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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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더럽게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어려운 이론은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려운 것일까, 어렵게 설명하려고 해서 어려운 것일까. 어려운 단어를 써야 해서 어려운 것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잘난척 하고 싶어서 어렵게 쓴것일까. 아마..'

 

물증이야 없지만 심증적으로는 '더럽게' 어렵게 쓰는 사람이 '졸라' 잘난척 하려는 욕심만 줄일 수 있다면, 좀 더 대중적인 글이 써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의 글을 읽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분야에서 그보다는 못할터인데 그 간극을 줄여줄 생각은 없이 꽁무니만 보여주고 내빼기 일쑤다. 대중적인 글을 써주는 친절한 작가는 무식한 독자에게 늘 환영 받기 마련이다. 대표적 인물이 유시민, 강신주, 최재천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들의 전문분야를 평균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줘서 읽어본 사람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서민' 교수도 그런면에서 친절한 저자이다. 혹자는 얼굴이 친근해서 글이 편한거 아니냐며 말도 안되는 음모를 제기 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그런 사실은 꿈에도 생각해봤을리 없지 않겠는가.   

 

처음 딴지일보에서 '마태우스'를 봤을 때 그야말로 딴지에 어울리는 글이라고 생각했었다. 본인은 그야말로 쓰레기인 책이라고 하지만, 그 당시에 볼 땐 전문적인데다 웃기기까지 해서 꽤 즐겨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오인용에서 '중년탐정 김정일'이 나오고 있었는데 컨셉이 눈앞에 뻔히 보이는 모든 증거를 싸그리 무시하고 심증으로 진범을 놓치는 개 유능한(?) 탐정이다. 나는 그 당시에 그에 필적할 만한 탐정은 마태우스 뿐이라고 나름 세계 랭킹을 매기고 있었다. 그때는 물론 재미있게 봤지만 그 사람이 지금 나오는 '서민'이라곤 쉽게 연상시키지 못했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의 칼럼을 한두번 보긴 했겠지만 봤더라도 같은 사람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칼럼(http://seomin.khan.kr/)에 가보면 여전히 위트 넘치고 편한 글을 여럿 볼 수 있다.

 

 

글을 읽으면서 자꾸 밟히는 단어가 하나 있다. 그것은 '지옥훈련'이라는 단어였다. 뭔들 그리 갖다 붙이면 지옥훈련이 아니겠냐만 10년의 지옥훈련은 왠지 엄살 같이 들린다. 활자로 볼때도 놀라운데 강연회에 가면 꼭 지옥훈련을 언급하면서 방청석의 나까지 화끈거리게 만든다. 유리겔라가 숟가락 오그라 뜨리는 능력을 보였다면, 서민 교수는 손가락을 오그라 뜨리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옆에 있었다면 '아 쫌, 제발요 교수님. 지옥훈련 말고 다른 단어 좀 쓰시면 안되요?'라고 했을 것이다. 보통 생각하는 지옥훈련이란 눈을 뜬 순간 애니(미저리 주인공 여자)가 버티고 서 있고, 원하는 글이 나오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으며, 원하는 글이 나와서 하산을 할라치면 망치로 다시 다리를 부러뜨리는 정도는 되야지 않은가 싶단 말이다. 책 많이 읽고 글 계속 쓰고 하는 건 그냥 글 잘 써보려고 맘먹은 사람은 다 하는 것이잖은가. 이건 굳이 비교하자면 나 살찔거야 하는 사람이 '밥만 먹고 똥을 참았어요.'라든가, 영어를 잘하려는 사람이, '이태원에 가서 시비걸고 영어로 매일 싸웠어요.'라는 비결보다 더 하찮다.  

 

 

그런 오바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바로 글을 써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글쓰기가 별것 아니라는 느낌을 줘서이다. 매일 써보고 책 읽고 하면 되는구나. 그냥 친구한테 말하듯이 쓰면 되는구나. 내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남한테 말하듯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대 생의 고시 합격기를 보면 좌절하지만, 지방대 생의 합격기를 보면 의욕이 샘솟는 원리랄까. 아 그래서 글을 좀 써보자 하고 작가 이력을 보면. 이런 망할. 서울대 의대 출신. 의욕이 식도를 역류하는 기분이다. 이 때문에 글 곳곳에는 의사는 글을 못쓴다며 또 말도 안되는 떡밥을 던진다. 서울대생 중에 자기 머리 좋단 사람은 본적이 없는 나로서, 여기서 왠지 속았다는 느낌도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적 글쓰기는 분명히 괜찮은 책이다. (이쯤에서 블로그 글의 마지막을 어떻게 쓰라는 지 한번 뒤적였다) 

 

결론 부분에서 신경 써야 할 점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게 좋다고,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말을 하면 잘 쓴 글이 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p216)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결론을 내리라는 말처럼,

좋은게 좋으면서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말이 어디있단 말인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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