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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 (2disc) - [할인행사]
최호 감독, 김희라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은 늪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악어가 되고, 누군가는 반드시 악어새가 된다.
은젠가는 내도 악어가 된다.
늪을 건너고 또 건너믄... 은젠가는 내가.. 악.어.가 된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이상도(류승범)의 이 나레이션은.
아마. 영화 내용의 전반을 말해주는 대사가 아닐까 싶다.
이상도와 도경장은. 서로 악어새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현실은 쉽사리 어느 한 쪽에게 악어의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먹히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먹어야 하는 현실.
사생결단으로 끝까지 달려갈 수 밖에 없다..
마약 중간 판매책 이상도와 비리경찰 도경장.
도경장은 자신이 목표하는 장철 검거를 위해 이상도를 이용하고,
이상도는 자신의 안위와 마약구역에 대한 약속을 위해 도경장을 이용한다.
나쁜 놈과 더 나쁜 놈.그리고.
그 뒤에 나타나는 정말로 더 나쁜 놈들.. ㅡㅡ;
그들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이어지다가 엇나가고, 깨어졌다가 다시 이어진다.
신뢰가 없는 이 연계는 배신에 배신을 더하며 합의점 없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치닫는다.

2005년을 눈물바다로 만들며 자신의 해로 만든 황정민과 가능성 있는 배우에서 어느덧 연기파 배우로 굳건히 자리잡은 류승범. 한창 물오른 연기로 스크린을 누비는 그들의 만남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영화, <사생결단>
<바이 준>, <후아유>를 연출했던 최호 감독이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남자들의 거친 이야기로 돌아왔다. 우연히 듣게된 IMF 이후 부산에서의 마약이야기에 시작되었다는 <사생결단>은 영화 내내.. 직접 발로 뛰어 만든 이야기 속에 현장의 생생함이 묻어난다.
시작부터 펼쳐지는 스타일에 압도되고, 어느 것 하나 흠 잡을데 없는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하며, 어디까지 달음질할 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긴장감에 한 눈 팔 겨를이 없다.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지라. 여기저기 평론가들이 말하는 필름 누아르, 연출, 촬영기법 등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힘이 넘치고 스타일리쉬한 영상에 매료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
이 영화, 애초부터 거대한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영화의 결말은 이래저래 의미심장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그들이 어떤 합의점에 머물러 대충 얼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끝 갈데 없이 치닫는 그 답답함과 안타까움과 비열한 배신이 나를 놀라게 했고, 슬프게 했으며, 먹먹하게 했다.
진정.. 현실은 이렇게 냉혹하고 살벌한 것인가;;;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눈!!
의리없고 비열한, 반미치광이 도경장을 실감나게 표현해 낸 황정민.
그의 모습을 보고. 누가 작년, 그 순박한 시골총각을 떠올릴 것인가!
상도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며..
정말이지~ 더할 나위없이 비열한 웃음을 띄던 그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그 장면을 보며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마지막. 선글라스를 꼈지만 그의 눈물을 볼 수 있던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 ^
' 경치.. 쥑이네~ '
약삭 빠르고, 역시나 의리없는 마약 중간 판매책 이상도의 모습 그대로 나타난 류승범.
연기 외엔 할 수 있는게 없어 매 작품마다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는 그의 말을 반영하듯.
영화를 하나 거쳐갈 때마다 눈부시게 발전해 가는 그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 ^
또한.. 그만큼 양아치를 실감나고 맛깔스럽게 연기하는 배우가 많지 않은 듯 하다.
부산 사투리 때문에 연기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데 뭐~ 그 정도면.. 비교적 훌륭하지 않나? ^ ^;
류승범의 삼촌 역으로 오랫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한 왕년의 액션스타 김희라.
오랫만에 본 그의 얼굴이 반갑다. ^ ^
공백기간이 길었음에도.. 역시나 녹록찮은 연기 내공을 선보이는 그는 멋진 배우다!
도경장의 생의 목표인 마약계의 거물 장철을 연기한 이도경.
전작 <와일드 카드>에서 안마소 사장으로, 그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연기를 보였던 그는.
이번에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역시나 강력하다!
(두 영화를 모두 본 사람이라면. 두 캐릭터가 얼마나 상반된지 알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까진. 상당히 의외의 인물이었던 추자현.
영화속 다른 인물들이 마약의 주변이라면. 추자현이 연기한 캐릭터는 직접 마약의 고통을 체험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 어려운 캐릭터임에도 그녀는 예상보다 더 놀라운 연기를 보인다.
이 영화를 통해. 이제 그녀에게 배우.라는 이름을 붙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듯 하다. ^ ^
마지막으로 온주완.
그를 첨 만난 건 <발레 교습소>에서 윤계상의 친구였다.
주인공인 윤계상 보다 오히려 안정된 연기를 선보여 눈에 띄었었는데.
그 뒤로도 꾸준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떡잎이 다른 신인이다.
최근 첫 주연작 <피터팬의 공식>이 여러 해외영화제에 초청 받는 등..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의 발전을 계속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마약, 폭력, 섹스, 욕설 등등..
소재상으론 어느 것 하나 땡기는 것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감독의 작품, 호의적인 언론평에 힘입어 보게 된 영화, <사생결단>
어떠냐고?
완전~ 강추다! ^ ^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꼬옥~~ 추천하고 싶다!
의리없고 비열하지만. 멋진 그들을 만날 수 있을테니까.. ^ -^
비록.. 진짜 현실이 이렇게 냉정한 건지 답답해질 수도 있지만 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