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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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즐기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SF 작가의 대표적인 단편집으로 읽는 것. 이 책에는 일반적으로 SF하면 떠오르는 거의 모든 소재들이 다뤄지고 있다. 우주 여행과 시간 여행은 기본이고, 로봇과 외계인, 돌연변이 등 인간과 대비되는 존재들이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가 하면, 미래 사회의 모습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보듯 고도의 테크놀로지로 엄격히 통제된 사회일 수도 있고 '퍼키 팻의 전성 시대'처럼 핵전쟁 이후 파국을 맞이한 무정부 상황일 수도 있다. 어떤 작품이든 비관적이고 음울한 비전을 담고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를 묘사하는 방식은 경쾌하기까지 하다.

또 하나는 20세기 미국의 대중 문화를 대표하는 작가의 텍스트로 읽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 문화의 특징적인 면으로 기억, 정체성의 문제와 음모론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오늘날 헐리우드 영화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중요한 모티브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미국의 문화에만 등장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미국적'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이들의 집단적 사고에 강박관념처럼 따라다닌다. 아마도 역사 없는 민족이라는 태생적 배경과 인간의 인식을 저만치 앞서가는 과학 기술의 발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기억의 문제는 존재론의 문제로, 그리고 음모는 인식론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필립 K. 딕을 그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이런 질문들이다. 그는 누구보다 인간의 의식에서 기억이 갖는 중요성에 관심을 가졌고 확고한 믿음에 대해 늘 의심을 품었으며, 이를 미래에 대한 묵시록적 비전과 훌륭히 결합했다. 기계/생물체가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 사회('스위블')나 미래를 지배함으로써 세상을 통제하려는 사회('마이너리티 리포트'), 인간과 복제인간의 구별을 통한 인간성의 질문('우리라구요!') 등이 그런 예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진정 돋보이는 대목은 이런 무겁고 진지한 문제의식을 책 읽는 즐거움과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그의 소설이 세월의 시련을 견디며 새로운 독자들을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은 철학을 독특한 상상력 속에 잘 녹여낸 그의 글솜씨일 것이다. 읽는 동안 책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재미, 책을 덮은 뒤에는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 이 모두가 있는데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한가지 의문점.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주인공 앤더턴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존재를 라디오를 통해 처음 알게 되는데, 시스템을 고안해낸 자가 그동안 이를 몰랐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 설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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