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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이해하는 군주론 ㅣ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 1
김경준 지음 / 생각정거장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고전
중의 고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지만 어려울 것만 같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책이다. 그런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된 건 그야말로 행운이 아닐까
싶다. 500여 년 전 르네상스 후기에 쓰인 이 책이 현대에 이르러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속에 담겨 있는 교훈이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바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고전으로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군주론>을 읽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사실 이 책은 르네상스 후기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 신분이었던 마키아벨리가 메디치 가문의 새로운 군주에게 자신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글이다. 한 나라의 외교관으로서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온 그였기에 군주로써 갖추어야 할 자질과 역량, 책임과 소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 누구보다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볼 줄 알았던 그였기에 그가 쓴 <군주론>은 이상보다는 진상을 추구한다.
이상만을 쫓는 리더는 결코 현실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 점을 마키아벨리니는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대한
시각은 읽은 사람마다 엇갈린다. 대개의 경우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은 채 비난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 한편으론 숭고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냉혹한
현실을 다루기 위한 이상론으로 여긴다. 르네상스부터 지금까지 <군주론>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지 않은 채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21세기 현대사회에서 <군주론>이 새롭게 조명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어떻게 사는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와 분명 다르다는 대목과, 군주는 관념적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 '진상'을 이해하고 추구해야 한다는 대목은
<군주론>의 핵심 관점이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읽기엔 다소 난해하고
산만할 수 있는 <군주론>을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내용들만 발췌하고 그에 저자가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한 글을 덧붙였다. 총 26장으로
나뉘어 핵심을 훑는다.
다정히 안아주거나
짓밟거나
한번 적이 되면 끝까지
적이다
잔혹한 수단은 단 한 번으로
족하다
항상 군주를 필요로 하게끔
만들어라
방어력이 최우선이다
필요에 의한 무력은
신성하다
내 군대만이 진짜
힘이다
이상보다는 진상을
추구하라
때로는 인색함이 더
이롭다
좋은 성품을 '갖춘
척'하라
선행이 원한을 부르기도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필요하다
어중간한 중립은 파멸을
부른다
하늘이 맑을 때 폭풍에
대비하라
총명한 몇몇에게만 조언할 권한을
줘라
운명은 과감한 행동가에게
호의적이다
마키아벨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리더상은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필요하다면 무력을 행사할 줄도 알아야 하며 때로는 인색할 줄 아는 것이 오히려 더 이로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리더로서 결정권을 갖고 있음에도 충언을 할 조언자를 두어야 함도 잊지 않는다. 단, 모든 이들에게 조언할 권한을 주기보다
리더가 신뢰하는 몇 명에게만 그 권한을 위임할 것을 당부한다. 이로써 이해타산만 생각하는 아첨꾼들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주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리더로서의 힘을 가져야 함도 당부한다. 리더의 권위를 지키고 말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선 자신의 입지가 강건해야
함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역량, 시대정신, 운명의 세 가지로 이해했다. 역량은 사물을 파악하는 지력, 위기에 굴하지 않는 용기, 사람을 보는 안목, 개인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는 활력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시대정신은 동시대에 필요한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설정해 추진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군주론>에 담긴 참뜻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상과 진상의 차이를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군주론>에서 말하는 진정한 리더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을 갖추면서 때로는 과감히 고정관념의 틀을 깨부술 줄 아는 리더다. 어쩌면 답답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리더라 칭하는 이들에게 자만에 대한 경종과 깨달음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책이 바로 <군주론>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