 아니었을까. 인조반정으로 시작된 광해군을 향한 정명공주의 처절한 복수로 말미암아 그녀가 겪어온 험난한 여정을 끝맺는다. 인조 이후 효종을 비롯한 현종, 숙종은 정명공주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추었고 후세의 사람들에게 칭송받게 된 것은 어쩌면 그녀가 힘든 삶을 꿋꿋이 버텨내고 이룩한 결과물은 아니었을까.

먼 후손인 우리가 정명공주의 삶을 통해 배울 점은 무엇일까. 바로 험난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장수하며 끝내 오복을 누린 그녀의 지혜와 관용의 처세술이 아닐까 싶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들을 보면 작은 역경에도 금방 포기하고 좀 더 쉬운 일을 찾거나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해보고자 노력하는 대신 포기를 해버리는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갈고닦으며 현재의 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처신했던 정명공주의 삶을 보면서 그동안 그렇게 해오지 못 했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 듯하다. 기회와 더불어 복이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명심해야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