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의 데뷔작은 소문으로 들었던 바로 그대로였다. 병원 소독약 냄새처럼 싸한 기운의 냉소적인 풍미를 즐기고픈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이 없겠다.

거의 두 인물의 대화로만 진행되는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대사의 묘미에 있다. 문장의 흡인력과 감칠맛만으로도 웬만한 드라마를 가볍게 능가한다. 독설, 냉소라는 것이 적대적 세상에 대한 자기방어 내지 선제공격이라 볼 때, 뒤틀린 우월감과 자기합리로 포장한 타슈 선생의 거침없는 언변과 그 허점을 파고들려는 기자(다들 이름이 없다)가 벌이는 승부는 펜싱 선수들의 칼끝에서 튀는 불꽃처럼 팽팽한 긴장감으로 넘친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소모적인 심리 게임이 아닌 것이, 인간 혐오나 글쓰기의 본질, 기성 문단 비판 같은 진지한 이슈들을 두루 건드리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통렬하면서도 상쾌한 글이다.

언어에 대한 감각,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 밀도 높은 자의식, 여기에 풍자와 재미까지 두루 갖춘 이 소설에 없는 유일한 것은 여백이다. 아멜리 노통에 비하면 커트 보네거트의 냉소는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보일 정도다. 마지막으로, 영화 감독 프랑스와 오종의 세계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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