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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뮤직 - 과학소설 1
그레그 베어 / 움직이는책 / 1992년 4월
평점 :
품절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정신적 성숙은 모자란 유전공학자 버질 울람의 손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진 지능을 가진 세포. 이것의 의도하지 않게 증식하면서 인류가 파국을 맞게 되기까지의 모습을 그린 SF가 바로 <블러드뮤직>이다. (적어도 내겐) 상당히 신선한 주제였고 소설은 비교적 속도감 있게 읽힌다. 인간이 만든 괴물이나 몸 속에 거주하는 또 다른 존재의 이야기는 <프랑켄슈타인>과 <기생수>를 연상시키지만 파괴적이고 묵시록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고(영화 <28일 후...>를 연상시키는 대목이 잠시 있긴 했다), 마치 세상의 종말에 천국으로 인도되는 듯 평화롭고 종교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인류의 종말이 새로운 종으로의 발전으로 귀결되는 결말 때문에 다들 <유년기의 끝>을 자연스럽게 언급하지 않았나 싶다.
초반부의 속도감 있는 전개는 상당히 흥미진진했으나 후반부에 이르러 정보 이론을 빌어 상황을 설명하는 대목은, 원문이 원래 불친절한 것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솔직히 따라가기가 상당히 버거웠다. 시각적 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면이 선뜻 눈앞에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 또한 지적할 수 있겠다. 아이디어의 참신함에 비해 소설적 얼개가 다소 미진했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깊은 인상을 준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기회가 닿는다면 원래의 단편 소설로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