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
김종록.박도봉 지음 / 김영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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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의 판매량이 어떻게 되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지금은 독자들이 자서전에 기대하는 정도가 역대 최저가 아닐까. '자기계발'의 신화가 '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믿는 것이 지독한 '희망고문'임을 확인했을 때 우리는 한동안 공황에 빠졌다. '시크릿' 같은 세상은 역시 현실에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자서전도 이러한 '현실'의 바람을 타고 내리막을 질주하는 중이다. 그런 우려 때문은 아니겠지만 자서전 류의 책에 '인문학'을 붙인 건 그런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방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김종록 문화국가연구소장이 알루코 그룹 박도봉 회장을 인터뷰한 내용을 실어 놓은 책이다. 이전이라면 이 내용들을 묶어서 자서전 형식으로 나왔을 법하지만 굳이 인터뷰 형식으로 나온 이유가 있다. 제목의 '현장인문학'이라는 용어는 책에서는 이런 형태로 쓰여있다. 박 회장이 현장에서 느낀 점이나 평소의 철학을 이야기 하면, 김 소장은 이를 인문학적 사례에 비추어 정리를 하고 그 지점에서 다시 질문을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창업에 대해 너무 낙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김 소장의 질문에, 박 회장은 낙관론자들이 세상을 변화 시켰다고 이야기 한다. 그 때 김 소장의 질문은 이렇다. 


'피그말리온'을 쓴 극작가 버나드 쇼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를 모두 필요로 한다. 낙관론자가 비행기를 발명하면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발명한다.".... 저는 세상이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해왔다고 봐요. (p. 222)

현장인문학이 그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편인 것이 아니라 나름의 방법으로 '인문학'과 '현실'을 적절히 배합했다는 의미가 되겠다. 자칫 책 속의 철학으로 끝날 이야기이거나, 현장의 이야기이기만 할 수 있는 내용을 하나로 엮어 질문하고 답하면서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박 회장은 흙수저 출신으로 지방대를 나오고 대학원을 다니다 현장으로 뛰어들어 회사를 세우고, 지금은 연매출 1조 원 대를 올리는 자주성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야기한다. 지금 머뭇거리지 말고 현장으로 뛰어들라고. 노력여하에 따라 신분 이동이 자유로웠던 근대사회를 '땀이 혈통'인 사회라고 했다. 그것이 지금도 통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지만, 박 회장은 적어도 자신만큼은 땀으로 일군 결실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증거이므로 그의 자신감과 철학 또한 확고하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고, 책상머리의 편한 일자리에서는 그런 답을 결코 찾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책의 구성이나 내용이 맘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지금은 또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말은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겠지만. 노력하면 되던 시절, 억지였지만 '하면 된다'는 것이 가끔 실현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그것이 불가능한 시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전보다 확률이 희박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앞서 말한것처럼 자서전에 대해 느끼는 공감이 전보다 확연히 떨어지는 것은 그것이 자서전 속의 이야기라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도전정신과 낙관주의, 기업에 대한 철학에 대해 읽을거리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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