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이 리뷰의 제목으로 '뭣이 중헌디'만큼 적절한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박웅현은 끊임 없이 인생에서 '뭣이 중헌지' 알기는 하느냐고 되묻는 사람이다. 당신이 정신 없이 지하철을 잡으러 뛰어가는 계단 틈새에 그 척박함을 이기고 피어난 풀을 보았습니까. 당신이 가장 바라는 아이의 100점짜리 시험지 말고, 일기장에 적힌 아이의 미치게 순수한 꿈을 보았습니까. 그의 책은 이런식이다. 이 책은 '책은 도끼다'의 속편이다. 전작과 이번 편까지 읽고 나니 그가 책을 낸 이유가 분명해졌다. 그것은 바로,


자랑하려고. 


자랑이라. 누구든 책은 그러려고 쓰는 건데 그게 뭐? 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자랑은 좀 특별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누구나 봐왔다고 생각하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을 자랑하는 것이다. 같이 야구를 보러 간 친구가 적시 안타가 나올 때 깜빡 다른 곳을 보았다면 우리는 우쭐해하며 '야, 그걸 못 봤어? 아 진짜 장난 아니었는데. 절묘하게 1,2간을 갈랐는데 그걸 못보다니 아쉽다야.'라고 할 것이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었는데도 그것을 못 본 사람들에게 박웅현은 잊을만하면 책을 써서 '자랑'을 한다. '그 책 못 봤어요? 봤다면서요? 근데 왜 그걸 못 봤어요? 나는 딱 보니까 보이던데.'


이런 말을 들으면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므로 나는 전략을 생각한다. 그가 보물을 발견하는 패턴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려고 그의 책을 열심히 읽어댄다. 나도 발견하고 싶어서. 읽다 보면 점점 내가 저자에게 말려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점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나쁜 점(?)이 되겠다. 이번 책에서도 저자는 수십 권의 책을 소개한다. 그리고 거기서 인용된 문구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이 책에 이렇게 괜찮은 문구가 있었나.' 선별된 문장을 보는 동안 책읽기의 방법이 하나씩 보인다. 이제는 전편을 볼 때만큼 좌절하지는 않는다. 이제 제법 패턴을 익혔으므로 나는 태연한 척 말한다. '하긴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이제 나도 웬만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알았다는 말투다. 


책을 열 명이 읽었다면 열 개의 해석이 나와야 하죠.(p.21) 


같은 지역을 다녀온 사람이 쓴 기행문이라고 해서 같은 내용을 쓰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은 그 지역의 높은 빌딩이 인상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 사람은 공원에 감동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한 사람은 친절한 사람들에게 호감을 가졌지만, 한 사람은 뭔가 감추는 듯한 주민들에게 거리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니코스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이 실려있지만 그것 또한 예시일 뿐이다. 기행문만 그럴까. 미술에 대한 책도, 불변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생각도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므로 사람 수만큼의 다른 감상을 갖는다.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클로이와 나는 ..... 같은 침대에서 같은 책을 읽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나중에 우리가 각기 다른 데서 감동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결국 다른 책이었던 셈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중-

각각의 책에서 각각의 감상을 갖는 것 그것이 저자가 '책은 도끼다' 시리즈에서 계속 주장하는 바이다. 그것은 우리 중 누구라도 '책은 도끼다'의 속편을 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박웅현은 광고를 하는 사람이므로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은 '견(見)'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반면에 나는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은 '청(聽)'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당연히 그가 주목하는 부분과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다를 것이다. 이것이 그가 우리에게 끝없이 주장하는 책 읽는 방법이다. 자기만의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순간이야 말로, 우리 인생에서 책이 '도끼'가 되는 순간이다. 전작들을 읽고 저자의 한계를 살짝 느꼈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2~3년에 한번씩 속편이 나와주는 것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봐도, 책은 도끼다. 여전히, 책은 도끼다, 어쨌거나, 책은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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