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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동물원
츠츠이 야스다카 지음, 양억관 옮김 / 북스토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한때 기시다 슈라는 일본의 심리학자의 책을 들고 마치 전도하는 심정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열심히 권한 적이 있었다. 인간의 도착적인 심리와 성에 대해 독특한 이론을 펼치는 이 괴짜 학자는 꽤 오랫동안 나의 의식 세계를 지배하면서, 온갖 세상의 무질서와 욕망의 충동성을 고차 방정식 풀 듯 말끔하게 정리해 나를 매혹시켰다. 츠츠이 야스다카의 <인간 동물원>을 읽으면서 문득 기시다 슈가 생각났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 둘의 세계관이 꼭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성에 관한 심리를 독특한 필치로 풍자하면서 인간의 모순된 욕망을 설명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다. 기시다 슈의 또 다른 자아가 심리학에 근거한 SF를 쓴다면 아마 이런 모습을 띠지 않을까 싶다.
주로 인간의(그것도 남성의) 성적 욕망을 풍자하는 짧은 글들을 수록한 이 단편집은 무엇보다 즐겁다. 그리고 단편 특유의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살아 있으면서 일관된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곁가지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매스 미디어와 관료제가 지배하는 현 일본 사회를 희화화하고 있는데, 가끔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지만 공격적인 독설보다는 이런 경박한 풍자가 더 매력적일 때도 있는 법이다. 이 단편집에 대해 호감을 갖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