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리안을 본 적이 있니? - 추상 회화의 선구자 피트 몬드리안이 만난 세상, 안데르센 상 수상작 예술톡
알렉산드로 산나 글.그림, 이현경 옮김 / 톡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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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에서 몬드리안을 검색해보면 그와 관련된 책은 품절을 뺀다면 고작 열권 정도이다. 그나마도 그냥 그림만 싣고 있는 책을 제외한다면 몇 권 남지도 않는다. 그리고 내가 정작 원하는 몬드리안 그림에 대한 자세한 해석이 나와 있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정답이라기 보단 '다른 사람은 그의 그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같은 류의 생각이었다. 사실 그가 언제 이 그림을 그렸고 제목이 무엇이니 그 사물의 어떤 장면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면 미술이라는 게 그야말로 시시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나는 미술을 이해하는 데에 꼭 필요한 과정이 가끔 몬드리안을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몬드리안의 그림을 이해해 가는 과정 속에 뭔가 회화 전반에 대한 비밀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정도의 책은 아니다. 대신 아이들이 몬드리안의 그림을 접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좀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저자 알렉산드로 산나가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방식이 특이한데 그 이유는 그녀의 그림을 먼저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아래의 그림은 몬드리안의 '큰바다 5'라는 작품 전 페이지에 있는 그림이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바다를 본적이 있니?'



그러면 당연히 이 그림을 본 아이들은 어떤 바다의 모습인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페이지에 가면 몬드리안의 그림이 나온다. 그런데 이 그림은 사실 지금까지 봐왔던 바다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그림이다. 처음에는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장담컨데 아이들은 금방 상상의 바다에 빠질 것이다. 나처럼 단순하게 해가 막 뜨고 있는 바다를 상상할 수도 있고, 석양이 내리는 수평선, 혹은 갈매기 때가 가득 찬 바다와 하늘을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사람이 꽉 차 있는 모래사장과 맞닿은 바다도 될 수 있겠지. 하나의 현상이 추상화 되어 가는 과정을 상상하면서 아이들은 처음엔 이것이 그림인지 선뜻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렴풋이 뭔가 남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몬드리안을 이해하는 것이 어쩌면 미술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몬드리안은 모든 현상을 한없이 단순화 시키고 사물을 본질만 남기고 버렸다. 이러한 방식은 피카소에서도 찾을 수 있다. 본질만 남긴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독자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행위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그림을 보는 동안 우리는 그림을 그릴 당시의 화가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끝없이 되풀이 할 것이다. 사진처럼 선명하고 정교한 그림을 볼 때 나는 가끔 뭔가 텅 빈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사람의 생각이 하나도 들어가지 못하고 사물을 모사하는데 끝나버린 미술이란 어쩌면 제록스 복사기보다 끔찍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생각의 과정, 상상하는 그림을 알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면 이 책은 몇장의 그림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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