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인간의 아름다운 소멸을 말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강영안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바니타스 양식이라는 회화 기법이 있다. '바니타스'는 인생무상이라는 라틴어로서, 인간의 삶이 덧없고 유한함을 의미한다. 바니타스 정물화에는 대표적으로 해골이 등장하고, 그 옆에는 한창 피어나는 꽃이 있는 경우도 있다. 결국 삶의 뒤도 아니고 생과 동떨어져서도 아닌, 바로 곁에 죽음이 항상 함께 있다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라틴어는 우리말로 '죽음을 기억하라'이다. 로마에서 장군이 개선해서 들어올 때 반드시 외치게 했다는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우리는 죽음에 대해 알고 있고 접하고 있으면서도 사실 '나'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본문에서 인용된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소설을 보자. 그는 자신이 죽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 한다. 논리학에서 배운, 카이사르는 인간이다. 인간은 죽는다. 그러므로 카이사르는 죽는다.는 사실 카이사르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그것이 나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죽음을 목전에까지 두고 있다 되살아 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베니타스 정물이 주는 교훈은 삶과 죽음이 지금 이 세계에서 공존하고 있음을 일깨우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소유한 그 모든 것들은 모래가 손을 빠져 나가듯 사라지지만 어쩌면 '죽음'만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일한 나만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자세는 더 특별해야 한다. 


군대에서는 전쟁상황을 가정해 머리카락 일부와 손톱, 발톱을 봉투에 남기고 편지를 동봉하는 가상 상황이 있다. 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이겠지만 의외로 그 때 내가 왜 그런것에 집착했을까 같은 후회도 많이 든다. 잘했던 일들을 생각하기도 촉박했던 시간에도 못한 것, 부족했던 것이 머리속을 꽉 채우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었다. 우리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을 객관화 하는 것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내가 잘못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보인다. 괴로운 일이지만 필요한 작업이다. 이 책에는 이처럼 스스로를 객관화 할 수 있는 강연들이 실려 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는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인문학의 복원을 위해 주관했던 강의의 주제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 주제인 '죽음' 편이다. 이 책의 앞의 네 강의는 어떻게 더 잘 살 것인가이고, 뒤의 네 강의는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앞에서 우리 인생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이제는 전보다 생에 대한 애착을 갖고 살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시적인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허무하고, 수동적인 마음을 갖게 만든다. 그렇다면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반드시 '운명론'으로 이어져 허무한 결론을 내는 것만이 목적일까. 메멘토 모리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죽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지혜로운 선조들은 그것을 기억하라고 하고 있다. 마치 우리가 그것을 소유했던 것마냥. 그렇다. 바로 소유했던 것마냥, 우리가 죽었던 것처럼, 항상 그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어찌 헛된 인생을 살 수 있겠는가라는 의미가 이 말에는 들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죽음을 항상 기억하는 것은 항상 겸손하게 생을 받아들이면서, 현재를 사랑하라는 뜻이다. 우리가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 내지 못한다면 그 어느 곳에서도 답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인생이 비록 부조리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살아 나가야 한다. 그것은 무의미한 돌 굴리기를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無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거기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우리 자체로서 존재를 긍정하는 것이고 온전히 실존하는 그 무엇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다. 마지막 말은 스티브 잡스의 연설 중 한 부분이다.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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