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생기기 시작한 버릇은 이책 저책 집적거리는 것..
책 한 권을 다 읽지 못하고 궁금한 책들을 집어 표지를 넘기고 속지를 넘기다 중간쯤 배를 갈라놓고는
침대맡에 계속 쌓아두는 것.. 맘먹고 치워보지만 다시 반복되던 버릇..
그 질긴 버릇을 없애보려고 시간을 정해 읽기도 하고 한 권만을 고집하기도 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던..
허나, 이 책.. 어제 몇 시간과 오늘 하루를 꼬박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게 만든
압도적인 힘으로 웃게 만든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겉표지 날개를 차지하고 선한, 어찌보면 느끼한 미소를 날리고 있는 이 아저씨에게 홈빡 빠져들다..
처음 몇 장은 워밍업.. 뭐야, 뭐야 하며 읽다가 점차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주석들을 휙휙 넘겨보고..
쿡쿡.. 하다가 기어이 '금요일 - 승리의 그날까지'의 장에 다다르면 푸하하! 하고 통쾌한 웃음을 날리며,
함께 이 즐거움을 같이 할 사람이 당장 옆에 없음을 심히 안타깝게 만드는 책..
'일요일 - 사색의 시간'의 장을 지나 '묻는 사람은 없어도 나는 답한다' 장에 이르면 이 대머리 아저씨의 인생관에 조용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호어스트는 금요일 펑펑 남는 오후에 자아가 분열되어 한번쯤 멀리 뛰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정신차려팀'의 창문을 닦으라는 말과, 뒹구는 신발을 구석으로 밀어놓는 일 정도에서 시작하자는 '맥빠져팀'의 말을 듣고는 소뇌경기장에서 시합을 벌인다. 결국.. 막강불패 '맥빠져팀'의 신화적인 승리로 다시 조용한 일상의 평화로움을 찾는다.. 이 단 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금요일 - 승리의 그날까지..
 
아..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다. 하지만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금요일처럼 살 수는 있다.
맘만 먹는다면.. 조금만 욕심의 수위를 조절한다면.
친구가 좀 배신하면 어떤가. 나도 가볍게 배신해 주면 되지. 식당칸에서 시끄럽게 전화를 거는 승객이 있으면 어떤가. 가짜 전화를 걸어 멀리 산속으로 유배를 보내버리면 그만이지. 새벽 6시에 세탁기를 돌리다 이웃들에게 혼쭐이 나면 어떤가. 그 이웃들 무리에 섞여 옆집 문을 두드리면 그만이지..

그는 세상의 소소한 것들에 대해 발끈거리며 분노하고 얼굴을 붉히는 우리들에게
뭐, 어때. 주말이 코앞이잖아, 화도 적당히 내라구.. 항상 금요일처럼 살자구?, 하며 어깨를 토닥거린다.
그 툭 튀어나온 눈의 어설픈 미소와 따뜻한 말들은
얼굴붉히던 분노를 사그라들게 하고 적잖은 위로를 준다.
지친 몸을 잠시라도 기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 자신이 가려는 길 앞에 서서 갸우뚱거리고 있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아픈 생채기를 남겼다면,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에게서 그 사람 모르게 상처를 받았다면,
아, 삶은 왜이리 힘든거야.. 라고 믿지도 않는 신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싶다면
그저 반나절만이라도,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를 가는 동안만이라도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쿡쿠쿠..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다가,
지금 어깨를 짓누르는 것들에게 허허.. 하는 웃음을 지으며 애정어린 눈길을 보내리라.
어딘가에서 본 글귀처럼 어정쩡한 것이야 말로 살아있다는 증거!

마지막으로 본문에 절대 뒤지지 않는 찾아보기 몇 가지를 소개하면,
기프호른 - 니더작센 주의 도시, 정말 있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 그 자의 인생도 언제나 금요일만은 아니었음
모던 토킹 - 팝 음악의 에드 우드
스페인 - 남프랑스로 가려던 사람이 여기까지 갔다면 너무 많이 달린 것. 그 경우만 아니라면 정말 아름다운 곳.
프라하 - 이곳의 봄은 세계적으로 유명함
아메리카 - 두 개의 대륙, 심지어 세 개라는 사람도 간혹 있음
미국 - 설명할 방법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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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7-0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석이 뒤에 붙을 것이 아니라, 해당 페이지 아래에 들어갔더라면 더욱 재미났을거란 생각을 했었어요.. ^^

superfrog 2004-07-0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 생각 많이 했더랍니다.. 그게 그렇게 제작상 힘든 작업인가 하고 말이죠..
헌데 그리 골치 아픈 주석이 아니라서 그냥 너그럽게.. 호어스트처럼 넘겼다죠..^^

hanicare 2004-07-0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어긋남에 너무 마음 삐끗하지 않기.사소한 마음 저울질에서 한눈팔기.사소한 분노에 전인격을 드러내지 말기.멋진 어른이 된다는 건 사랑스런 아이가 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