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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 교토의 역사 “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는 교토편이다. 굳이 한국편을 다 마무리 짓지 않고 일본으로 넘어간 이유에 대해 저자는 경직된 한일관계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국미술사는 일본 미술 언급없이도 서술할 수 있지만, 일본 고대 미술사는 그럴 수 없다는 말은 다시 하면 일본은 우리 미술사에서 뻗쳐나가 새로 낸 가지였다는 말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일본인들은 한일고대사의 긴밀한 교류를 통한 영향을 인정하고, 한국인들은 일본이 중세 이후 고유의 문화적 성취를 이뤘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때문에 일본의 유적지를 다니면서도 유홍준 교수님은 한국 고대사와의 관련성에 집중한다.
간단히 구성을 살펴보면 차례는 시대별로 기술되어 있다. 제1부는 헤이안 이전의 시대로 광륭사, 하타씨 유적 순례 등이 있고, 제2부는 헤이안 시대로 후시미 이나리 신사 고려사터, 우지 평등원 등 제3부는 가마쿠라 시대로 낙남의 동복사, 인화사와 고산사가 실려있다.
한국 국보 제83호 '금동반가상(왼쪽), 일본 국보 제1호 '목조미륵반가상'(오른쪽)
첫번째 광륭사에서는 일본 국보 제1호 '목조미륵반가상'을 보여주는데 이는 우리의 금동반가상과 매우 유사하다. 이는 한편 이 책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의 고대 문화와 일본의 문화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의 반가상의 소재는 소나무인데 아스카시대 일본 불상이 보통 녹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의 것으로 보기도 한다. 누가 누구에게 전해준 것을 떠나 양국이 과거에 긴밀한 교류를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광륭사 태자전 바로 옆에는 우즈마사전이라는 작은 신사가 하나 있는데, 이는 5세기 후반 한반도에서 도래한 집단인 하타씨의 제를 지낸 신사이다. 자연스럽게 하타씨의 유적인 누에 신사, 오사케 신사, 헤비즈카가 다음 행선지가 된다. 눈치챘겠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정리는 되었지만 이 책은 우리와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쓴 기행기라고 생각하면 더 편하다.
무라이 야스히코가 편집한 도래인들 이야기를 다룬 '교토학의 초대'라는 책의 내용을 일부 이야기 하는데, 고구려계 도래인 야사카노 쓰쿠리씨가 야사카 신사를, 신라계 하타씨는 마쓰오 신사와 후시미 이나리 신사 등을 세웠음을 기록하고 있다. 유교수는 일본인 내의 도래인에 대한 우호적이 객관적인 시선에서 한일관계의 가능성을 엿보기도 한다. 2부에서도 역시 우리와 관련 있는 도래인들이 창건한 후시미 이나리 신사나 고구려계 도래인이 자리 잡고 살아온 고려사 터 같은 유적지를 주로 돌아본다. 그렇다고 그러한 기술이 우리 위주라는 말은 아니고, 그 안에서 일본인들의 특질과 역사를 잘 우러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포함되지 않은 동복사가 마지막 장을 차지하게 된 데는, 저자의 개인적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안 해저에서 발굴한 유물에 '동복사 공물'이라는 물표가 있어 얼마나 큰 절인지 궁금했었던 것이다. 큰 절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그 발견량이 3만 여 점에 달했기 때문이었는데, 신안 앞바다에서 난파된 것으로 보이는 그 배는 중국에서 일본으로 물품을 싣고 가는 무역선으로 추정되었다. 처음으로 일본 무인사회로 들어간 가마쿠라시대의 유적으로, 정권의 이데올로기를 확립하기 위한 집권자들은 '선종'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동복사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유적지 곳곳에서 우리와의 차이를 발견하고 기술해 놓았다. 어느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 이러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해 준다.
우리나라 건축에서 마당은 어떤 식으로든 각 건물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준다. 그러나 동복사 본당 앞 공간은 우리가 항신 보는 마당도 뜰도 아니고 그냥 비어있음으로 끝나 있다. 그래서 건물의 독립성이 아주 강하게 드러난다.
각각의 장이 유기적이면서도 개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일관되게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느 편을 펼쳐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규슈편을 보면서도 느낀점이지만 유홍준 교수님은 우리나라 문화재에만 관심있고 잘 아는 줄 알았는데 일본 역사나 문화재에 대한 식견 또한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의 유적 뿐만 아니라 역사적 배경에 흥미를 끄는 각종 에피소드까지 이전 우리나라 문화유산답사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일본 역사에 워낙 문외한이다 보니 그 부분이 잘 와닿지 않은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의외인 곳에 종종 숨겨져 있는 우리 고유 문화와 관련된 부분이나, 우리와 일본의 문화적 차이를 되짚어 가다보면 한국편 못지 않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