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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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의 삶을 토대로 허구의 이야기를 덧붙인 이 짧은 소설에는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자연과 시의 세계가 있고, 사랑과 우정과 성장이 있고, 역사와 정치가 있다. 동심을 경험한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감동의 이야기지만, 아울러 슬픈 칠레의 역사를 들을 수 있는 글이다. 사실 이 둘은 그렇게 잘 맞는 조합은 아닌데, 이 소설에서는 그럭저럭 어울린다. 그래서 가벼우면서도 마냥 가볍지는 않은, 잔잔함과 애상이 공존하는 글이다.

그래도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은 무명의 우편배달부 소년이 노벨상 수상자 시인과 점차 가까워지면서 시의 매력을 하나둘 배워 가는 과정에 있다. 이들이 주고받는 생동감 넘치는 대사들, 그리고 능청스러우면서 재치 만점인 표현은 간만에 느끼는 즐거움이다. 마치 문학이 본격적으로 성숙하기 전의 순수함과 흥분을 보여주듯 구어체와 이야기의 매력으로 가득하다. 이슬라 네그라의 바다를 마주 보며 네루다의 시를 읽고 소리를 채집하는 우편배달부의 모습은 실로 근사한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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