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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의 멘토, 라고 까지 거창하게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뭐랄까,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참 닮고 싶고 뭐든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몇 명의 사람이 있다. 유희열, 이동진. 그리고 임경선. 일명 '라천 사단'. 2011년 11월에 종영한 라디오 프로그램 <라디오 천국>. 2008년 4월부터 3년 6개월여를 매일 밤 12시, 그들의 목소리와 함께하며 나는 나의 '취향'을, 그것을 넘어서 내가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를 배웠었다. 고작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에 오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진행자인 희열님을 통해서는 음악을 찾아듣는 방법, 사람과 소통하고 사람에게 공감하는 방법, 인생의 여유를 찾는 태도를 배웠고, 동진님에겐 영화를 보는 방법,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그리고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기분 좋게' 전달하는 태도를 배웠다. 경선님에게는 3년 6개월간 매주 한 번씩 누군가의 고민 상담을 통해 정말 수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 모든 것의 중심에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있었다. 라디오는 이미 종영되었지만 그 후로도 꾸준히, 그들의 삶을 뒤따라가며 그들의 방송을, 활동을, 책들을 찾아 듣고 보고 읽으며 여전히, 나는 세 사람의 멘토를 따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라천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다. 고작 라디오프로그램이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8할 정도는 바로 그 '고작 라디오 프로그램'인 것이다.
<태도에 관하여>는 이미 예약구매를 해 놓은 상태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들'의 작업물이라면 일단 사야하는 거니까.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읽어치웠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내내 정신이 가출한 상태로 글이 영 써지지 않아서 리뷰를 이제서야 남긴다. 흑흑) 라디오천국에서 느끼고 생각해왔던 많은 것들이 여기에 담겨져 있었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이 라디오에서 언급했던 일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었던 반면 이 책에는 그간의 이야기, 그러니까 작가님의 인생을 만들어온 대부분의 것들이 모두 담겨져 있는 느낌이었다. 3년 6개월간의 매주 1회. 대략 170회 정도의 상담을 모두 다시 꺼내어 듣기엔 부담스러운데, 이 책 한권 읽는 것으로 어느 정도 작가님의 생각을 따라잡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삶의 다섯 가지 태도. 커리어우먼으로서, 작가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그런 모든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사람 임경선으로서 그녀가 살아온 삶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는 이야기이기에 진심이 느껴지는 인생 선배의 조언들이었다. 그간 작가님의 이야기를 열심히 찾아 (2008년부터이니 이미 7년이다.) 읽고, 들어왔기에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러나-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알고는 있었지만 지키기는 어려웠던 가치들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만드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았다. 특히나 나를 뜨끔, 하게 만든 것은 "현실에서는 오히려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 '행동'을 하면서 '생각'이 따라서 정리되었다.(P.17)", "생각하는 것에만 너무 중점을 두다보면 자칫 행동하지 않을, 움직이지 않을 부정적인 이유를 만드는데 생각이 더 쓰인다.(P.18)"이라는 두 문장이었다. 그렇다. 책의 첫 꼭지에서부터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이었다. 나의 가장 큰 문제.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 당장에 바꿀 순 없겠지만 생각만 하고 있기보단 뭐라도, 작은 일이라도 '행동'하려 노력해가다보면 언젠가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나는 그 '행동'이란 것을 하려고 하는 노력이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경선님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언제나 나는,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어제보다 조금은 더 발전한 내가 되고 싶다는 것. 그것이 어떠한 성과일수도 있고 아니면 보이지 않는 작은 생각의 변화일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어제보다 조금 더 '괜찮은 나'가 된다면 좋겠다는 것. 7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인 것 같다. 예전엔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불만이 많았다. 쟨 왜 저러지. 아 짜증나. 하고 생각할 때가 정말 많았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다르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생각이나 행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무관심'은 아니다. 언제나 나의 주변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하고 알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왜 저래'라고 생각하거나 '부럽다'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 것 같다. 타인에게 불만을 가진다고 해서 타인이 변화하는 것도 아니고 타인에게 부러움을 가진다고해서 내 인생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저, '아아, 너는 그렇게 너의 삶을 즐기고 있구나. 나는 말이야...' 하고. 당신의 삶과 나의 삶을 구분할 줄 알게 되고, 나의 삶을 더 살갑게 돌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이러한 내가 좋다. 물론 나에게 불만도 있다. 그런데 타인에 대한 불만은 가지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내 힘으로 풀 수 없는 불만이니까. 그러나 나 스스로에 대한 불만을 항상 품고 있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가고 있다. 이건 내 힘으로 풀 수 있는 불만이니까. 단점을,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불만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지금의 나를 정말 좋아한다. 아마도, 이 불만들을 진짜로 극복하고 난 뒤엔 나 스스로를 좀 더 좋아할 수 있게 되겠지? 그리고-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있게 된다면 분명, 다른 사람들도 나를 좋아해줄 거라고 믿는다. 모든 마음의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 걸, 나는 임경선 작가님의 말과 글을 통해 그런 것을 배워온 것 같다. 지금까지.
자신이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납득은 한다. 자부심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만족은 하지 않는다.
좀 더 훌륭한, 좀 더 심오한 것을 할 수 있을 터다 하는 감촉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시간이나 체력 같은 제약과 싸우며 이겨내겠다는 결의가 있다.
-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中
하루키와 오자와세이지씨의 대담집에서 읽은 글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엄청난 것을 이루어낸 두 사람조차,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시간이나 체력의 제약과 싸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물며 나같은 미생은, 갈 길이 참 멀기도 하다. 하지만 비교는 금물. 나는 나의 삶을, 나의 시간과 나의 속도대로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 이니까. '몇 살이 되었든,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수 있다면(P.7)' 나는 나를 더욱 좋아할 수 있게 될 터다. 작가님도 '그러니까 자발성이라는 측면의 첫 단추, 처음으로 껍데기를 깨고 걸어 나가는 것 까지는 무조건 내가 해야 된다는 거죠. 그 다음부터는 천천히 갈 수도 있고 뛰어갈 수도 있지만요. 그 스피드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껍데기를 깨는 거는 나밖에 할 수 없다는 거. 가장 중요한 진실이죠.(P.254)'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나만의 속도가 중요하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 될 테니.
자기 내면이 단단해지려면 디테일에서도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문제를 다 좋고 나쁘다고 판단할 게 아니라 그 문제를 자잘하게 썰어서 하나하나 곱씹어볼 수 있는
어떤 치밀함. 집요함. 그리고 신중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기억해놓고 싶은 문구 또 하나. 디테일에 강한 사람. 디테일에 강한 사람은 어떤 일에도 금세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작은 일에서도, 어떤 일에서도 재미를. 배울 점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영화를 보면서 큰 줄거리에만 집중하는 것과 그와 함께 영화 속에 숨어있는 깨알 같은 레퍼런스들을 찾아내며 보는것은 분명히 다른 경험이다. 디테일에 강한 사람은, 똑같은 시간을 쓰면서도 다른 속도와 다른 밀도로 시간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자신이 말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본인의 가치, 본인의 태도'를 찾아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의 삶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매일 매일 어제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나'라는 태도. 그것인 것 같다. 그래서 침대에 콩벌레 처럼 누워 하루를 보내거나 이런 저런 것을 해야지 생각만 하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엔 더 없는 자기비하의 감정에 빠지는 거겠지. 매일 매일 뭐라도, '행동'해서 변화하기를. 지금의 나에겐 이것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키워드는 디테일. 나는 내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매일을 즐기는 '진짜'방법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초반엔 무척이나 조급해했고 나보다 앞선 사람들에 대해 조바심을 내며 서둘러 뒤따라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매일 매일 더- 좋아지고 있다고. 늦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조급하게 서두르느라 '디테일'을 놓치며 어찌 보면 또 다른 의미로 '허송세월'을 하기 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더디더라도 '디테일'있는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낼 줄 아는, 그럼으로써 매일매일 조금씩 느리게라도, 발전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졌다. 이렇게 묻고싶어졌다.
"당신은, 어떤 태도로 매일을 마주하고 있나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