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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 - 매트릭스의 철학 매트릭스의 과학
글렌 예페스 엮음, 이수영·민병직 옮김 / 굿모닝미디어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일찍이 '매트릭스'만큼 상업적인 위력을 지니면서 이토록 흥미로운 사상과 생각거리를 던져준 영화는 없었다. '빨간 알약 선택하기'라는 원제의 이 책은 이런 생각거리의 소산이다. 영화를 통해 얻은 지적 자극이나 호기심을 다양하게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최적의 길잡이로서 손색이 없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다양성이다.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라는 과학의 문제를 비롯하여 현실과 자유의지라는 철학적 논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사상, 또 구원이라는 종교 문제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이는 자연스럽게 해석의 다양함으로 이어지는데, 전화 연결이나 네오의 초능력에 대한 상이한 설명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다양함에는 편차가 동반된다. 하여 반란군의 저항조차 인공지능의 산물일 수 있다는 참신한 해석의 반대편에는 액션과 상업화를 문제시 삼는 고루한 설교가 존재한다. 또 텍스트에 집중하는 장이 있는가 하면 영화와 거의 무관한 내용을 담은 장도 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취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서 미래 세계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낙관적 희망을 골고루 안배하는 한편, 기계의 의식 소유 문제에 엇갈린 평을 내놓기도 하고,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의 구현이라는 관점에서 찬반양론을 함께 싣는다. 그렇기에 앞서 괄호 안에 표기했듯이, 뭔가 중심이 없이 산만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단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관심이 가는 분야나 입장에 대해서는 책에 소개된 충실한 참고문헌(특히 웹사이트)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장은 과학적 질문들을 흥미롭게 풀어낸(그러나 이해하기에는 다소 버거웠던) 8장과, 기독교식으로 영화를 해석한 11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