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더왕과 양키 - 마크 트웨인 대표선집 4 ㅣ 마크 트웨인 대표선집 4
마크 트웨인 지음, 조애리 옮김 / 미래사 / 1995년 4월
평점 :
절판
미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이자 풍자 문학의 대가인 마크 트웨인의 <아더왕과 양키>는 한 미국인이 우연히 아더왕의 시대로 들어가 벌이는 모험을 다룬 소설이다. 아더왕이 대표하는 6세기는 교회와 귀족 계급이 권력을 확고히 다진 시대이며 기사도 윤리가 확립된 시대이다. 이에 비해 양키가 대표하는 19세기는 과학을 앞세운 기술 문명과 민주주의가 진보와 휴머니즘의 이념을 유포시킨 시대다. 결국 이 책은 서로 다른 시대를 겹쳐 봄으로써 문명과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풍자란 본래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다. 어리석음의 강도가 커질수록 즐거움 또한 커지는 법이다. 소설의 초반부는 양키의 눈에 보이는 6세기 사회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폭로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과학이 앞세운 진보 또한 인간에게 득만 갖다주는 것이 아님이 밝혀진다. 이것은 소설 말미의 전쟁을 다룬 장에서 극단적으로 표출된다. 귀족 계급과 왕권을 뒤집고 민중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첨단 무기를 앞세운 무차별 살상이 자행된다. 과연 폭력은 진보를 위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이때 그것은 누구를 위한 진보인가?
대충 감을 잡았겠지만 흥미롭게도 이 책은 원래 의도와 무관하게 이라크 전쟁의 메타포로 읽힐 수 있다. 아더왕의 영지를 이라크로 볼 때, 여기에 문명을 이식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양키는 부시 정권의 모습 그대로다. 물론 현실은 허구보다 더 복잡하고 끔찍하다. 적어도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얻을 수는 있지 않은가.