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ㅣ 사이언스 클래식 25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LHC(대형하드론충돌기)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의 경우엔 '블랙홀'이다. LHC를 설계하고 설치할 때 실제로 그 안에서 생성된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다 집어 삼키면서 팽창해서 결국엔 지구전체를 삼켜 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는 꽤 흥미로운 사실이라 한동안 관련 기사를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2008년 9월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서 LHC 가동을 시작했을 때 몇몇은 이를 중지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가동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몇가지 근거를 토대로 그런 염려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중에 특히 설득력이 있는 것은 지금 LHC에서 실험 -양성자 빔을 충돌시키는-하는 것들은 우주가 지구에 대고 그동안 30만번은 시도했던 내용과 같다는 살이다. 이를 우주로 확장하자면 그런 사건들은 지금보다 몇 천 배는 더 자주 일어났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LHC는 무엇일까. LHC는 규모만도 27km에 달하는 둥근 터널 모양의 장치로 스위스, 프랑스에 걸쳐 지하에 설치되었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양성자를 양쪽 방향으로 발사하여 충돌시키는 것이다. 최초 수소원자를 가열해서 분리된 양성자는 LINAC과 양성자싱크로트론, 양성자싱크로트론증폭기, 슈퍼양성자 싱크로트론을 거쳐 450기가 전자볼트까지 가속된 상태로 LHC에 들어간다. 양성자가 링을 따라서 회전하기 위해서는 자기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쌍극자를 만들어 냈다. 그밖에 몇가지 중요한 조건들이 있는데 이를 위해 약 9천 명의 물리학자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양쪽의 빔에서 발사된 각각 1000억개의 양성자가 만나게 되는데 이때 만나는 수는 고작 20개 정도에 불과하다. 빔은 1초에 1000만번 이상 교차하고 10억번 이상 일어나는 충돌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현상을 보려고 하는 것이 LHC이다.
그리고 그 가장큰 성과가 '힉스 보손'의 발견이었다. CERN은 2012년 7월 99.999994%의 확률로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물리학의 표준모형 속에서 대칭성을 보존하며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는 1964년 영국의 피터 힉스 교수가 예견했던 입자였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는 발견된 적이 없어서, 표준모형이 정작 아무도 본적이 없는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는 형태가 되었다. 그런데 LHC의 양성자 충돌을 통해 이를 확인 한 것이다.(힉스 보손은 16장에 나와있다. 책은 그 전에 쓰여져서 그 전의 내용까지만 포함되어 있다.) LHC는 양성자들의 강력한 충돌을 통해 이처럼 힉스 같은 예상했던 입자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현상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계획된 것이다.
그 중에는 그녀가 99년에 발표했던 '작은 여분차원에서 거대 질량 계층성 문제'에서 다뤘던 다른 차원에 관한 사실도 포함되어 있다. 우주를 기본적으로 이루고 있는 네 힘,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중에서 과학자들을 가장 골치 아프게 했던 힘은 바로 중력이다. 중력은 어찌보면 거대하게 느껴지지만 다른 힘에 비해서는 그 힘이 너무 미약하다. 그렇다면 그 힘들이 어딘가로 분산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게 당연한 물음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다른 차원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이를 밝힌 그녀의 가설 또한 LHC를 통해 검증 가능할 수도 있다. 그녀는 만약 여분차원이 존재한다면 그 사실을 알려주는 특징적인 '신호'가 언젠가는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이 물리학자들이 볼 때 어떤 책인 줄은 잘 모르지만 일반인이 볼 때 무척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보통 이런 류의 책이라면 있어야할 복잡한 수식이 없는 것도 장점이지만, 처음부터 어려운 이론으로 들어가서 기를 죽여놓는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 점 또한 괜찮았다. 어떤 이론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고 그러면서도 조금은 문학적인 표현이 들어가 있어서 읽기에도 괜찮았다.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책을 수십번 다시 뒤적이고, 다른 사이틀르 들락날락 해서 맞는 말인지 아닌지도 헤깔릴 정도지만 확실히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한 장 한 장을 빼서 책을 써도 됐을 정도로 내용도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