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심리학]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이스북 심리학 - 페이스북은 우리 삶과 우정, 사랑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
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 안진희 옮김 / 책세상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년 전에 무리에 껴 있으면서도 하루에 열마디나 고작 하던 친구가 게임상의 누군가와 실실대면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사이버 친구'라나. 그래서 우리는 대번에 사이버고 뭐고 현실 친구한테나 제대로 해라며 크게 웃었다. 그리고 10년 전에는 트위터가 시작됐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어떤 뉴스에 아이엄마가 트위터를 하다가 아이가 사고로 숨졌는데 그 사실을 그녀가 트위터에 올렸다고 나왔다. 사이버 친구를 이야기 하며 웃다가 고작 10년이 지났는데 이제는 사이버와 현실이 혼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트위터는 지고, 페이스북이 대세가 되었다. 자신의 짧은 의견을 말하기에 트위터는 유용했지만, 남들에게 과시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에는 미치지 못했었다. 더구나 우리는 싸이월드라는 개인 홈피를 많이 사용했어서인지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이 결국엔 대세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인간의 어떤 심리를 가장 잘 활용한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단 하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이다. 인정받는 다는 것은 진화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선 안정적인 삶을 보장 받는 것이다. 적어도 같은 구성원 내에서 필요한 존재이므로 공격을 덜 받을 수 있고, 나아가 짝짓기에서도 양질의 배우자를 두고 선택할 여유까지 생길 수 있다. 이런 욕구는 시대를 지나면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웃기는 상상이지만 중세 시대에 페이스북이 발달 했다면 우리는 새벽에 밭을 가는 노동의 현장을 자랑하며 인정 받으려 했을 것이고, 종교개혁의 시대라면 우리는 청빈하고 절제된 삶의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렸을 것이다. 알랭드보통은 '불안'에서 신분제 때문에 지위의 변동이 없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자질의 인정을 통해 자신의 지위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제목이나 표지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정신적 불안을 비롯한 심리적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저자는 그러한 사례와 증상을 예로 들며 지금 페이스북이 끼치는 악영향을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처음으로 상대에게 보여주는 프로필의 과장을 통해 '사이버 나'의 존재는 다시 태어난다. 거기에 나와 친구를 맺고 있는 사람의 수와 그들의 명성, 내가 쓰는 글과 나의 행적 등은 나를 위한 글이라기 보다 전부 보여주기 위한 글이다. 이러한 '인정에 대한 욕구'는 우리 생활을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바꾸어 놓았고, 우리는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상대의 관심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엄지손가락을 얼마나 많이 눌러주느냐는 내 글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었고 나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기준이 되었다. 이로 인한 심리적 불안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페이스북에 대한 걱정 중 상당수는 오프에서 행해지던 행위들이 온라인으로 전이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자면 이런 것은 어떨까. 편지만 주고 받다가 전화가 일상화 되었을 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이제 얼굴을 마주보며 이별을 전하던 소소함마저도 우리에겐 사치가 되었다. 끔찍하게 울려대는 벨소리가 이별의 전주곡처럼 울리고, 그 안에서 들려오는 연인의 이별통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소리 없이 우는 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 전화로 이별을 통보하는 일이 한때 그런 대접을 받았다는 말을 한다면 누가 그걸 믿겠는가. 페이스북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일이 상식적인 방법은 아니고,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는 방법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얼굴 보고 하던 말이 전화를 통하고, 그마저 문자로 변하는 과정을 거쳐오면서 그 변화는 발전도 아니고 퇴보도 아닌 그저 방법의 변경일 뿐이지 않을까. 페이스북으로 다른 방향의 변화를 겪을 수 있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단계로 전이하는 단계일 뿐 심각한 과거의 상실은 아닐 수도 있다.

 

이야기의 결론은 자연스레 페이스북의 활용으로 넘어간다. 2010년 이집트에서 한 사업가가 경찰에 끌려 나가 구타 당해 죽은 사건은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면서 민중 봉기의 시초가 되었다. 이는 페이스북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다. 단순히 사회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인적 자원을 이용할 수 있으며 정보와 의견의 공유가 가능하다. 저자는 우리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해야할 일은 바로 '균형'이라고 말한다. 오프와 온라인의 적절한 안배가 이뤄진다면 페이스북은 사건만 일으키는 문제아는 아닐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감정과 함께할 수 있는가는 과거에도 중요한 화두였고, 앞으로도 풀지못할 숙제일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기술 앞에서 주춤거릴 것이지만 역시 언제나처럼 균형점을 찾아 내고 말 것이다. 우리는 다만 그 과도기의 중심에 서 있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