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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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가 우리에게 제시한 여러 메시지 중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준 것은 왜 어떤 지역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발전이 이뤄졌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가에 대한 분석이었다. 그 의문은 이 책의 제1장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라는 주제와 같다. 우리가 못사는 나라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곳은 단연 아프리카이다. 거기 국민들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길래, 1년에 여러번 수확할 수 있는 기후환경을 가지고, 천연자원도 충분한 그곳에서도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은 특별한 것도 아니고 이상한 것도 아닌 자연스레 드는 의문이다. 그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저자는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을 살펴야 한다고 한다. 


특히 지리적 요인은 온대 지역이 열대 지역보다 부유하다는 사실을 수치로 확인시켜 준다. 이는 국가간의 차이 뿐만 아니라 예컨대 미국 내에서도 온대지역인 북동부가, 열대지역에 가까운 남동부보다 훨씬 부유하다는 사실로 확인된다. 재레드 교수는 그 이유를 열대지역의 낮은 농업생산성과 취약한 공중보건으로 분류한다. 열대지방이면 당연 농업생산성이 높아야 하지만, 토양이 지나치게 박토인데다, 너무 다양한 동, 식물, 병원균과 벌레 등으로 곡물이 잘 자랄 수가 없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열악한 공중보건이다. 잠비아의 경우도 각종 기생충과 말라리아, 에이즈 등으로 인해 평균 수명이 41세에 불과하다. 생물이 살기에 적합한 조건이라는 것은 바꿔말하면 인간에게 해로운 생물에게도 유리한 조건이라는 의미가 된다. 평균 수명이 41세라는 의미는 교육이 끝난 30세에는 사회에 기여할 기회가 고작 10년 남짓이라는 의미이다. 우리 나라에서 정년까지만 하더라도 30년을 기여하는 셈이니 열대지방의 사회적 재원의 손실이 어느정도인지 알만하다. 더구나 영아 사망률이 높으니 여성은 아이를 많이 낳아야하고, 그들은 자연스레 경제 인구에서 빠지게 된다. 저자는 그 외에도 육지로 둘러싸인 지리적 요인, 천연자원의 저주, 그리고 제도적 요인까지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는데 매우 설득력이 있다.  

모든 장이 재미 있지만 6장 '건강하게 삶의 질을 유지하며 오래 사는 법'은 왜 서구인들에 비해 비서구인들이 서구식 음식으로 인한 성인병이 많은가를 설명해 준다. 뉴기니의 와니겔라족은 50년 전만 해도 당뇨병 환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지금은 37%가 당뇨 환자이다. 이는 오히려 이탈리아보다도 7배나 높은 수치인데, 서구식 식단을 받아들였다고 해도 지나치게 높은 수치이다. 과거의 뉴기니 인들은 염분이 무척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그 양이 지극히 미량이라 평균 섭취량은 50밀리그램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먹는 빅맥 햄버거에는 무려 1.5그램의 염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뉴기니 인의 한달 섭취량이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는 염분을 비축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조건이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살아 남은 적응 존재들은 이제는 불필요한 염분을 축적해 성인병을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저자의 책이 인기 있는 이유는 우선 발상이 신선하다. 뭔가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사실들에 대해 색다른 이유를 들고 오지만 그것이 논리적으로 매우 설득력이 있어서 읽다보면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음에 나오는 주제도 '중국은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가' 같은 큰 주제에서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같은 개인적인 주제까지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제에 비해서 내용이 빈약한 면이 없지 않다. '중국은...'의 주제나 '개인의 위가와 국가의 위기...'만 봐도 결론 부분은 다소 허무하고 성급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개괄적인 생각을 알기에 적합한 책이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읽을 거리도 있으면서 분량이 지하철에서 오며 가며 읽기에 알맞다. 책의 마지막엔 8가지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짤막한 답변이 달려 있는데,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 함께 우리에게 함께 고민할 숙제거리를 남기고 마무리 된다. 7장에서 밝히듯 우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기후' '불평등' '자원'의 문제로 요약된다. 어느 하나 소수의 사람의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문제는 없다. 같이 생각하고 같이 풀어나가야할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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