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강의는 2011년도에 있었던 박경철의 릴레이 콘서트입니다]
강의의 큰 주제는 공감(empathy)이었습니다.
(본문은 원장님의 입장에서 서술하겠습니다)
- 첫째 토막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대구에서 제일 번화한 동네로 전학을 갑니다. 점심 도시락에서부터 자라온 시골과 너무 다른 모양새에 위축되어 자신이 없어진 저는 3주 간을 말도 없이 적응하지 못하고 지냅니다. 담임선생님은 제가 걱정이 되어 아버지를 모시고 오라고 합니다. 담임선생님은 저의 자존감을 높여주려고 아버지에게 학교 육성회 이사를 맡아 달라고 합니다. 저는 너무 좋아서 집에 와서 우쭐해 하고 있는데 주인집 아주머니의 비아냥이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저의 유년기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넘어질 수 있습니다. 수많은 도전 속에 실패하고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내밀어 주는 손" 때문입니다. 그 때 저를 생각해서 아버지를 불렀던 선생님의 '손'이 아니었다면 저는 거기서 심하게 좌절 했을 것입니다.
승화 [sublimation]
트라우마나 어려움이 생겼을 때 잘해보겠다고 하며 딛고 일어서는 사회화의 과정
신창원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수업료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친구들 앞에서 뺨을 맞고 사회에 대한 증오를 키웠습니다. 이는 승화가 아니라 '좌절, 절망, 체념'이 되어 가슴 속에 얼음기둥을 세우게 했습니다.
가정이 아니라면 학교에서, 또 그것도 아니라면 사회에서라도 쓰러진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다면 10년 20년 후에 우리는 더 많은 건강한 사회 구성원을 가질 수 있고, 그 반대라면 증오로 가득한 그 누군가를 만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follow me 의 사회가 아니라 With Me 의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둘째 토막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망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이 이야기는 '지식'과 '지혜'의 이야기 입니다.
하드디스크(지식)만 대단하다고 해서 그 컴퓨터의 성능이 무조건 우수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안에서 운영되는 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지혜)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훌륭한 하드디스크는 쓸모가 없습니다. 결국, 하드디스크라는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지혜의 문제입니다. 지식은 얼마든지 외부에서 가르칠 수 있지만, 지혜는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지혜가 없습니다. 똑같은 일만 반복하고 아무런 자극이 없는 삶은 아무런 지혜를 얻을 수 없습니다.
A친구 - '눈빛만 봐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B친구 - '아무리 설명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친구'
A와 있을 때 마음은 편하지만 남는 것이 없지만, B와 있을 때는 그 친구를 이해시키고 이야기 하기 위해 끝없이 긴장하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지혜가 쌓이게 됩니다. 그말은 곧, 평범한 일상에서는 아무런 발전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바로 '독서' 입니다.
'지혜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선의이다' (니체)
내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접근을 할 때 지혜는 생기는 것입니다.
- 셋째 토막
대학원서를 쓰기 전에 아버지에게 내가 가고 싶은 과를 말씀 드렸더니 30분 동안 이야기를 들으시던 아버지가 '네 뜻이 그렇다면 가라'라고 말씀하시고 대신 내 얘기를 잠깐 들으라고 하셨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옳다는 기준이 세워진 것과는 다르다. 학생운동 하다 잡혀 온 애들 보면 그냥 훈계 하고 보내고 싶은 경우가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나는 그래서 개인적인 기준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하급 공무원이라 더 그렇겠지만 위로 올라가도 비슷할거다."
결국 다음날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 하는 일을 스스로 결정해서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간섭을 많이 받지 않는 의대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약 아버지가 너 의대나 가라라고 해서 제가 의대를 갔다면 저는 지금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인데 아버지 때문에 갔다고 푸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저에게 말로 훈육하지 않았습니다. 자식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배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님의 마지막 떠나실 때의 이야기와, 혼자 애 둘을 키우다가 암으로 세상을 뜨게 된 요구르트 배달 아주머니의 두 자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남은 사람들의 슬픔은 크지만 세상을 떠나는 아버님의 시선으로, 엄마의 시선으로 '공감'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슬픔을 긍정적으로 '승화' 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