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이야기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류경희 옮김 / 삼우반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텍스트를 통해 그것이 비롯된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읽는다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그런 맥락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텍스트를 읽는 행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텍스트가 시공간적으로 현재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데다가 고도의 지적 유희를 요하는 풍자에 기이하고 난삽하다는 명성으로 이름난 조나단 스위프트의 <통 이야기>는 그 어떤 작품보다 이런 사실을 잘 보여주는 최적의 텍스트다.

스위프트가 20대의 들끓는 열정으로 학문과 종교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쏟아부은 이 작품은 그저 글자상의 의미만을 따라 읽는다면 대체 작품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이 작품의 독서에는 적어도 세 단계가 필요한데, 먼저 작품이 쓰여진 시대의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한 후, 이에 대한 스위프트의 입장을 확인하고, 이를 텍스트에 드러난 표현과 대조해 그 의미를 추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은 것이 스위프트의 문체가 이리저리 입장을 바꾸고 뒤집고 왜곡하여 본래의 의도를 이중삼중으로 은폐한 탓에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길이 묘연한 것이다. 그러니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이런 수고를 들일 만큼 작품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내 대답은 부정적이다. 영문학이나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혹은 지적 유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시도해볼 만한 작품 정도이지 일반인을 위한 책은 전혀 아닌 것 같다. 조나단 스위프트라는 이름만을 믿고 뛰어들 작품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이런 책은 원 텍스트보다 비평을 찾아 읽는 재미가 큰 법이니 좀더 해설을 확대해 일종의 비평집으로 기획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에 앞서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은 직역투의 딱딱한 번역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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