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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들려준 이야기 - 신화와 예술로 만나는 숲의 세계
김기원 지음 / 효형출판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숲에 관해 부담 없이 읽을거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무난할지 모르겠지만 전문가의 책치고 얄팍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숲을 소재로 한 신화, 종교, 예술의 사례를 정리해 모아둔 것으로 이 정도는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모을 수 있는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소재주의'를 벗어나려면 전문가다운 보다 깊은 통찰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숲을 소재로 한 음악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숲의 소리가 오케스트라 편성이나 작곡가의 음향 구성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 흥미로운 작업이다. 왜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들이 유명했는지를 나무 재료와 음향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도 좋다. 지역에 따라 풍경화의 색채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이유를 숲의 수종에서 찾을 수는 없는지 설명하는 것도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작업이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숲의 산업화를 주제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넣을 수도 있다. 삼림욕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국립공원의 역사는 무엇인지, 숲의 냄새를 상업화한 향수 산업은 어떠한지 등 숲과 관련한 흥미로운 논의들은 얼마든지 많다. 지구상에 숲이 형성되는 과정이나 우리 역사 속의 숲 관련 이야기를 다룬 대목은 마음에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이런 내실 있는 정보들로 호기심을 자극하기보다는 당위적인 주장과 상식적인 명제에 기대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