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과 죽음의 교향곡 - 브루노 발터가 만난 구스타프 말러
브루노 발터 지음, 김병화 옮김 / 마티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바야흐로 말러 세상이다. 이미 클래식 연주 시장에서 별미가 아니라 정규 식단으로 자리잡은 말러는 이제 출판 시장으로 진격하는 중이다. 말러에 관한 또 한 권의 책이 발간된 것인데, 아동용 서적을 제외하면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음악 출판계에서 말러만큼 꾸준히 사랑 받는 음악가도 없는 듯하다. 지금까지 소개된 말러 책들이 주로 심도 있는 청취를 돕거나 음악사적 의미를 살펴보는 '딱딱한' 책이었다면, 이제야 일반 애호가들을 위한 '말랑한' 책이 나온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전기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책과 가까이서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브루노 발터가 말러를 회고하며 쓴 <사랑과 죽음의 교향곡>은 명백히 후자에 속한다. 발터는 말러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고, 말러의 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선구적으로 노력한 지휘자로, 그들의 관계는 푸치니와 토스카니니의 관계와 비슷하다. 또한 말러야말로 개인적인 삶이 그대로 자신의 음악에 반영된 예가 아니던가. 이 정도면 이 책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술가의 성격이나 태도, 심경을 이렇게 내밀하고 솔직하게 회고하는 책을 만나기도 어렵다. 그것은 발터 역시 위대한 예술가로 예술가로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예술가가 또 다른 예술가를 역할 모델로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물에 집중하다보니 그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조망이 다소 부족하다. 말러와 발터가 함께 활동했던 세기의 전환기의 빈의 모습과 당시 음악 생활이 어떠했는지가 좀 더 자세히 묘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책이 우리에게 너무 늦게 도착했다는 점은 생략하자.) 대신 발터가 말러의 곡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피력하는 대목과 풍부한 사진 자료 및 해설은 이 책의 가치를 드높이는 요소다. 말러를 좋아하는(그리고 좋아할)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