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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대니얼 맥닐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런던의 국립 미술관 뒤편에 보면 국립 초상 미술관이라는 곳이 있다. 영국 역사에 중요한 인물들의 초상화(사진 포함)를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사람의 얼굴이 갖는 다양함과 미묘함을 이만큼 잘 보여주는 곳도 드물 것이다. 대니얼 맥닐의 <얼굴>은 이런 얼굴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해부학과 생리학을 비롯해서 역사학,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등 거의 모든 학문적 방법을 동원해 얼굴에 담긴 의미와 비밀을 탐색하고 있는, 말 그대로 얼굴에 관한 백과사전이다.
해부학, 개체성, 표정, 아름다움의 4부로 나눠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로 과학과 인문학의 이상적인 조합을 보여주는 글쓰기라는 점을 들고 싶다. 얼굴 생성 과정에 대한 진화론적인 설명과 얼굴 인식의 메커니즘의 고찰은 과학적 호기심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며, 가면, 화장 등 얼굴과 관련된 문화적 관습과, 거짓말, 웃음 같은 현상의 의미를 고찰해보는 즐거움도 있다. 입술이 장의 내벽처럼 내피라서 키스는 상대의 내면과의 접촉을 의미한다는 대목이나 우리의 뇌는 얼굴을 캐리커처로 인식한다는 대목, 그리고 일본의 가면극 노(能)에서 조명과 상징적 몸짓을 통해 가면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모코 마카이나 라브렛 풍습은 좀 충격이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든 순전히 학문적 관심이든 얼굴에 대해 흥미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