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복 부르는 EFT
최인원 지음 / MBS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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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많고 많은 복 중에 가장 갖고 싶은 것 하나만 고른다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라고 했다. 헌데, 그 진리와도 같은 말씀은 돈복에 1위 자리를 내주고야 말았다. 그렇다. 앞서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복을 원할 것이다. 물질만능주의,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돈, 돈, 돈 외쳐되며 살아가는 모양새는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지만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이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 했던가. 기왕지사 돈에 매여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라면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속으로는 누구보다 원하면서 겉으로는 관심 없는 척 내숭 떨지 말자는 얘기다. 돈이든 그 무엇이든 관심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란 녀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잘 알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돈복이란 결코 어느 순간 행운처럼 저절로 굴어 들어오지 않는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돈복은 생겨난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돈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을 경험했다. 누구보다 돈의 간절함을 느꼈고 누구보다 그 필요성을 깨달은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일만 하셨던 부모님이었지만 가계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 또한 성인이 되어 개업한 한의원은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며 이래저래 7억에 가까운 빚더미만 어깨에 짊어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죽더라도 뭔가는 해보고 죽자는 심정으로 자신과 같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해낸 인물을 찾아보게 된다. 그렇게 해서 결국 만나게 된 것이 바로 나폴레온 힐의 『생각으로 부자가 되어라 Think And Grow Rich』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500명의 미국 최고의 부자들을 20년 동안 인터뷰하여 부자가 된 비결을 13가지 원칙으로 정리한 책이었다. 책의 저자인 나폴레온 힐 또한 그 비결을 통해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열망, 믿음, 확언, 전문 지식, 상상, 체계적 계획, 결단, 끈기, 협동, 성적 에너지의 승화, 무의식 활용, 두뇌의 활용, 육감. 13가지 '부의 비결'이란 다름 아닌 이것이다. 돈과는 전혀 무관한 것들이다.

이 책은 저자가 깨달음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EFT라는 방법으로 어떻게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담고 있다. EFT란 쉽게 말해 우리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신체 에너지 시스템이 혼란된 것이라고 전제하며, 특정 경혈을 두드림으로써 신체 에너지 시스템의 혼란을 해소해 치유하는 기법을 말한다. 한의사인 저자는 EFT를 이렇게 표현한다. 'EFT는 마음을 치료하는 침술이며 몸을 치료하는 침술이며 침을 사용하지 않는 침술이다.' 돈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마음 즉, 돈을 밀어내는 마음을 경혈을 두드림으로써 신체 에너지를 안정시켜 긍정적인 마음으로 변화시킨다. 앞서 말한 부의 비결은 모두 긍정적인 마음을 향한 것이다.

생소한 EFT라는 치유법을 통해 내 안에 있는 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 냄으로써 ​돈복을 불러온다는 게 어쩌면 허무맹랑하게 여겨질지 모르겠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책에 나온 데로 경혈을 두드리며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한 확언을 반복했더니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이다. 믿지 못하겠으면 한번 해보기 바란다. 그동안 돈에 얽매여 살면서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면 이제는 떨쳐내보자. <돈복 부르는 EFT>가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명심해야 될 것은 EFT를 통한 확언이 나에게 돈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미 눈치챘겠지만 '부의 비결'은 확언과 동시에 자신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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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이해하는 군주론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 1
김경준 지음 / 생각정거장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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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고전 중의 고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지만 어려울 것만 같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책이다. 그런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된 건 그야말로 행운이 아닐까 싶다. 500여 년 전 르네상스 후기에 쓰인 이 책이 현대에 이르러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속에 담겨 있는 교훈이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바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고전으로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군주론>을 읽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사실 이 책은 르네상스 후기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 신분이었던 마키아벨리가 메디치 가문의 새로운 군주에게 자신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글이다. 한 나라의 외교관으로서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온 그였기에 군주로써 갖추어야 할 자질과 역량, 책임과 소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 누구보다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볼 줄 알았던 그였기에 그가 쓴 <군주론>은 이상보다는 진상을 추구한다. 이상만을 쫓는 리더는 결코 현실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 점을 마키아벨리니는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대한 시각은 읽은 사람마다 엇갈린다. 대개의 경우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은 채 비난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 한편으론 숭고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냉혹한 현실을 다루기 위한 이상론으로 여긴다. 르네상스부터 지금까지 <군주론>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지 않은 채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21세기 현대사회에서 <군주론>이 새롭게 조명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어떻게 사는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와 분명 다르다는 대목과, 군주는 관념적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 '진상'을 이해하고 추구해야 한다는 대목은 <군주론>의 핵심 관점이다. ​

이 책은 현대인들이 읽기엔 다소 난해하고 산만할 수 있는 <군주론>을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내용들만 발췌하고 그에 저자가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한 글을 덧붙였다. 총 26장으로 나뉘어 핵심을 훑는다.

다정히 안아주거나 짓밟거나

한번 적이 되면 끝까지 적이다

잔혹한 수단은 단 한 번으로 족하다

항상 군주를 필요로 하게끔 만들어라

방어력이 최우선이다

필요에 의한 무력은 신성하다

내 군대만이 진짜 힘이다

이상보다는 진상을 추구하라

때로는 인색함이 더 이롭다

좋은 성품을 '갖춘 척'하라

선행이 원한을 부르기도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필요하다

어중간한 중립은 파멸을 부른다

하늘이 맑을 때 폭풍에 대비하라

총명한 몇몇에게만 조언할 권한을 줘라

운명은 과감한 행동가에게 호의적이다

마키아벨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리더상은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필요하다면 무력을 행사할 줄도 알아야 하며 때로는 인색할 줄 아는 것이 오히려 더 이로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리더로서 결정권을 갖고 있음에도 충언을 할 조언자를 두어야 함도 잊지 않는다. 단, 모든 이들에게 조언할 권한을 주기보다 리더가 신뢰하는 몇 명에게만 그 권한을 위임할 것을 당부한다. 이로써 이해타산만 생각하는 아첨꾼들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주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리더로서의 힘을 가져야 함도 당부한다. 리더의 권위를 지키고 말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선 자신의 입지가 강건해야 함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역량, 시대정신, 운명의 세 가지로 이해했다. 역량은 사물을 파악하는 지력, 위기에 굴하지 않는 용기, 사람을 보는 안목, 개인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는 활력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시대정신은 동시대에 필요한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설정해 추진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군주론>에 담긴 참뜻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상과 진상의 차이를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군주론>에서 말하는 진정한 리더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을 갖추면서 때로는 과감히 고정관념의 틀을 깨부술 줄 아는 리더다. 어쩌면 답답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리더라 칭하는 이들에게 자만에 대한 경종과 깨달음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책이 바로 <군주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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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광, 나만의 생각 - 주변인의 삶에서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사는 생각법
김태광 지음 / 시너지북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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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그중 하나가 책 제목의 끌림이다. 말하자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의 강렬한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후 책 제목의 부제와 뒷면의 추천사를 보고 저자 소개를 보는 식이다. 이렇게 선택한 책은 대부분 재미있게 읽는다. 하지만, 매번 탁월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내 기준에 부합하는 책을 골랐지만 외려 내용은 조잡하고 전혀 공감되지 않으며 읽기에도 힘든 그런 책들도 있다.

이 책 또한 그렇게 해서 고르게 된 책이다. '나만의 생각'이란 말이 갖는 의미가 궁금했고 저자 소개를 통해 김태광이라는 작가의 화려한 프로필을 보고 나니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가 겪었던 시련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나만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나만의 생각'이란 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책에 저자의 성공 비결이라도 들어있는 걸까. 호기심을 가득 안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200권의 책을 펴낸 작가는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신들린 작가이자 강사,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의 그런 그에게도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은 있었다. 지치고 쓰러질 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워준 것은 다름 아닌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겠다'라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누구나 자신 앞에 펼쳐질 인생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목표로 삼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 아닌 것이 그 이유다.

이 책에서 저자는 희망과 사랑, 행복 그리고 열정을 얘기한다. 네 가지 테마를 주제로 하면서 그 주제에 맞는 여러 이야기들로 읽는 독자로 하여금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돕는다. 나만의 생각을 나만의 목표로 삼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바로 '나는 안될 거야', 나는 못해', 나는 할 수 없어', '나 같은 게 어떻게'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은 집어치우고 '나는 할 수 있어', '난 반드시 해내고 말 거야'와 같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채워나갈 것을 당부한다.

때론 위로와 격려보다 작은 감동이 있는 짧은 이야기 하나가 내 몸과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이 책에 담겨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바로 그렇다. 생각 없이 읽는 와중에도 내 안에서 무언가 끓어오름을 느낀다. 나를 희망차게 하고 나를 사랑하게 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내 안의 열정을 샘솟게 만든다. '나만의 생각'으로 진정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고 있는 저자를 따라 이제 숨겨놓은 당신과 나의 생각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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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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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 2부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본격적인 출간에 앞서 가제본으로 미리 만나본 <풀잎관> 제1권. 역시나 기대 만발이다. 1부 <로마의 일인자>에 이어 한층 더 흥미롭게 재미있다. 1부 <로마의 일인자>가 마리우스 전성기와 술라의 태동을 그려냈다면 2부 <풀잎관>은 숨겨진 술라의 야심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기다. 그와 동시에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의 중심인물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어린 시절 모습도 볼 수 있다.

<로마의 일인자>에서의 예언처럼은 아니지만 6번이나 집정관을 지낸 마리우스. 이제 그는 차기 집정관 후보자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나이가 되었다. 그와 더불어 점점 쇠퇴해져가는 그의 정신력은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개인적으로 <로마의 일인자>를 보면서 술라 못지않게 매력적인 인물이었던 마리우스의 모습이 못내 아쉬웠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시간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인 듯하다. 그와 달리 술라는 여전히 매력적인 남자다. 젊었을 때와는 달리 그의 매력은 농후해졌고 위험해 보인다. 그 누구보다 야심이 많은 남자 술라지만 뜻대로 잘 되진 않는다. 그의 매력 포인트는 곧 그의 야심에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로마 역사에 놓인 그 남자의 운명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가 로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로마 역사에 재미를 붙여준 사실만큼은 인정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비교해보자면 마스터 오브 로마 2부 <풀잎관> 시리즈는 <로마인 이야기>의 3부와 4부 초반부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즉,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까지의 이야기다.

카이사르 집안의 여자 율릴라와의 결혼을 통해 정통성을 확립하게 된 술라가 그동안 마리우스 휘하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신의 힘으로 로마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 나아가는 자리다. 율리라가 자신에게 풀잎관을 씌워줬던 그 순간부터 술라는 오직 하나만을 바라보고 나아간다. 그러면서 자신의 길에 방해가 되는 것은 모조리 밟아버린다. 그 누구가 그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술라에게 느낀 매력이 섬뜩함으로 점차 변해간다고 해야 될까. 인간의 야심이 얼마나 인간은 무섭고 잔인하게 변모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풀잎관>을 읽는 중에 앞으로 나오게 될 이 시리즈가 기대가 되는 점이 바로 카이사르와 키케로의 등장이다. 로마 역사의 기반을 다진 위대한 두 인물의 어린 시절의 모습은 예상을 뛰어넘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카이사르의 개방적인 영민한 모습은 향후 그가 어떤 인물이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하고 키케로의 수다스러운 모습은 그가 미래 변호사가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콜린 매컬로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계속해서 출가된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에서 두 사람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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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의 계보 - 2015년 제3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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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고 말하곤 한다. 맞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하고 물어보면 '그렇다'라고 쉬이 대답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인데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내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한다는 것은 반증인 걸까? 어떤 면에선 또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알쏭달쏭 애매모호하다. 마치 우리네 인생이 그러한 것처럼.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 씨 가문 4대인 김유진. 하지만, 이야기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열등 계보의 시작인 증조부에서 시작한다. 자랑스러운(?) 열등 계보의 꼭대기는 바로 김 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無 없을 무 외자를 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것 없이 태어난다지만 이름까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의 無는 너무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단지, 김녕 김 씨 충무공파라는 점 하나밖에 내세울게 없는 그런 사람이다.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간다. 장가 한번 가는 게 소원인 소박한 사람에게 가족들은 생계를 위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꿈에서조차 조상들이 나타나서 다그친다. 그렇게 집을 나서면서 김 씨 일가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찌어찌하여 하와이 사탕수수밭 이민 노동자가 된 김 무에 이어 그의 아들 조부 김성진. 일제 강점기를 지나 조국의 해방 소식에 귀구하지만 그 또한 그의 아버지와 별다른 것 없이 부유한 삶과는 반대의 삶을 살아간다. 새로 시작한 담배 장사가 라이벌에 밀려 쪽박을 차버리게 된 것이다. 영락없는 거지가 되어 기어든 판자촌. 그곳에서 김 씨 가문 3대가 태어난다. 김철호. ​아버지의 가출과 어머니의 자살로 부모를 잃게 된 철호. 설상가상 일하던 공장에서 임금까지 떼인다. 참을 수 없던 철호는 오랜 친구인 용역 깡패 두한을 찾아간다. 그때부터 철호의 인생은 밤하늘에서만 빛나기 시작한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비의 죽음 앞에서 ​시간을 보내던 열등 계보의 마지막 주인공 유진. 그 앞에 조부인 성진이 나타나게 되고 그의 입을 통해 지나온 4대에 걸친 가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로써 파란만장한 열등 계보 역사가 밝혀진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삶의 반전이 시작되기에 이른다.

<열등의 계보>라니 책 제목부터가 재미를 유발한다. 먼지 모르지만 큭큭큭 웃게 만들만한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다. 그런데 소설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을 짐짓 진지하게 만들어버린다. 이 소설의 저자는 부산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그런 그가 독자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사는가?' 소설의 첫 문장을 이렇게 철학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4대에 걸친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가족 구성원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두 명만 모여도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바로 너와 내가 사는 인생 이야기다. 인생 이야기만큼 긴장감 넘치고 스릴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없다. 그 많고 많은 썰을 4대에 걸쳐 풀어놓았으니 얼마나 재미있으랴. 이처럼 기구한 가족사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 어이없음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난 시점에서 다시 한번 소설의 첫 문장을 음미해본다. 지금 나는 내 인생을 살고 있나​.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 그게 우리네 인생 아닐까. 지나온 과거가 비극이든 희극이든, 열등이든 우등이든 그게 다 무슨 상관이랴.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지금의 내 인생이 중요한 것 아닐까. 철학과 콩트를 넘나드는 재미난 소설이다. 웃으며 책을 덮었지만 생각이 깊어지는 그런 소설이랄까. 4대에 걸친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주저 말고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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