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평점 :
지난 12일 정형돈의 소속사는 그가 건강상의 이유로 당분간 방송을 중단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그의 병명은 '불안 장애'로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큰 어려움을 겪어왔고, 결국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한도전을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이경규 씨 또한 공황장애라 힘들어 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나 심적 부담이 얼마나 큰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육체적 고통에 비해 정신적 고통은 어떤 방법으로든 극복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때로 그것은 주사를 맞고 상처가 낫는 것보다 쉽게 여겨져서 당사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평생 불안장애를 안고 살아온 사람이다. 사람들 앞에서 강연도 하고 책을 내고 사교도 활발히 하는 잡지 에디터가 불안장애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일단 난감했다. 정형돈의 경우도 누구보다 남들 앞에서 밝게 웃고 남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개그맨이 그런 병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오해는 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큰 심리적 부담을 안겨주며 상황을 악화시켰을 것이다.
저자는 30년간 '불안'이라는 존재와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해대며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이 책은 그간의 기록을 정리한 책이다. 최근 불안을 다루는 책의 출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그 관심이 높아진다는 증거이고, 이는 또 그만큼 정신적 고통이 일반화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남들에 대한 '인정욕구' 지위에 대한 '불안심리' 경쟁에 대한 '부담감' 등이 이유가 되어 현대인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천상의 목소리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콘서트에서 가사를 까먹은 일이 발단이 되어 30년 가까이 무대에 서지 못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자 수가 50만이 넘은 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저자의 불안의 여정은 정신적 문제를 다룬 3000년 동안의 모든 자료를 조사하고 실제 치료과 극복의 과정을 거치며 그 어떤 전문가보다 전문적이고 치열하게 기록했다.
하지만 극복하기 힘든 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자 또한 거기에서 희망을 찾고자 한다. 불안으로 인해 과도한 걱정을 하고 남들보다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을 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더 완벽한 강의를 준비할 수 있고 위험한 행동을 줄일 수 있지 않은가. 결정적으로 그는 그런 불안에 압도 당할 것처럼 겨우 겨우 살아 낸 것 같으면서도 30년을 잘 지냈고, 20년을 직장에서 잘 지내고 있다. 더구나 결정적으로 그 기록을 모아 이렇게 훌륭한 책을 써 냈지 않은가. 어쩌면 그 과정에서 저자는 이미 답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