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말해주지 않는 건강 이야기 - 국내 최초 의학전문기자 홍혜걸의 의학 교양서
홍혜걸 지음 / 비온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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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몸이 좋지 않으신 어머니는 병원에 좀체 가시지 않는다. 감기 기운만 있어도 병원을 찾으시는 다른 어르신에 비해 우리 어머니는 너무 병원에 인색하시다. 그렇다면 당연히 듣게 되는 말은 의사를 믿어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물론 대부분의 의사는 믿을 만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이런 불신을 잠재적 환자들이 갖게 된 이유는 정보의 부재를 악용한 의사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단순 두통인데 뇌혈류 초음파검사에서 뇌 MRI까지 검사란 검사는 죄다 실시하는 의사들이 있다. ...그러나 여기엔 비용 효과의 원칙이 무시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두통환자에게서 뇌종양 등 질환이 있을 확률은 수천 분의 1이기 때문이다. "(.p274)

 

희박한 확률이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그런 병들이 발견되어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란 사실 때문에 의사는 환자에게 무리한 검사를 한다.

 

희박한 확률이라 일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는데 무리한 검사를 하는 걸 보며 환자는 또 속은게 아닌가 의심을 한다.

 

지금 이 모습이 우리가 병원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양쪽 다 잘못이다. 너무 믿지 못하는 것도, 믿지 못하게 해 왔던 것도 동일 선상에 있다. 다만, 정보의 면에서 더 우월한 면에 있는 의사가 그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홍혜걸' 박사가 기자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아마도 그런 생각들이 있었을 것이다. 진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보겠다는 욕심. 전문기자라는 개념도 사실 명확하지 않을 1992년에 군의관 복무까지 마친 사람이 기자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주위에서 만류했을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비록 그가 가진 의도가 발전적이고 의욕이 진취적이라 할 지라도 같은 의사들 입장에서는 조금 의아한 면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

 

개인적으로 전문 기자가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기자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기자는 '이슈'를 만들어 내야하는 직업이다. '이슈'라는 것이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논리적, 과학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면 매우 바람직 하겠지만, 일반 기자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을 신뢰 해야만 한다.

 

암 치료 특종기사, 왜 용두사미인가? (p.187)

이 칼럼에서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하다. 암 치료제는 누가 봐도 특종감이고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는 부분이다. 이제 동물실험에서 반짝 효과를 본 정도이니, 수년 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가 확정이 되면 신문에 싣겠다고 기다리는 동안 경쟁 신문사 톱에는 신약에 대한 기대가 기사로 나와있다.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매우 권위있는 명문대 교수가 그 실험을 주도했다. 결국, 기사의 내용은 실험을 유명한 교수가 한 실험이므로 믿을만 하고, 그 교수가 실험 결과를 발표했으므로 완성됐을 뿐이다. 뭐가 빠졌을까? 그렇다. 검증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어쩌다 전문가가 개입한 경우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도 많으니 실험 과정의 미심쩍은 부분은 의도적으로 간과하고 결론에 대해 포장을 한다.

 

이 때가 의학전문기자가 필요한 순간이다. 단순히 의학 상식이나 응급처치 같은 내용을 기대했다면 좀 순진했다고 말해야 할 듯 싶다. 이 책에는 의료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나, 병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이야기도 상당 부분 실려있다. 물론 의사를 신뢰하고 병에 대한 올바른 치료법을 찾는다는 큰 원칙은 깨뜨리지 않는다.

 

이 책에는 의학 저널리스트 답게 우리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기, 두통 같은 가벼운 증상에서 고혈압, 당뇨 같은 국민 질병까지 발생 원인과 대처법에 대해 짧지만 잘 요약되어 씌여 있다. 그리고 저자가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아놓았고, 특별히 많은 이가 고통 받는 암과 심혈관 질환을 따로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환자에서 소비자로 거듭나기에서 의료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다룬 칼럼들을 모아 놓았다. 어디로 보나 일반인들에게 유용한 정보임에 틀림없다. 저자가 프리랜서로 기고 하면서 의학정보의 옥석을 가려 내주는 일을 한다는 사실이 일반 국민으로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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