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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말도 안 돼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툭, 하고 나도 모르게 볼멘소리가 먼저 튀어나왔다. 누구를 향해 뱉어낸 말인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말도 안 돼요,'라고 나라도 대신 누군가에게 이건 부당하다고 이건 너무하다고 항변해야했다. 그렇게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같은 크기의 불행과 같은 크기의 행복을 나누어 주셨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어떤 불행도 감내할 수 있었고 어떤 행복엔 감사할 수 있었는데. 이건 나의 그 믿음을 깨트려버리는 일이었다. 한 사람이 감내하기엔 너무 무거운, 슬픔이었다.


여태 나는 토끼 베니, 구작가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책을 받았을 땐 귀엽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했었는데 중간 즈음 더 이상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어야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따스한 색감의 일러스트가 오히려 더 아팠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시력을 잃어간다는 것은, 그 절망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 걸까. 나로서는 감히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무게 앞에 허투루 그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기에 차일피일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미뤄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말도 그 절망의 무게에 비해 너무 가벼웠고 하찮았다. 세상의 어떤 문제에는 그저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것만이 가장 큰 위로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깜빡이는 커서만 한참 바라보다 결국 단 한 글자도 적지 못하고 다시금 책을 손에 쥐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가만히 누워 페이지를 넘겨가며 다시, 아픈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다시, 예쁜 그림을 눈에 담다보니 퍼뜩, 비록 구작가님에게 닥친 일은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구작가님의 삶이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나 역시 구작가님과 마찬가지로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지만 구작가님은 하나하나 그 버킷리스트를 '이루어내는 사람'인 반면, 나는 그 버킷리스트를 '바라만 보는'사람이지 않은가. '이루어냄'의 행복수치로 따지자면 오히려 불행한 쪽은 나였다. 가만히 멈춰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쪽은 바로 나인데. 나와 구작가님 사이에 가로놓인 커다란 벽만 바라본 채, 그 벽 뒤에서 놓인 구작가님의 예쁜 꽃밭을 보지 못했구나. 그래, 구작가님은, '괜찮'구나. 내가 해야 할 일은, 슬픔의 무게에 짓눌린 침묵이 아니라 이뤄냄이라는 행복을 위한 응원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무언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계속 행복할 것 같아요.


언제나 그렇다. 차고 넘치는 사람은 본인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풍족함 속에 안주한다. 그런 삶은 빈곤하다. 어쩌면, 조금 덜 가진 사람. 조금 부족한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을 찾아내고, 직접 실행하는 진짜 풍족한 사람이 아닐까. 어두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구작가님의 삶을 살아가는 강한 모습이 참 예뻤다. 상실에 분노하고 아파하기보다는 이뤄냄에 만족하고 아직도 이루어낼 것을 발견해냄에 기뻐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행복하기를. 매일 매일이, 괜찮은 하루이기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예쁜 사람의 이야기. <그래도 괜찮은 하루>는 꽤 오랫동안 묵직하게 가슴속에 남아 게으른 나에게 오늘에 안주하는 나에게 말을 걸어줄 것 같다. 찾으라고, 그리고. 이뤄내라고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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