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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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까지 졸업하고서 구도자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라면 뭔가 더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내가 '혜민' 스님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이런 나의 속물적 생각을 반영하듯 이 책의 부제 선정에서도 '하버드' 세글자를 넣어달라는 출판사와, 당황스러워 하는 저자의 실랑이가 있었다. 이렇다할 성공이 보장 되지 않은 이의 출가는, 마치 결혼 못할 것 같은 이가 독신을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 맘에 비겁한 의심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나는 '하버드'가 써 있는 혜민 스님의 말에 귀 기울여보는 '속물'이 되고만다. 


뻔하지만 흔하지 않은


우리는 '행복'을 위해 산다. 하지만, 누구도 행복을 얻지는 못한다. 그래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눈 앞의 성공만 바라보고 달려가기만 한다면 마지막 순간에 어떤 생각이 들겠냐이다. 중학교 때는 1등, 고등학교 때는 명문대, 명문대에서는 대기업, 대기업에서는 승진.. 이 꼬리를 물고 우리를 옥죈다. 그리고 혜민 스님 역시 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싶어서 스님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작은 것도 베풀고, 순간순간에 집착없이 잊어버리면서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이 얼마나 뻔한 소린가. 어쩌면 이 책 제목만 보고도 이런 말은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우리는 그 말의 가치를 곱씹어 보는 것이다.


무소유


스님들이 쓰시는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모든 소재와 주제들은 결국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새로운 옷을 입혀서 내 놓은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학벌에 집착하는 것, 상품에 집착하는 것, 외관에 집착하는 것들은 결국 우리가 내려 놓기 전까지 벗어날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는 그 것들을 소유하고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우리가 거기에 얽매인 것이다. 법정 스님이 난초를 소유한 순간, 난초는 법정 스님을 옭아 매고 있었다. 결국 불가의 가르침은 이 깨달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석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책의 선택은 지금의 나를 보여준다


지쳤다. 그것 밖에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 시험을 보고 답을 맞춰 보는 학생의 마음처럼, 내 남은 문제에서 동그라미가 아니라 작대기가 그어질까봐 조마조마한 것에 지쳤다. 그래서 한 발짝 물러서서 편한 말을 해주는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맘은 조금 더 복잡해졌다. 거지가 부러워 하는 것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자기보다 형편이 좀 더 나은 거지라지 않았나. 그저 주변에서 좀더 못한 비교 대상을 찾았어야 했는데, 실천과 거리가 한 참 먼 대상을 찾는 바람에 나의 현실이 더 명징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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