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뒤흔든 금융권력 - 정치권력은 어떻게 한국 금융을 지배했는가
윤재섭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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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모든 힘있는 자들의 열망이다. 금융자본을 낮은 이자나 특별한 조건으로 이용할 수만 있어도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도모해봄직한 일이 무궁무진하다. 그러한 유혹은 산업계에서도 강하게 있어서 항상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자 한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금산분리법으로 이를 규제하고 있지만,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 한다면 뭔가 말하지 않아도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또 한 분야에서 특히 금융자본에 대한 야욕을 감추지 않는데 바로 정치권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온 금융권력, 엄밀히 말하자면 관치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금융의 흑역사를 기술한 책이다.  


우선 왜 그동안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도 우리 금융권은 여전히 삼류일수밖에 없는가로 글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가설은 바로 '정치가 금융을 삼류로 만든다'이다. 그렇다면 왜 정치가 그렇단 말일까. 2부에서는 어떻게 정치권력이 금융권을 휘둘렸는지 구체적인 사건들을 소개한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융권력에 대해서 다루면서,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의 정치 금융의 민낯을 들추어본다. 특히 전두환 시대에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 사건으로 기록된 이철희, 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이나, 1983년 명성그룹 금융부정사건, 1983년 영동개발진흥 어음사기 사건에서 다음해 국제그룹 해체 사건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문민정부에 이어 외환위기에 등장한 김대중 정부의 1,2차 은행구조조정과 노무현 정부의 신용버블 폭발, LG카드 부실 사태, DTI, LTV규제 등 거의 모든 대형 이슈는 다루고 있어서 읽는데 재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위기의 태풍에 위태 위태 했던 이명박 정부까지 읽고 나면 3부는 끝이난다. 


마지막 4부는 미래금융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부분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기술한 장이라 유심히 읽어보았다. 무엇보다 낙하산 인사를 끊는 것이 최우선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해 정권은 금융기관의 인사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 CEO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 하고,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구체화 할 것을 제안한다. 다음으로 금융도 한류 바람을 타고 신흥국에 진출할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내용이 조금 더 나오기를 바랐지만 여기서 끝나고 현 시대의 금융리더 5인의 경우를 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금융의 미래를 끌고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 제시로 마무리 된다. 


이쯤되면 한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관치에 의존하지 않고 금융을 그저 경제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 놓는다면 책에서처럼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지 말이다. 이와는 다른 경우지만 경제인이 전권을 쥐고 경제를 운영했을 때는 어땠을까. 이를 위해 1980년대 미국을 한번 생각해보자. 당시 대통령 레이건은 재무장관으로 CEO를 앉히면서 그들의 말을 따라 그동안의 규제를 점진적으로 철폐했다. 예금주들의 자산을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결과 수백개의 대부회사가 파산했다. 그 후에도 골드만 삭스의 CEO였던 로버트 루빈, 하버드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 등도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했고, 그 과정에서 대형 금융 자본이 탄생했다. 우리도 잘 아는 닷컴 열풍을 만들어 내고,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면제 시키는 법안도 2000년도에 통과된다. 그 후는 불행히도 글로벌 경제 위기의 수순으로 착착 진행되었다. 물론 낙하산 인사를 통해 금융을 쥐락 펴락하는 정책이 최우선적으로 문제이지만, 그것과 병행되어야 할 것은 금융인들의 도덕성과 투명성이다. 우리 금융이 삼류밖에 되지 않은 데에 대한 책임을 정치권으로만 돌리는 것은 금융계 내의 문제를 지나칠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상당 부분 공감하면서도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됐을 때 얼마나 공정하고 발전적인 운영이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면도 없지 않았다. 그 점은 관치를 단절한 후에 별개로 경제계에서 안고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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