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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세계 - 과학소설의 상상력을 통해 내다본 인류의 미래
프리먼 다이슨 지음, 신중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배신감이다. 모호한 제목 아래 붙은 부제가 '과학 소설의 상상력을 통해 내다본 인류의 미래'다. 그래서 SF에 그려진 미래의 모습을 과학자의 입장에서 흥미롭게 풀어쓴 책인 줄로만 알았다. 한데 과학 소설과 관련된 내용은 부분적으로 조금 등장할 뿐이다. 침소봉대의 전형이다.
다음에 든 생각은 실망감이다. 이 책에서 그나마 읽어볼 만한 대목은 과학 기술의 사례들을 이데올로기와 윤리의 관점에서 서술한 부분이다. 하지만 굳이 이를 위해 이 책을 집어들 생각이라면 비슷한 주제를 보다 포괄적이고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 다른 좋은 교양 과학서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래도 책의 초점은 미래 사회의 모습에 놓여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책이 보여주는 미래의 모습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부실하다는 인상이다. 미처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아이디어나 비전이 없어서 굳이 전문적인 과학자가 아니라도 대충 그려봄직한 미래의 모습이다. (출판연도가 오래된 탓일까? 7년의 세월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저자의 시야가 낙관적이고 윤리적인 틀에 갇혀 있는데, 이를 독자들에게 설득시킬 논거의 힘이 부족해 보인다.
따라서 결론은 이렇다. 원제가 독자에서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미래상은 이 책에 없다(혹은 기대치에 못 미친다). 부제는 출판사(혹은 역자)가 임의로 갖다 붙인 제목이다. 바라건대 나처럼 과학 소설에 대한 흥미에 끌려 이 책을 잡는 실수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