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그림자 2004-09-04
저예요, 저! '젊은시절에는'이라고 말하면서 나의 그때를 떠올리는 나이가 제게도 곧 오겠지요? 사람을 알아 갈수록 추억할 거리가 많이 생겨요. 그 안에서 울고 웃고 절망하고 기뻐하고 말이지요. 예전에 자주하던 말이 퍼뜩 생각났어요, 서로에게 깊은 상처로 남은 관계는 기억 속에서 결코 무뎌지지 않는 것 같아요.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어느 순간 그 절망의 나락으로 다시금 빨려드려가니 말이에요. 그래서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말도 영 미덥지 못하고요.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상처가 있는 게 아닌가 해요. 벤자민을 생일 선물로 전해주면서 쑥쑥 자라라고 말한 사람과는 이런 사이까지는 아니었어요. 얼굴 붉히면서 몇날며칠을 실컷 싸우고나니까, 오히려 그 사람과 저는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여망을 남겨둘 수 있었거든요. 이기려고 피 튀기면서 싸우는 일도 가끔은 유용하긴 한가 봐요.
아침저녁으로 날이 차요. 이불, 가슴께까지 푹 덥고 주무세요. 그리고 늘 평안하시길요. 님의 말처럼 자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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