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시모프 로봇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정철호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로봇을 주제로 한 아시모프의 첫 번째 장편소설 <강철 도시>에는 로봇의 반란을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의 암울함도 없고, 필립 딕의 소설에서처럼 정체성을 둘러싼 신경증적 고민도 없다. 아시모프가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떻게 로봇에 대한 공포를 떨치면서 로봇의 편리함을 잘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지극히 실용적인 고민인 셈인데, 그의 유명한 '로봇 공학의 3원칙'도 이런 실용적 필요에 의한 것이다. <강철 도시>는 추리 소설의 플롯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로봇의 갈등과 화해를 추구한 작품이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것은 이유 없이 로봇을 혐오하는 회고주의 세력들이다. 로봇이 점차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도시의 외곽에는 우주인들이 정착하여 불안감을 조성하는 상황에 불만을 품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자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인의 거주지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형사 일라이저 베일리는 인간과 똑같은 외모의 로봇 다닐 올리버를 파트너로 맞아 사건 수사에 들어간다. 물론 소설은 서로의 다름을 포용하여 열린 미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며, 그 중심에는 베일리가 로봇에 대해 갖는 감정의 변화가 있다.
<강철 도시>를 읽는 하나의 즐거움은 1950년대의 상상력으로 그린 미래 도시의 모습을 엿보는 것이다. 급격히 늘어난 인구 때문에 거대한 시티를 중심으로 군집 생활을 하는 인류의 모습은 헐리웃 SF 영화에서 즐겨 다루는 미래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 자연과 분리된 밀폐된 환경, 제한된 자유, 배급 생활, 엄격한 위계 질서 등 여기서 그려지는 미래의 모습은 가까운 미래에 구현될 수도 있는 현실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또 위협적이다.
솔직히 그렇게 매력적인 문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군더더기 없이 전개되는 구성에 SF 특유의 폭넓은 상상력과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추리 소설 기법이 잘 조합된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