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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ㅣ 메디컬 사이언스 2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3년 12월
평점 :
논픽션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 국내에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는 미국 쪽의 논픽션들을 보면 대충 정형화된 틀이 있는 것 같다.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롤로그에 이어 사건 해결에 매달린 인물들의 각고한 노력을 중점적으로 조명하는데, 여기에 그들의 성장과 이력이 적절하게 첨부되고 해당 주제의 간소한 역사가 독립된 장으로 들어가는 식이다. 그런데 불만인 것은 주제에 대한 관심에서 잡은 글이 주제보다는 인물들의 삶에 치중하면서(뭐, 여기까지는 괜찮다) 휴먼 다큐멘터리의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책이 딱 그렇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의 미스터리를 다루는 책이 독감 자체에 대한 정보보다는 독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분투했는지를 알리는 데 매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허탈한 것은 독감의 미스터리도 결국은 의문부호를 남긴 채 미완의 비밀로 남겨져 있다는 점이다. 본문의 표현을 빌자면 사건의 용의자는 잡았는데 살인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형국이다. 몰랐던 과거의 사실을 밝혀주고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주는 공로에도 불구하고 지향점과 종착점이 어긋나는 실망이 공존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