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지금 나일의 범람을 이시스의 눈물 때문이라고 믿고, 그걸 축복으로 여겨 감사와 찬미의 제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하류인 이곳에서는 볼 수 없지만 나일의 이 같은 범람은 사실 아득한 상류 지역에 우기가 와서 그 빗물로 불어난 물이 이곳에 이르러 범람을 가져온 것뿐입니다. 결코 이시스의 눈물 때문은 아니며, 더욱이 그 축복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알면서도 민중들을 속였단 말씀입니까? 이 성스럽고 장엄한 축제가 사실은 커다란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단 말씀이십니까?"

 

"아니다. 저들도 알고 있다."

 

"저들도 알고 있다고요?"

 

"..............(중략) 생각해 보아라. 세상이 무자비하고 종잡을 수 없는 자연의 폭력에 맡겨져 있다고 믿는 것보다는 제사로 그 노여움을 달랠 수 있고 찬미와 기구로 축복을 빌 수도 있는 신의 질서에 의해 다스려진다고 믿는 쪽이 저들에게 얼마나 더 큰 위로와 희망을 줄 것인가를.

우리가 한 일은 다만 그 같은 저들의 믿음을 가로막거나 깨뜨리지 않은 것뿐이었다............"

 

   

종교가 무작정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믿게 한다는 사실은 반감만 살 뿐이지만 저처럼 솔직하게 인간의 가장 나약한 부분을 지탱해 줄 수 있는 그 무엇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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