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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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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고 선하고 사려깊은 문장을 계속 써 주세요. 삶과 세상과 우리를 계속 다정하게 사랑해주세요, 하고 작가님을 응원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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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착각 - 허수경 유고 산문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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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드시지 못하고 창가에 놓아두고 떠난 귤, 의 빛을 담아내었다는 책 표지를 쓰다듬어본다. 세상을 떠난 작가의 글을 다듬어 그가 그리 삼키고 싶어했던 향기로운 과실의 색을 담아 그의 생일에 세상에 나온 귤빛 책. 그런 마음들이 담겨져 만들어진 책을 어찌 함부로 읽을 수 있을까. #오늘의착각 을 조심스레 한 페이지씩 읽어보았다. 허수경 시인님이 살았던, 보았던, 그려내려 애썼던 그 시간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 한 착각에 빠져든 채로.

2년 동안 뉴스나 책에서부터 시작된 생각들을 여덟차례에 걸쳐 문학 계간지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모은 책. 나는 그중에서도 두번째 챕터인 '김행숙과 하이네의 착각, 혹은 다람쥐의 착각'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창작자이기보다는 독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예정이어서일까, '글을 '해석'함에있어 '오독'하고 마는 '미래의 타인'의 입장으로, '문학을 이해한다고 '착각'하는 무수한 눈에는 한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위장된 저속한 흑백논리에 근거한 도덕적 판단이 숨어있(P 41)'으며 '무수한 문학평론가가 아도르노의 권위에 기대어 하이네를 읽기도 전에 그를 단죄하는 걸 보면서 그건 하이네라는 상처가 아니라 하이네, 라는 한 시인의 후대를 살면서 엄청난 비극을 겪은 이십세기의 상처(P 41)'라고 생각한다고 하이네의 편을 들어주던 시인의 글. '다만 그 시와 그의 시들을 읽는 순간만이 그 상처를 치유한다.(P 42)'고 말하는 시인의 글. 그 글속에서 나는 '그러니까 당신도, 시인들의 삶을 판단하려고만 하지 말고, 그의 시 속에 담겨진 상처를, 시대가 한 사람에게 낸 파열음을, 읽어내주세요. 귀기울여 들어주세요.'라고 당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저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착각'이라는 단어는 부정의 말꾸러미 안에 들어있던 단어였다. 하지만 삶 속에서 만난 모든 것들, 아주 옛날에 살았던 사람이 남긴 글들, 당장 내 옆의 이웃이거나, 혹은 먼 나라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의 소식들을 접하며 그것을 이해하고, 납득하고, 끝내 결국에는 오독하고 '착각'하여, 다시 그 착각의 말들을 길어내 시를 쓴 시인의 글을 읽다보니, 원래 느낌 그대로 더없이 고통스러운 단어인것도 같고 세상을 믿기 위한 더 없이 천진한 단어인것도 같아 어느 말꾸러미 안에 담아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메이고 말았다. 단어 하나로 이리도 다채로운 시선을 뻗어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겠지. 여덟편의 '착각'에 관한 이야기 덕분에 나도 잠시 함께 시인이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물론, 그러니까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것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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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
김진송 지음 / 난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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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단편 <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를 다 읽고 비죽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김진송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었다. 김성중 작가님이 떠오르기도 하는, 그로테스크한 환상소설. 아,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쓰시는구나, 기대감을 안고 다음 페이지로 내달릴 준비를 했다. 그러나 세번째 작품, <달팽이를 사랑한 남자>에서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야했다. 이건, 이건... 너무나도 나의 취향이 아니었다. 용납 불가능한 불쾌함이 머리를 지배했다. 책을 덮을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번 펼친 책의 끝장을 덮을때 까지 다른 책을 펴지 못하는 완독의 병을 가진데다 이 책은, 끝가지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기에 며칠 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그의 그로테스크의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꼭대기의 사람들>을 읽고 다시 크크크, 하고 웃음을 짓다 <종이 아이>에서 또다시 취향의 벽에 가로막힐뻔 했지만, 꾹 참고 <안섬 한 바퀴>를 읽고난 뒤 그 다음 작품들부터는 시간이 어찌 가는 줄 모르게 푹 빠져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나 허탈한 타임루프물이 있을까 싶었던 <안섬 한 바퀴>, 실제로 이런 설치작품이 있다면- 이라고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던 <어린 왕자의 귀향>, 드라마 '더 킹'보다 훨씬 현실감있는 대체역사물이라 평가하고싶은 <섬>, 그리고 심리전의 화룡점정을 찍은 중편소설 <서울 사람들이 죄다 미쳐버렸다는 소문이......>까지. 한 사람의 내면의,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흔들리고 충돌하는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해 힘있게 끌고 나가는 서사속에 푹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볍게 헛웃음이 비져나오는,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들이 마음에 들었다. 달팽이가 후려친 뒤통수가 아팠지만 그정도는 슬쩍 흐린 눈으로 못본척 하기로 결심했다.


책을 다 읽고 유난히 기억에 남은 단어가 있었다. 바로 '생각 사냥꾼'이라는 단어. <섬>에서도 그랬고 <서울 사람들이 죄다 미쳐버렸다는 소문이......>에서도 결국 사람들은 '생각'을 '사냥'당했다고 볼 수 있을텐데,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의 나는 내 생각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것이다. 언론에, 주변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내 생각을 사냥당한채로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언제나 나의 생각이 어디서, 누구로부터 도래한 것인지를 제대로 살피며 살아가고싶다. 그것이 생각을 사냥당하지 않는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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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임 - 오은 산문집
오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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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의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포지션을 맡고있는 오은 시인님의 산문집, <다독임>을 읽었다. 책읽아웃을 통해 2주에 한번씩 목소리로 만나왔던 오은시인님에 대한 이미지는 맑고, 사랑스럽고,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수가 없어 저도 모르게 수다러워지고, 누군가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에 함께 호들갑스러워지던 사람, 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거기에 한 문장을 더 붙이고 싶어졌다. 세상을 아무렇게나 되는대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바라보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시인, 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내가 가진 이미지는 이런 것. 유난히 남다르게 예민한 안테나로 세상의 빈곤한 삶에 온 힘을 다해 파고들어 정성껏 어루만지고 다듬어 결국 반짝이게 만드는 사람, 이라는 이미지. 그래서 그들은 유난히 남들보다 더 자주 아파하고, 더 자주 슬퍼하고, 더 자주 행복해하고, 더 자주 신나하는게 아닐까. 그러니까, 오은 시인님처럼 말이다. 오늘도 오은 시인님은 다독(多讀)을 통해 세상을 다독이고(p.6), 세상속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p.116) 그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질문하며(p.107), 남의 일을 나의 안으로 끌어들여(p.101) 스스로의 안과 밖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내다보기도 (p.79) 하겠지. 그리고 그러한 시선과 질문 끝에서, 단어의 외연을 넓혀가(p.30)고 계시겠지. 특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오은 시인님만의 안테나로 그렇게 포착한 다양한 생각들을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유난히 크게 두드린 이야기는 다름아닌 '부끄러움'과 '시행착오'에 관한 이야기였다. 두 단어 모두 나에겐 그저 부정적 말주머니 안에 담겨있던 단어였는데 오은 시인님의 글을 읽고나니 새삼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제대로 마주하려하지 않았었다. 그저 숨기고 모른척해야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어떤 일에 실패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에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제대로 마주해 '반성을 하고, 조금 더 떳떳하고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p.137)'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일들 앞에서 갖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에게 더 가까워지는(p.239)'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시인님은 말하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마주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낮잠을 자다 깨어나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조카를 꼬옥 품에 안고 등을 다독다독, 다독여주었을 때 손바닥에 전해지던 그 어린 몸의 온기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엄마의 예순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프라하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내 손등을 다독다독 다독여주던 엄마 손의 온기역시,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어떤 기쁜 순간, 혹은 어떤 슬픈 순간. 많은 사람들과 다독임을 나누었다. 다독다독, 우리는 그렇게 서로 그 행복이 흩어지지 않도록 잘 다독였고, 그 슬픔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차분히 다독였다. 그 다독임의 순간들이, 삶을 지탱해주는 것이겠지. 부지런히 다독다독, 내 삶속의 모든 것을 다독이며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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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자유 - 김인환 산문집
김인환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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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 이제 같이 함께 걸어볼까요, 하며 가볍게 걸음을 슬쩍 옮기던 책이 바로 돌변하여 동학을 시작으로 불교 이론, 중세철학, 경제학, 과학과 조세법까지. 대학 강의였다면 네? 갑자기요?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하며 교재를 뒤적거렸을법한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나는 개론 수업을 들으러 왔고, 일주일의 수강 변경 기간 동안 음, 이 강의 느낌 좋은 걸, 하며 수강하기로 결심했더니 3회차 강의부터 갑자기 대학원 수업으로 강제 이동당한 느낌이었던, 그야말로 읽기에 버거웠던 책, 타인의 자유를 읽었다.


처음엔 인덱스 테이프를 손에 쥐고 읽기 시작했다. 얼마 안 지나 나는 테이프를 포기하고 연필을 손에 쥐어야만 했다. 테이프가 하염없이 붙여졌기 때문이다. 연필로 도구를 바꾼 뒤 모르는 부분엔 동그라미와 물음표를 기재하고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엔 짙게 밑줄을 그었다. 거의 대부분의 페이지, 거의 대부분의 문장에 연필로 메모가 덧씌워졌다. 이렇게까지 어려울 일인가, 하고 투덜대려고 할 즈음 한 꼭지가 마무리되고, 그 후엔 잠깐 쉬어갈까,라는 느낌으로 조금은 덜 난해한 글이 이어졌다. 강약의 조화 덕에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문장들이지만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고자 한 편집자분들의 노고가 느껴졌다.


어째서 이렇게 많은 학문들이 한 사람에 의해 한 권의 책에 몽땅 담겨있는가에 대한 답변은 결국 책 속에 있었다. "의미는 책의 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들이 다른 책들과 맺는 무수한 관계 안에 있다(p.30)"기 때문인 것이다. 모든 학문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깊이의 비젼 대신 옆으로 보는 비전을 따라가며 맥락을 구성하라(p.30)"고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책을 읽으며 서두에 말한 '맥락의 독서', '미완성의 독서', '중도의 독서', 그리고 '항상 중요한 무엇인가를 남겨 놓는 잉여의 독서'가 무엇인지를 깨달아갔다. 연관성 없어 보였던 학문들이 하나의 학문과 한 권의 책으로만 채워놓은 빈틈이 많은 세계 속에서 점차 비어있는 퍼즐을 완성해가며 결국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방법,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사유하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이성적 원리에 따라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상실할 때 인간은 교양의 나라로 도피하게 된다.(p.126)"는 문장을 통해 학문을 학문으로만 마주하지 말고 믿고 소리 내어 말하라고, 움직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 얼마나 이해했어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배시시 얼굴을 붉히고 뒷머리를 긁적대며 20%....?라고 답하겠지. 만약 이 책이 대학 강의였다면 기말고사 시험지엔 교수님의 질문에 대한 답 대신 열심히 들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라며 눈물 젖은 긴 장문의 편지를 적고 교수님과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 후다닥 교실을 빠져나갔으리라. 이 책을 읽는 것은 어려웠고 버거웠다. 하지만 "고통을 피하는 사람은 어떠한 일도 성취하지 못한다.(p.55)". "인간은 실재하는 진리를 지성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생을 통해 인격을 완성해나가야 하며 이렇게 사는 것만이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사는 인간의 길이(p.98)'므로, 물음표를 잔뜩 써놓은 키워드들을 잘 정리해서 하나하나 공부하며 맥락을 구성해가야겠다. 우선은 가장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던 릴케, 부터 시작해보아야지.


이 책의 저자인 김인환 교수님은 돌아가신 황현산 선생님의 지기라고 하신다. 표지 속 숲을 걷고 있는 노신사 두 분을 황현산 선생님과 김인환 교수님이라고 생각하며 지긋이 바라보고 있자면 든든한 스승의 뒤를 따라 걷는듯한 느낌이 든다. <난다 출판사> 덕분에 황현산 선생님을 알게 되었었다. 2013년에 발간된 <밤이 선생이다>를 통해서였다. 처음 선생님의 글을 본 이후로 좋은 어른,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 반갑고 감사해서 열심히 뒤를 쫓았었다. 그런 선생님이 떠나가신 자리에 선생님의 친우분이 찾아와준 느낌이다. 황현산 선생님보다는 조금 더 엄하고, 무뚝뚝하시지만 흔들림 없이 앞으로 걸어가는 또 다른 선생님의 뒷모습을, 다시 쫓아 걸어가 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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